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형 물고기자리 Jan 08. 2021

영화 추천: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마지막 전화를 받지 않은 것을 아빠는 용서해줄까?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서, 나도 모르게 미루고 싶은 그런 순간이 있다. 그리고, 끊임없이 되새겨 보곤 한다. 내가 만약 그것을 미루지 않고 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상실”과 “후회”를 다루는 영화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두 번째 소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9.11 테러를 배경으로 아홉 살 소년 오스카의 놀라운 뉴욕 탐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그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노미네이션 되었으나, 아쉽게도 국내 개봉은 되지 않았다. 


[영화 기본 정보] 

제목: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Extremely Loud And Incredibly close (2011년 12월) 

감독: 스티븐 달드리

출연: 샌드라 블록, 톰 행크스, 토마스 혼, 막스 폰 시도우 

내용: 오스카 쉘은 9.11 테러로 죽은 아버지가 남겨 놓은 열쇠를 찾기 위해 뉴욕을 뒤지기 시작한다. 열쇠를 찾으면서 오스카는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소음에 대한 두려움을 마주 보기 시작한다. (왓챠) 

원작: 조너선 사프런 포어의 동명 소설 

    아버지의 돌봄을 경험하지 못했던, 오스카의 아버지 토마스 쉘은, 아들과 놀라울 정도로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고, 끊임없이 오스카에게 사회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주어 오스카를 호기심이 많고 창의력이 풍부한 아이로 성장하도록 하였다. 2001년 9월 11일 CNN을 통해서 전 세계에 생중계된 사건으로 아버지를 잃은 오스카는,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용기 없는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상실의 시간을 살아가던 중, 아버지의 유품 중, 파란색 꽃병 안에 있는 열쇠를 발견하고, 열쇠 봉투의 “Black”이라는 이름을 단서로, 열쇠에 맞는 자물쇠가 있는 박스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원작에는 오스카의 이야기와 함께, 2차 대전 드레스덴 폭격으로 가족을 잃고 미국으로 이민하게 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나온다. 2시간 상영시간의 영화에는 오스카의 관점에 집중하여, 21세기에 가족의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아하고, 진지하게 보여준다. 영국의 영화, 연극 감독이자 프로듀서인 “스티븐 달드리”는 문학 작품을 잘 각색하고, 배우의 연기를 훌륭하게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에서도 절대적인 비중을 가지고 있는 오스카 역의 아역 연기뿐만 아니라, 톰 행크스와 샌드라 블록은 화려한 커리어에도 불구하고 조연인 아이의 부모로서 감동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본 2013년에, 활기차고 명랑한 로맨틱 영화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던 “샌드라 블록”의 화려하지 않고 침착하고, 진정성 있는 엄마 로서의 연기에 많이 놀라웠고 감동을 받았다. 



    뉴욕에 ‘Black’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472명, 주소는 216개이다. 아버지를 잃고, 두려움으로 엘리베이터와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못하게 된 오스카는, 쌍안경, 지도, 방독면, 카메라가 든 배낭을 메고, 한 손에 탬버린을 가지고 걸어서 “A”부터 시작하는 “Black”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하고,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위로하려고 애쓰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들과 놀라운 시간을 가지게 된다. 원작에는 오스카의 조력자가 할아버지 말고 다른 사람도 있지만, 영화에서는 2차 대전 당시 드레스덴 폭격으로 가족과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를 잃고 타인과의 소통 능력을 상실하고 왼손과 오른손에 각각 Yes/NO를 각인한 할아버지가 오스카와 같이 자물쇠를 찾는 여정을 동반하고, 공포심을 극복하고 대중교통과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도와준다. 


    영화의 가장 큰 스포일러로, 열쇠의 주인은 가장 처음 찾아간 Abby Black의 전 남편으로, 그의 아버지 유품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비로소 그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된 윌리엄 블랙의 이야기를 듣고, 오스카는 비로소 자신이 아버지의 마지막 전화를 받지 못한 것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동안의 탐험에 항상 엄마가 같이 했음을 알게 된다. 소설보다 영화를 먼저 본 나는 샌드라 블록이 오스카의 탐험에 앞서서, 사람들을 찾아가서, 아들에 대한 당부를 하던 장면이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원작 소설에서 포어는 많은 사진과 다양한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문학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이러한 창의성은, 오스카의 말, 방, 여정을 기록한 책에서 영상으로 보여준다. 뉴욕의 곳곳을 누비는 오스카의 컬러풀한 패션과 아름답고 유니크한 (지금 가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뉴욕의 4계절을 담은 작품은, “상실”에 대한 슬픈 이야기이지만 한편으로 사람에 대한 믿음과 위안을 전해준다. 처음 만난 Abby Black의 슬픈 얼굴을 보고 “Can I kiss you”하고 말하는 오스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복잡한 도시, 사람들 사이를 탬버린을 치면서 달려가는 오스카의 모습에 어느덧 마음의 위안을 받게 된다.


    갑자기 아버지를 잃은 아이는 어떻게 하면 그 “부재와 상실”을 극복하고 살아갈 수 있는지 정말 모른다. 아버지의 유품이 인도해준  “탐험”의 여정에서, 또 다른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열쇠의 주인을 찾고 탐험은 끝났지만, 평생 아이는 아버지가 여섯 번째 전화를 걸던 순간을 복기할 것이다. 탐험을 통해서 비로소 그 순간을 인정하고, 엄마와 아버지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되고, 살아가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디딜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상실의 아픔을 잊는 것이 아니라, 잊지 않고 기억하고 복기하면서 나의 삶을 살아가라고 아이가 알려주었다. 




작가의 이전글 올리브 키터리지 : 소설과 시리즈로 같이 읽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