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본을 풀기 전까지
'아…
그러고 보니…'
복직 서류를 들여다보다가, 문득 떠올랐다.
조용히 서랍을 열었다. 포장을 한 번 풀었다 다시 싸고, 정성스레 리본까지 묶어 둔 상자. 받은 자리에서 향기를 한 번 맡아보고는 다시 넣어 둔 물건들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다. 핸드크림, 핸드 워시, 보습 크림, 페이셜 세럼, 헤어 오일, 바디미스트…
눈 하나가 되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린 날 이후, 나는 참 많은 선물을 받았다.
신기하게도, 그것들은 서로 닮아 있었다. 대체로 좋은 향기가 나고, 촉감이 부드러우며, 한두 방울만으로 기분이 환기되는 것들.
눈 하나를 잃은 친구에게 무엇을 건네면 좋을지, 어떤 것이 실례가 되지 않을지, 어떤 물건이어야 위로가 될지… 몇 번이고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는 선물들이었다.
그 마음을 알기에, 나는 그것들을 쉽게 쓸 수 없었다.
사람들은 알까.
선물을 고르며 고민한 그 시간이—휘청거리던 나를 잡아주었다는 것을.
향 하나, 질감 하나를 신중하게 고르며 나를 떠올렸다는 사실이—어떤 말보다도 오래, 깊이 남았다는 것을.
아껴 둔 건, 단지 아까워서만은 아니었다.
그 소중한 마음들까지 닳을 것 같았다. 뚜껑을 열고, 덜어 내고, 조금씩 줄어드는 용기를 바라보다 보면 언젠가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향이나 촉감이 아니라 나를 위해 기울였던 시간과 망설임, 조심스러움까지 함께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쓸 수 없었다. 두려웠다.
이상한 생각이라는 걸 잘 안다.
생각해 보면, 바르면서, 뿌리면서, 그 사람을 떠올리면 되는 일이다. 향이 피부에 스며들 듯, 기억도 스며들게 두면 된다. 내가 잊지 않는 한, 그 마음은 닳지 않을 테니까.
복직하면,
고이 아껴 둔 마음들을 하나씩 꺼내려한다.
아침에 출근하기 전 핸드크림을 바르고,
퇴근해 돌아와 바디미스트를 뿌리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며,
나를 생각해 준 사람들의 마음을 온몸으로 느껴야겠다.
조금 늦었지만,
이제는 리본을 풀어 둔다.
다음 이야기(시즌2)는 아래 브런치북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