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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Jul 09. 2019

남자 수중발레 파이팅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 리뷰

브런치 무비패스 #4

벌써 수영장이 생각나는 여름이 와 버렸다. 그리고 수영에 빠져버린 나는... '수영'이 나온다기에 덜컥 보게 되었다.


10여 년 만에 수영을 다시 시작하고 나서 몇 번의 좌절 있었다. 생각보다 수영은 빨리 늘지 않았고 예전에 하던 만큼은 당연히 아니었다. 그래도 수영을 하게 만든 이들 덕분에 겨울도 넘기고 이제는 다시 재미있어지는 시기인 듯하다. 지난겨울에 쓴 글도 있고...

https://brunch.co.kr/@madamesnoopy/84


'멋있어 보이는' 남자 중에 단연 1위는 '피아노 치는 남자'이지만, 수영하는 남자도 막상막하로 멋지다. 그래서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이라는 제목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프랑스 수영장을 구경하고 싶기도 했고...


* <수영장으로 간 남자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는 <Le grand bain>. 이것보다는 영어 제목인 <Sink or Swim>이 조금 더 와 닿았다. 단순히 수영하는 게 아니라 남자가 수중발레를 하는 영화다. 영하지 않으면 가라앉는다는 게 수영장에서만이 아니라 이들의 현재 생활도 그러하니까.


네이버 영화 소개의 줄거리를 잠시 보자.

어쩌다 보니 수영장으로 간 그들, 목표는... 금메달? 2년 차 백수 베르트랑, 예민미 폭발 로랑, 파산 직전의 사장님 마퀴스, 히트곡 전무한 로커 시몽 … 가정, 직장, 미래 등 각양각색의 걱정을 안고 수영장에 모인 벼랑 끝의 중년 남자들이 인생의 마지막 금메달을 꿈꾸며 마지막 도전을 시작한다. 오합지졸 수중발레 군단은 수영장의 어벤저스로 거듭날 수 있을까? 이젠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2년 차 백수인 베르트랑. 우울증 약도 먹는다. 우연히 수중발레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갔더니 다이빙 대 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면접(?)을 보는 코치가 기다린다. 마치 받아주지 않을 것처럼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수락을 한다. 재밌는 장면이었지만 난 조마조마하게 봤다. 코치가 수영장 풀 위에서 담배를 떨어뜨리면 어쩌지? 담뱃재가 떨어질 텐데? 그야말로 수영장 이용자의 아주 흔한 걱정이다. 그런 장면이 나왔지만 영화 내내 수영장은 정말 깨끗하고 깊었다.

수중발레에 우연히 입성하는 베르트랑


사실 이 영화의 전반부는 약간 지루했다. 지나치게 현실적이기 때문일까. 수중발레 구성원들의 개인사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개인에게는 심각한 문제들이다. '세상 어디나 사람 사는 건 다 마찬가지군' 생각하며 하품을 하려는 찰나, 반전 캐릭터가 등장한다.

휠체어에 앉아서 특훈을 시키는 새 코치 아만다

원래 코치였던 델핀은 잘 나가던 수중발레 선수였지만 파트너의 부상으로 선수생활이 어려워지자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만다. 그녀의 알코올 중독이 도지자 새로 나타난 코치가 아만다. 알고 보니 그녀가 델핀의 파트너였을 줄이야.


바로 아만다가 '그래서야 되겠냐'며 멤버들을 때리는 순간 이 영화도 깨어났다. 아, 진짜는 이제부터구나!


센 척은 다 했지만 알고보니 상처가 있었던 델핀


아만다의 특훈이 계속된다


슬슬 각이 잡혀가는 단원들


마지막엔 정말 잘했다

영화는 이들에게 지옥훈련을 통한 반전 외모를 선사하거나, 수중발레 대회에서 수상함으로써 인생역전이 되는 이야기를 선사하지 않는다. 뿌듯한 수상 후에 이들은 용기를 얻긴 하지만 개인의 상황은 그대로다. 하지만 이들은 수중발레를 통해 의지를 얻게 된다.


지금 힘든 사람에게 '의지를 가지면 다 된다'는 식의 조언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황이 제자리를 돌고, 돌파구를 찾기 힘든 사람에게는 그 일이 아닌 다른 일에서의 작은 성공이 마음의 위안이 되기도 한다.


이 영화는 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한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 작은 성공이 총체적 난국처럼 보이는 이들에게 작지만 필요한 힘이 된 것 같다.


시원하게 수영하는 장면을 보고 싶었다면 추천하진 않는다. 하지만 날도 더운데 일이 잘 안 풀려 답답하다면, 세상 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 위안을 받고 싶다면 즐겁게 보고 나올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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