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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Jan 31. 2021

넷플릭스 시리즈 추천: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어른들이 보는 청소년 성교육 시리즈

넷플릭스에서 추천하는 수많은 콘텐츠 중에서 믿고 거르게 되는 하이틴 장르의 영국 드라마다. “가십걸”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본 하이틴 드라마로, 시즌 1의 첫 번째 회차를 잘 견딘다면, 2020년에 나온 시즌 2까지 재미있게 정주행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편견을 가지고 보지 않았던 청소년 성장 드라마에서 사회의 보편성을 발견하고, 나의 청소년 시기에 받지 못했던 성교육까지 받을 수 있다. “보건 교사 안은영”에서 교내에 만연한 “러브 러브 젤리”의 실사판인 듯한 이 작품에는 영화 “휴고”의 주인공인 아역 배우 에이사 버터필드와 어릴 적 즐겨봤던 “X파일”에서 스컬리 역을 했던 질리언 앤더슨이 주인공 오티스와 그 엄마인 닥터 멀빈으로 나와서 캐릭터와 딱 맞는 연기를 보여준다.


[시리즈 기본 정보]

제목: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시즌 1 / Sex Education (2019년)

출연: 에이사 버터필드, 질리언 앤더슨, 은쿠티 가트와, 에마 매키

내용: 소심한 소년 오티스의 대반전, 그가 아웃사이더 소녀와 함께 성 상담소를 연다. 성 상담사 엄마에게 귀동냥한 산지식을 모두 전수해드려요. 오티스는 절찬 상담 중! (나무 위키)



    영국 웨일스에 있는 무어 데일 고등학교에 다니는 16세 오티스는 걷는 모습만 봐도 소심하고, 착하고, 연애 경험이 적을 것 같은 청소년으로, 커밍아웃한 에릭과 아홉 살 때부터 단짝이다. 오티스의 엄마는 Sex Therapist로 어렸을 때부터 과다한 성 정보에 노출된 오티스는 그로 인해서 오히려 성과 연애에 편견을 가지게 된다. 똑똑하고 제인 오스틴 소설을 좋아하는 학교의 아웃사이더인 메이브는 마약 중독 엄마를 가진 가정환경에서 자라 혼자의 힘으로 캠핑 버스에서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 ‘사람과 사랑’에 대한 믿음이 없다. 메이브는 오티스가 가지고 있는 선함과 상담 재능, 특히 청소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성 상담”에 재능 있는 것을 발견하고 오티스에게 비공식 성 삼담으로 같이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하게 되고, 학교에서 존재감이 없던 오티스는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상담 재능을 발견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면서 자신에 대해서 보다 솔직하게 들여다 보게 된다.


오티스와 엄마 닥터 멀빈


    넷플릭스에  공개되자 한 달도 안되어 4천만 명이 시청하고 평단과 시청자로부터 찬사를 받은 작품은 영국 청소년이 보기에도 과한 성적 표현과 흡연, 패션 등이 이슈가 되었다고 한다. 18세 이상 관람가로 표현 수위가 높지만, 실제로는 정체성과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청소년 시기의 가장 큰 고민은  “나의 존재를 누군가 알아보고 걱정하고 돌봐줄까”가 아닐까? 학생회장, 핵인싸, 가짜 소문이 끊임없는 아웃사이더, 모두가 사랑하는 아이 그리고 절친 이외에는 나의 존재를 모를 것 같은 오티스까지, 학교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은 각자의 고민과 근거없는 기대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오티스는 엄마한테 배운 성 정보와 상담 기술로 이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고민도 드러내고 절친 이외의 다양한 친구들과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1 시즌은 주인공인 “오티스와 엄마”, 절친 “에릭” 그리고 비즈니스 동료 “메이브”, 이 4명의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된다. 에릭을 괴롭히는 무에 데일 고등학교의 무법자이자 아빠가 교장인 “애덤”, 학교와 집의 기대를 한껏 받는 학생회장 “잭슨”, 이타적이고 다정한 “에이미”, 학교의 인싸 무리인 “루비”와 그 친구들, 에로 SF 만화를 그리는 성적 판타지가 과다한 릴리 그리고 전학생 “올라”와 엄마의 남자 친구가 되는 올라의 아빠…2020년 가을에 공개된 2 시즌에서는 오티스와 메이브 이외에도 주변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더욱 다양하게 전개되고, 여전히 오티스와 메이브의 관계는 타이밍을 못 찾고 계속 헤매게 된다. 1 시즌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무엇보다도 오티스와 메이브였고, 그 와중에서 눈에 띄던 “애덤”은  2 시즌에서는 동네 무법자 속에 숨겨 있던 다정하고 수줍은 “애덤”만의 매력이 폭발한다.

오티스와 애덤

1 시즌 7화의 학교 무도회 에피소드 중, 자살 시도하는 친구를 설득하는 오티스의 대사는 신파적일 수도 있으나, 또래 친구로부터 듣게되는 사랑과 관계에 대한 보편성은 진정성을 갖게 됨을 보여준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널 안 좋아하기도 해

마음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난 그 사람이 좋은데 그 사람은 아닌 기분 알아

그 사람이 계속 생각나고 가슴이 아리지

그래도 날 좋아하라고 강요할 수 없어

하지만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이벤트나 달과 별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운이야

나와 감정이 통하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잘 안될 수도 있어.

그러다 네 모습 그대로 좋아해 줄 사람이 나타날 거야. 


고등학생이 “착하다”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전에는 부모와 선생님에게 순종적이고 학교와 사회의 규범을 잘 준수하는 것을 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시대에서 16세 소년이 착하다는 말은, 적어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고, 나의 말과 행동이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것인지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공감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닐까 한다. 이런 점에서, 오티스와 메이브는 참 “착한 청소년”이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 와중에도 3시즌 촬영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3시즌에는 오티스와 메이브가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이외에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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