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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Jan 17. 2021

넷플릭스 영화 추천: 엠마 EMMA

1996년  “엠마”와 2007년  “제인 오스틴 북 클럽”  같이 보기

영화 15도 강추위에 움치려 드는 날이 계속되는 와중에, Olivia Lang의 에세이 “외로운 도시”를 읽고 더욱 우울해져서 산뜻하고 경쾌한 영화를 찾아보았다. “퀸스 캠빗”으로 알게 된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의 작품인

“엠마”는 영국의 아름다운 자연과 고성, 그리고 19세기의 화려한 의상으로 눈으로 보는 재미가 가득한 작품이다.  일상생활의 인물들과 정서를 빼어나게 묘사하는 원작자인 제인 오스틴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취향 저격일 것이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엠마 Emma (2020년)

감독: 어텀 드 와일드

출연: 안냐 테일러 조이, 자니 플린, 미아 고스, 빌 나이

내용: 기품 있는 발걸음과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대저택의 젊은 주인 엠마, 중매에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그녀가 결심한다. 친구에게 최고의 짝을 찾아 주기로, 하지만 그녀에게 곧 닥쳐온 건 난생처음 느껴보는 당혹스러움과 시련 (넷플릭스)

원작: 제인 오스틴 “Emma”

    “미인이지 총명하지 부유하지 거기에다 안락한 가정에 낙천적인 성격까지 갖춘 엠마 우드하우스는 인생의 여러 복을 한 몸에 타고난 듯했고, 실제로 세상에 나와 스물 한 해 가까지 살도록 걱정거리랄 것이 거의 없었다.”로 원작에 소개된 엠마는, 제인 오스틴 스스로 작가 자신 빼고는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주인공이라고까지 말할 정도로 쉽게 공감가지 않을 캐릭터이다. 영화 “엠마”는 런던과 가까운 근교인 “하이베리”에 있는 우드하우스 가문의 저택인 “하트필드”와 웨스턴 가문의 저택인 “랜들스”를 중심으로 한 상류층 가문과 그들을 둘러싼 중산층 사람 들과의 일상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모든 것을 가진 “엠마”라는 미성숙한 젊은 여성이 1년 동안 다양한 계층의 사람 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성숙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민음사 출판의 원작 “에마”는 약 700 페이지로, 등장인물 10명 이내의 사람들의 1년간의 생활을 상세하게 전개하면서, 19세기 초반 영국 근교의 상류층, 중산층 사람들의 다양성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준다. 두세기가 지난 현재의 시각에서 보더라도, 인간 군상의 다양성을 섬세하게 보여주는 제인 오스틴의 생생한 이야기는 정말 놀랍다. 2020년의 “엠마”는 등장인물 각각의 특성을 적나라하고 입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자신의 생각이 100% 맞고, 하이베리를 리드하는 여성으로서의 자신감이 넘치는 엠마가 본인의 편견과 오해를 인정하고 성장하는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미스터 나이틀리는 계급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통찰력 있는 신사로 엠마의 곁을 지키고, 엘튼 부부는 다소 과장되지만 “자기애 가득한 사람의 욕심과 자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상영시간 2시간의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이러한 등장인물의 입체적인 특징을 이해하기에는 어려웠고, 원작을 다시 읽고 영화를 보니,  각 인물의 특징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하나가 더 눈에 들어왔다. 미스터 나이틀리와의 사랑을 확인한 후, 엠마가 헤리엇과 마틴의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2020년  현재의 시대성을 반영한 각색이 아닐까 한다.

날씨, 건강, 자녀 걱정으로 항상 우울한 미스터 우드하우스 역의 빌 나이 연기는 매우 섬세하였고, 헤리엇, 미스 베이츠 역의 배우들 또한 캐릭터의 특징을 잘 표현하였다. 1996년의 “엠마”에서 주인공의 캐스팅이 좋았다면, 2020년 “엠마”에서는 주인공보다는 조연 배우 캐스팅이 더 마음에 들었다.

           “제인 오스틴 북 클럽” 영화 (2007년)에서 첫 번째 북클럽 모임 작품이었던 “엠마”에 대해서 “열정 없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와 “진정한 사랑은 이성적인 행위이다.”라는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였다. 프랭크 처칠과 제인 페어팩스의 사랑과 엠마와 미스터 나이틀리와의 사랑을 비교하면서 말이다. “엠마”는 자신에게 맞는 (출생, 교육, 경제적인 면까지 고려해서)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떤 사랑은 한눈에 반하는 사랑이고, 또 어떤 사랑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서 일생의 동반자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랑인 것이다. 때로는 사랑은 계급을 초월할 수 있고, 때로는 계급을 초월하는 사랑을 가지려는 노력이 자신에게 맞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을 “엠마”에서 보여준다.

    덧붙여서 최근에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원제 : Sex Education)”라는 영국 시리즈를 재미있게 봤는데, 다시 본 “엠마”에서 그 시리즈 속 배우가 다수 출연하는 것을 알게 되어서 꽤 반가웠다. 개성적인 외모와 연기가 돋보이는 젊은 영국 배우를 발견한 기쁨 또한 영화 “엠마”를 추천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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