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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l 21. 2019

요리는 추억이다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 리뷰

브런치 무비 패스 #5 <알랭 뒤카스 : 위대한 여정>


음식 관련 업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미쉐린 가이드>라는 말은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타이어 회사 미쉐린에서 만든 맛집 가이드북이다. 음식뿐만 아니라 서비스, 분위기 등 총체적인 것을 평가해 별점을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2017년부터 발간돼, 미쉐린 스타를 받았다고 하면 믿고 먹는 맛집이기도 하다.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1956~)는 바로 이 미쉐린 가이드 스타를 수없이 받은 스타 셰프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그가 베르사유 궁전에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프로젝트를 담았다. 알랭 뒤카스의 요리는 먹어보지 못했지만, 화면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라 기대가 컸다.  


http://naver.me/GIjSqpqb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

프랑스의 요리사(1956, Orthez 출생). 랑드 지방의 농부 가족에서 성장한 그는 요리사가 되기 위한 정석 코스를 밟는다. 수스 통(Soustons)의 파비용 랑데(Pavillon Landais), 보르도의 호텔 조리학교를 거친 뒤, 외제니 레 뱅(Eugénie-les-Bains)의 미셸 게라르(Michel Guérard), 무쟁(Mougins)의 로제 베르제(Roger Berger)와 파리의 르노트르(Lenôtre)의 지도하에 수련을 쌓았다. 미오네의 알랭 샤펠에게서 그는 요리에 사용하는 재료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깨달았다. 1984년 주앙 레 팽(Juan-les-Pins)의 ‘테라스 오 주아나(Terrasse au Juana)’에서 미슐랭 가이드의 별 2개를 받은 그는 이어서 1987년 모나코의 오텔 드 파리(Hôtel de Paris)의 주방 총책임자로 입성해 레스토랑 루이캥즈(Louis XV)를 오픈한다. 1990년 이 레스토랑은 미슐랭 가이드의 별 셋을 획득한다. 1997년 파리로 진출한 그는 오텔 뒤 파르크(Hôtel duParc)에 이어 플라자 아테네(Plaza Athénée)에서, 2005년에는 뉴욕 에섹스 하우스(Essex House)에서 각각 별 셋을 받는 등 그 활동무대를 넓혀간다. 그 사이 세트 메뉴 위주의 캐주얼한 식당들(Spoon, Bar et Boeuf)을 파리, 도쿄, 모나코, 생 트로페, 런던, 모리셔스 등에 오픈했으며 복고풍 비스트로(Aux Lyonnais, Benoît)와 옛 식당의 정취를 풍기면서도 현대적인 맛을 내는 식당들을 선보이기도 했다(l’Abbaye de La Celle, la Bastide deMoustiers, Ostapé). 그의 이 같은 활발한 행보는 에스코피에와 세자르 리츠에 이어 세계 어디에나 자신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음을 증명해 보이는 듯했다. 또한 그는 기본 참고서가 될 만한 다수의 요리책(특히 남부 해안 지방의 요리)을 출간했으며, 요리 학교를 운영하며 전 세계 고급 레스토랑에서 실력을 발휘할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알랭 뒤카스 [ALAIN DUCASSE] (그랑 라루스 요리백과, 강현정, 김미선, 라루스)


50년간 음식 맛을 보아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2년간 알랭 뒤카스와 함께했다는 이 다큐멘터리를 관통하는 그의 모습은 끊임없이 경험하고, 또 경험하는 것이다. 보다 많은 음식을 맛보기 위해 한 번에 3끼를 몰아서 먹고, 비행기에서 자고, 그 시간을 쪼개 서문을 써 주기로 한 책을 검토하고... 누구에게나 하루에 주어지는 시간은 24시간이지만, 알랭 뒤카스는 그 몇 배로 시간을 써 가며 경험을 쌓는다.


일반적인 영화보다 조금 짧은 편인 러닝타임(80분) 동안 그는 엄청난 이동을 했다. 첫 시작인 베르사유 궁전에서 일본, 미국, 영국, 중국, 필리핀, 모나코, 홍콩, 브라질, 그리고 다시 프랑스로 돌아오는데 웬만한 첩보영화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또 움직였다. 이 모든 것은 새로운 맛을 경험하고, 그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의 셰프들과 함께 교감하기 위함이었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아직도 배울 것이 많다며 정열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이 업계에서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


그는 손님을 만족시키기 위해 모든 감각에 기억을 남기고자 한다고 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요리에 있어서는 너무하다 싶을 만큼 집착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그에게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 준 게 아닌가 싶다.


예시로 요리를 체크하러 간 그에게 미리 따라둔 와인을 건네자 약간 신경질적으로 거절한다. 그리고 바로 앞에서 와인을 오픈해 따르도록 하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히스테릭하다고 볼 수 있을 법했다. 요리의 디테일을 중시하고 또 중시한다니, 그의 완벽한 요리를 맛보고 싶어 졌다.


기름, 설탕, 소금은 적게 사용하고, 남은 식재료는 재활용하며, 재료는 절대 낭비하지 않는다. 맛은 언제나 일정해야 한다.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며 정치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족에 대해서도 비밀을 유지한다. 어쩌면 이 모든 것들은 셰프 알랭 뒤카스를 이 자리까지 이끌어 온 원동력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배우고, 나누고, 가르치고, 돕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누군가 그의 자리를 원하면 기꺼이 내놓을 생각이 있다.



셰프들을 감독하지만 그들이 각각 요리를 재창조할 수 있도록 기대한다고 했다. 음식에 영혼을 더하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셰프들이 내온 요리를 먹으며 반드시 얼굴을 보고 평가하는 것이 사람을 중시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필리핀에서는 마닐라에 요리/레스토랑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자선단체와 함께 요리 장학금을 수여한다.  가난한 학생들에게는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하며 꿈을 꿀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또한 이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닐 때 몇 명의 셰프와 함께한다. 경험과 셰프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셰프들에게 절대 필기하지 말고 스스로의 미각과 감각을 믿으라고 강조했다. 솜씨만 있다면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다며 스스로의 꿈을 꾸라고 하는 것이 감동적이었다. 효과는 결과일 뿐, 본질을 먼저 생각하라는 말도 기억에 남는다.




늘 새롭게, 늘 놀랍게


지금도 노력하는 알랭 뒤카스는 종종 너무 많은 일을 벌인다고 비난받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의 열정을 모아 기적을 만들어내는 중이다. 베르사유 궁전의 레스토랑이 오픈하는 모습으로 이 영화는 마무리된다. 결국 해냈구나.


사실 일반적인 영화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베르사유 궁전의 레스토랑 오픈 프로젝트에 관련된 내용으로만 채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준비과정을 담으면서도 쉬지 않고 경험하고 노력하는 알랭 뒤카스의 현재를 다뤘다. 아마도 이 영화는 최종 편집본에 비해 촬영한 분량이 다른 영화보다 월등히 많았을 것 같다. 그의 행보가 워낙 바쁘고 다양했기에...


아직 그의 음식은 맛보지 못했지만 가까운 홍콩에서라도 꼭 한번 방문하고 싶어 졌다. 나에게 어떤 추억이 될까. 음식은 단순히 맛있다 그렇지 않다가 아닌, 경험이고 추억이라는 그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재료와 조리법뿐만 아니라 함께 식사하는 사람까지 추억에 포함되니, 어떤 사람과 함께할지 지금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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