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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형 물고기자리 Feb 20. 2021

북 리뷰: 우리가 날씨다

지난여름 비가 많이 내렸던 이유는?

기상청은 지구가 기후위기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2020년 기후분석 결과’를 지난 1월에 발표했다. 2019년 12월에서 2020년 2월까지 겨울 기후는 1973년 이래 가장 기온이 높았으며,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집중 호우로 중부와 제주에서 각 54일, 49일 동안 비가 내렸고, 총 23개 발생한 태풍 중, 4개가 8월에서 9월 초까지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3월은 기온이 높았고, 4월은 쌀쌀했던 날이 많고, 6월에는 이른 폭염이 한 달간 지속되었으나 7월은 선선했던 날이 많아 6월 평균기온이 7월보다 높은 현상이 나타나는 등 심하게 널뛴 기온 변동을 보였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승리호”에서 지구의 기후 문제로 대체 행성에서 녹색 식물을 키우는 2092년을 상상한 것과 같이 이제 지구 온난화 문제는 더 이상 학자들만의 의제가 아니게 되었다.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좋아하게 된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동물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육식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2009년)]에 이은 두 번째 논픽션 [우리가 날씨다]에서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상세하게 탐구하였다.


[책 기본 정보]

제목: 우리가 날씨다 *We Are the Weather” – 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

지은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옮김이: 송은주

민음사 2020년 10월 28일 출판


    이 책의 목적은 아주 단순하다. 기후 변화의 위기는 전 지구적인 위기로, 스티븐 호킹은 지구를 대체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서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이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효과적인 활동 네 가지는 채식 위주로 먹기, 비행기 여행 피하기, 차 없이 살기, 아이 적게 낳기이다. 작가는 이 네 가지 행동 중에서 가장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과 이산화질소에 즉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채식 위주의 식사”라고 말한다. 소, 염소, 양과 같은 가축은 메탄 배출의 주요 근원이고, 이산화질소는 가축의 소변, 대변, 곡물 재배에 이용되는 비료에서 나온다고 한다. 나무들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싱크”인데, 축산업이 벌목의 주요 원인으로, 유엔 기후 협약에 따르면 소들을 나라로 치면 이 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에서 3위를 차지하는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인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지금 당장 개인이 할 수 있는 행동은 채식 위주의 식사로, 특히 저녁 식사를 제외하고는 동물성 식품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바로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다.

책 뒷면 : Ther is No Planet B

    책에서도 언급했듯이, “기후는 과학계가 일반 대중에게 제시해야 했던 문제 중에서 가장 지루할 확률이 아주 높다.” 즉, 기후 변화라는 전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것은 개인의 일상과는 아주 동떨어진 일로 인식하게 된다. 작가는 기후 변화 위기의 현황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방대한 정보를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개인이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채식 위주의 식사하기”에 우리가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폴란드에서 나치 학살을 피해서 떠나 온 작가 할머니의 삶을 소개하고, 2차 세계대전에서 전 국민의 희생을 요청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담화를 소개하면서, 때로는 “주먹”이라고 쓴 “주먹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하며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기 위한 개인들의 집단행동을 요구한다. 작가의 창조적인 면은 “영혼과의 논쟁’이라는 챕터에서, 명백한 위기 극복 방안을 실천하기 힘들어하는 본인의 영혼과의 대담에서 돋보인다. 과거에 민주화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보았던 학교의 대자보를 읽는 것과 같이, 작가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면서도 행동에 나서지 않는 우리 사람들에게 더 분개해야 마땅하다. 우리는 우리 자신들에게 두려워해야 한다. 우리가 저항해야 할 상대는 바로 우리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개인의 행동을 촉구하면서 예로 든 사례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진주만이 기습당한 지 다섯 달이 지나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기로 한 1942년 4월 28일 저녁, 루스벨트 대통령의 노변담화이다.


“우리 모두가 세계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적과 싸우는 특권을 누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군수품 공장이나 조선소, 농장, 유전이나 광산에서 일하여 우리 군대가 필요한 원자재나 무기를 생산하는 특권을 누릴 수도 없습니다. ……우리 군인들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 구조를 전쟁이 끝난 후까지 튼튼하고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면 모든 자제력을 발휘할 특권을 우리 모두가 집에서 누리게 될 것입니다. 사치품은 물론이고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 희생’은 이 극기 프로그램을 묘사하는 데 딱 들어맞는 말은 아닙니다. 이 위대한 투쟁의 끝에서 우리의 자유로운 생활 방식을 구해 낸다면 어떤 ‘희생’도 희생이 아닐 것입니다.”


    고기 성애자인 나이기에, 비록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었으나 과연 동물성 식품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 나의 식습관을 변화하고, 주위에 채석 위주의 식사를 권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도 의문이다. 다만, 이 글을 쓰는 2월 중순에 주목한 뉴스는 텍사스의 강추위와 추위로 기절한 거북이이고, 어제 아침 기온이 영하 8도이었는데, 지금 오후 낮 기온은 13도로 일상에서 심각한 기온 변동을 경험하는 것이 잦아지면서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불안감이 증가하게 되었다.  최근에 본 일본 애니메이션 “날씨의 아이”에서, 감독 산카이 마카토는 도쿄의 기후 변화 위기를 판타지적으로 접근하였다. 영화에서 주인공 여자 아이는 날씨를 인공적으로 변경하는 행위를 하면서 “생명”을 잃게 되는 위기에 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결국 도쿄는 자연적으로 기후 변화의 위기가 심각해지고, 인간은 심각하게 바뀐 도쿄에 어느덧 적응하면서 살게 되는 것을 보여준다. 요즘 많은 창작 작품에서 상상하는 지구의 미래는 매우 암울하다. 우리는 다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러한 지구의 위기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 생활한다. 코로나로 인한 변화를 직접 겪으면서, 이제는 우리 집을 지키기 위해서 개인이 행동을 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책에서 소개한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미래 세대가 우리에게 ‘우리 부모님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셨던 걸까? 왜 기회가 있었을 때 정신을 차리지 않으셨을까?’라고 물어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지금 그들에게 이 질문을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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