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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l 14. 2019

글쓰기를 고민하는 우리를 위한 오답노트

윤태영 저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을 읽다

꾸준히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퇴고를 잘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자신 없는 표정으로 '네...'라고 대답할 것 같다.


글을 쓸 때, 주제와 목차가 대강 정해지면 한 번에 써 내려가는 편이다. 일단 처음부터 끝까지 쓰고, 퇴고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강한다. 그러다 보니 '알면서도 차마 버릴 수 없는 문장', '줄여야 하지만 써놓은 게 아까워 지울 수 없는 내용' 등 군더더기가 남는다. 책으로 엮어낸다면 훌륭한 편집자께서 다 잘라내줄 것 같은 글이 한 묶음이다.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을 읽으면 그런 습관을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은 표지부터 겸손하다. 튀지 않는 배색에 한 가지 색으로 제목을 올렸다. 그럼 뒤표지는 어떤가. '평균 수준의 글 실력을 갖추고 싶은' 이를 위한 책이라고 한다. 이렇게 소박할 수가. 그야말로 평균 정도에 도달해보자는 작은 목표를 제시한다.


프롤로그의 한 부분을 옮겨본다.


글을 잘 쓰지 못하면 어떤 이에게 세상은 불편하다. 한 글자 쓰지 않아도 그럭저럭 살아갈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한두 자라도 써야 하는 일이 자꾸 생긴다. SNS로 소통하는 시대가 열리면서부터는 더욱 그렇다. 솜씨를 뽐낼 수준은 아니지만 글을 쓰지 못해 소통하지 못한다면 그 상황은 누구에게나 달갑지 않다.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 걸출한 작가를 지향하기보다는 평균 수준의 글 실력을 갖추고 싶은 분을 위한 책이다. 다시 말하면 글쓰기 강자로 가는 길이 아니라 글쓰기 평균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한 책이다. 평균 수준의 글쓰기가 가능하다면 일단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승부는 어차피 콘텐츠에서 갈리기 마련이다.
- 윤태영,「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P.5

이 책을 읽으면 대단한 문장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다만 평균적인 글 실력을 갖추고 싶은 사람을 독자로 설정했다. 여기서 '평균적인'이란 상대적 의미가 아니다. 동시대를 사는 대한민국 국민(만약 정량적으로 측정이 가능하다면) 중간 정도의 글쓰기 실력이 아닌, 절대적으로 평범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마음이 느껴졌다.


평균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요


내 글은 평균적일까?


글을 정기적으로 쓰다 보니 '내 글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가 궁금해진다. 글 취향이 맞는 이들의 공감이나 댓글은 정말 고맙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댓글을 보면 '아직도 멀었구나'란 생각이 든다. 의견 차이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의미로 이해하는 경우다. 아는 사람도 아니고 오로지 글만으로 뜻을 전하는 건데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아직은 쓰지 못하는 것 같다.


평균적인 글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간결한 글이다. 이 책의 목차에서 평균적인 글의 필수 항목을 찾아볼 수 있다. 습관이 된 좋지 않은 문장을 버리고, 명쾌한 문장을 적는 것. 그것이 먼저 챙겨야 할 조건이다. 그것이 충족되면 읽는 사람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글을 적어야 한다.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는 말은 읽는 사람이 글을 영상으로 보듯 충분히 이해시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글은 읽을 때 그냥 문자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뜻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글을 통해 다음 행동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말 좋은 문장이고 뛰어난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마지막의 유형별 문장 다듬기다. 지금까지 지적했던 나쁜 습관과, 좋은 문장을 실용문 속에서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저자에게 직접 지도받지 않아도 첨삭받는 느낌이다.



이 책은 목차가 간결하다. 솔직히 목차만 충분히 익혀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글의 좋지 않은 부분들을 충분히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이유는 풍부한 사례다.


처음 책을 받아서 책장을 휙휙 넘겨보며 받은 느낌은 "맞춤법 책 같다!" 반은 예문, 반은 본문이다.


읽고 감상을 쓰기보다는 곁에 두고 글을 고칠 때마다 참고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니 이 책은 글을 써 본 경험이 있는 모든 이들의 오답노트인 듯하다. 틀린 문제를 채점만 하면 나쁜 점을 고칠 수 없다. 하지만 오답노트를 만들어 왜 틀렸는지 복기한다면 다음에는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이렇게 쓰면 없어 보이는 글이 되지 않을까?

그래도 도입부에는 예화 등이 들어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글이 어느 정도 길이가 있어야 잘 쓴 글 아닐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글은 수준 낮은 글이 아닐까?


저자는 이런 걱정을 많이 해 본 사람이다. 스스로 글을 쓰면서, 또 고치면서 수많은 고민을 했기에 평범한 우리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내 글은 괜찮을까, 이렇게 쓰면 좋은 글일까,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 고민해 본 당신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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