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만 보고 기지 말고, 주위의 풍경도 구경하기
주중에 갑자기 잡은 가족 여행.
어제 강의가 끝나자마자 집으로 와서 바로 강원도로 출발했다. 가는 길에 날씨가 흐려서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가는 길에 비가 쏟아졌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쏟아지는 비를 뚫고 도착하니, 막상 주문진에서는 이슬비가 되어 우산 없이 다닐 수 있는 정도였다. 계획적이기보다 즉흥적인 성향이 가득해서 식당도 가까운 곳으로 잡아 알차게 대게를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아침에 마주한 바다는 춥고 강한 바람에 존재감이 뚜렷했지만 그럼에도 좋았다.
역시 오션뷰. 최고야.
그래서 오늘의 일정이 무엇이냐고 묻자, 아빠는 케이블카를 타러 가자고 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싶다고.
산은 올라가는 게 아닌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하는 나와 다르게, 산은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빠를 따라 도착한 설악산은 정말.. 사람이 너무 많았다. 단풍이 들어가는 시기라서 그런지, 산악회에서 온 버스도 정말 많아서..
결국 아빠가 원하는 케이블카는 타지 못했다. 타려면 3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절대 못 타지..
그래서 추워진 몸을 따뜻하게 풀어줄 차를 한 잔 마시고 갈 줄 알았는데, 흔들바위를 보고 가자고 했다. 그럼 나는 그냥 벤치에 앉아있겠다고 주장했지만 내 의견은 바로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흔들바위는 별로 보고 싶지 않다고, 핸드폰을 하기도 했는데 점점 길이 평탄해지지 않기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길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미끄러질까 봐, 돌에 걸려 넘어질까 봐.
그럼에도 중간중간 시선을 사로잡는 풍경들에 다른 사람을 따라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던 속도를 조절하기 시작했다. 계곡도, 비가 와서 갑자기 생긴 작은 폭포도, 빨갛게 물든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한 번씩 멈춰 서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남기면서,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소리를 듣고, 빨갛게 물든 단풍과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산을 타는 것 역시 각자만의 속도가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에 방향을 틀어 쉬는 사람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지점까지 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 정상을 향해 가지 않는 것처럼. 앞을 보고 가더라도 각자의 속도에 맞게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처럼.
나 역시 흔들바위를 목표로 올라갔지만, 흔들바위가 있는 계단을 올라가지는 않았다. 바로 아래에서 흔들바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숨만 고를 뿐이었다. 역시 각자에게 맞는 건 따로 있는 것 같다.
일기일회, 오늘의 한 줄 : 올라가다 만난 도토리 먹는 다람쥐가 너무 귀여워서 힐링이었는데, 왠지 내일 근육통 생길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