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 생각하는 일의 본질
미국육군사관학교 교수인 데이브 그로스먼이 쓴 <살인의 심리학>은 군인에 대한 놀라운 사실을 전한다. 책에 따르면 전투 중 군인들이 적에게 총을 쏘는 발포률은 1차 세계대전 때는 10~15%, 한국 전쟁 때는 50%였는데 베트남전에서는 95%까지 비약적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때 총든 군인의 85%가 쏘지 않고 죽은 척, 도주, 동료 보살피기 등의 제각각 행동을 하며 사격을 회피했다고 한다. 지휘관이 핏대를 올리며 발포하라고, 돌격하라고 고함을 치고, 응하지 않으면 무자비하게 죽여야 겨우 행동한다. 그것도 소극적으로. 영화나 게임을 통해 우리 생각 속에 자리잡은 군인과, 사료를 통해 전하는 실제 군인의 모습이 너무 달라 당혹스럽다. 책에 따르면 군인이 총을 쏘지 않은 이유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라, 살인에 대한 강한 본능적 거부감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너무나 힘든 일-힘들다기보다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라 전쟁터에서조차 군인의 기본 의무인 총을 쏘는 행위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한다. 한국 전쟁까지만 해도 50%였는데 베트남전에는 왜 발포률이 비약적으로 96%까지 올랐을까? 발포률을 올리기 위한 각국의 치열한 <둔감화> 프로젝트 덕분이라고 한다. 둔감화란 반복적 살인연습이다. 전투의 조건을 만들어 다양한 살인행위를 반복적으로 연습을 시키는 것이다. 실전이 되어도 훈련을 통한 연습행위처럼 자연스럽게 살인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모양의 표적에 총을 쏘는 것처럼 기본적 연습부터 시작된다. 고도의 훈련을 거친 살인병기라는 말은 사람을 죽일 수 없는 군인을 사람을 죽이는 군인으로 만드는 과정을 정확히 설명한 표현이다. 군인을 만드는 것은 반복적 훈련이다.
군인은 행동하게끔 훈련된 사람이다. 지휘관의 명령은 행동의 명령이다. 행동하지 않는 군인은 더이상 군인이 아니다. 용기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용기있다고 할때는 그 사람의 행동을 두고 하는 말이지 그 사람의 말이나 마음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다. “저는 정말 용기있는 사람이에요. 저는 아이가 물에 빠지면 죽음을 두려워 말고 몸을 던져 아이의 목숨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와 같은 말에 용기있는 사람이라 여기는 이는 없다. 잘해봐야 용기있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군요 정도의 말을 들을뿐이다. 우리는 용기있는 마음이 있어야 용기있는 행동을 할 수 있다고 믿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이가 물에 빠지면 구해야 한다고 진심을 담아 목소리를 높이던 이도 막상 상황이 닥치면 몸을 사릴지 모른다. 자신 삶에서 우정이 가장 중요한 가치니 술값을 내겠다고 떵떵거리는 친구는 계산할때만 되면 설사가 나거나 통화중이고, 오늘부터 정말 공부하겠다는 결심은 이 가방만 사면 정말 공부가 잘될 것 같다는 확신으로 바뀌어 최저가 검색으로 시간을 보낸다. 아무리 강한 호언장담이나 동기부여도 소용없는 행동 장애는 나만의 비밀이 아니다. 모두가 그러하다. 하면 좋은 것, 해야 할 것은 물론 일상의 사소한 행동도 망설이고 미룬다. 설거지를 미루고, 청소를 미루고, 책 읽기를 미루고, 안부 전화를 미루고, 사랑한다는 말을 미루고 헤어지자는 말을 미룬다. 내일부터 운동하고,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하고, 내일부터 술과 담배를 끊고, 내일부터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오늘의 최선이다. 오늘 열심히 살아 내일 멋진 삶을 이루겠다는 결심은 아무리 강도를 높혀도 약빨이 먹히지 않는다. 찔끔찔끔 간헐적으로는 행동해도 원하는 만큼 이어지기 어렵다. 자신이 좋아한다고 믿는 것이든 싫어한다고 믿는 것이든 생각은 행동으로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행동하지 않는 군인은 군인이 아니듯, 행동하지 않는 삶은 삶이 아니다. 삶이란 나를 증명하는 과정이고 행동만이 내 삶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때린 후 내 진심은 사실 그게 아니었어라는 말은 행동 앞에 초라하다. 때리고 싶었던 마음이 진심이다. 행동보다 강한 진실은 없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는 것들에 속에 파묻히다 보면 삶은 점점 지치고 복잡해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행동과 군인의 행동을 생각하면 행동이 곧 용기다. 용기가 있어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니까 용기있는 것이다. 용기란 행동하는 능력 그 자체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행동을 주저하기만 하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대해 생각만 하는 사람이다. 생각만 하는 삶은 미생의 삶이다.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비로소 삶이 시작된다. 어려운 상황에서 훌륭하게 아이를 구한 영웅에게 어떻게 그런 대단한 일을 했냐고 물어보면, “왜냐하면 저는 대단히 용기있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니까요”라고 대답할까? “그냥 당연한 일을 했는걸요”라고 대답할까? 당연하다는 것은 자연스럽다는 뜻이고, 자연스럽다는 것은 평소의 직간접적인 행동으로 삶을 채워왔다는 뜻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것이 좋고, 백번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한 번 하는 것이 훨씬 자신의 삶을 이롭게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럼에도 행동을 미루는 이유는 불확실성 때문이다. 불확실성은 두려움, 망설임, 미루기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오늘 한 시간만 공부하면 서울대에 입학된다는 확실함이 보장된다면 학생들을 어떤 행동을 할까? 오늘 이 회사 주식을 구입하면 1년 뒤에 3배가 오른다는 확실성이 보장된다면 투자자는 어떤 행동을 할까? 결과가 보장되었을 때 행동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다. 결과가 보장되면 대부분이 같은 행동을 한다. 용기란 결과를 고려하지 않는 행동이다. 결과가 보장되지 않는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행동이 용기다. 용기란 투자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올 것을 기대하고 확률에 의지하는 행동이 아니다. 인간은 배움을 통해서 결과를 생각하며 행동하지만 기대하는 완벽한 결과만을 위한 행동을 하려 한다면 어떤 선택,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 세상은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불확실성의 원리로 불확실하게 전개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모든 불확실성은 두 가지 측면이 있다. 기회와 위험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둘 중 무엇이 나올지 모르는 불확성속에서 확실함을 찾기 위해 동전만 만지작거리다가 결국 던지지 않으면 게임을 할 수 없다. 삶은 게임과 비슷하다. 이기기 위한 게임만 하면 재미없다. 게임은 질때도 있고, 이길때도 있다. 그걸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게임을 해야 게임이 재미있고 게임을 점점 더 잘할 수 있다. 결과의 불확실성에 연연하 않고 행동하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 삶을 재미있는 삶을 살고 점점 더 잘 살 수 있다. 용기는 행동이다. 용기는 실패를 전제로 한 행동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삶에서 유일하게 배우고 기댈 것은 행동이며, 결과를 통해 배우고 성장해 또다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 용기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배운다. 용기있는 사람이 성장한다. 용기는 배움의 태도다. 용기는 실수, 결과를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음이다. 용기는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다. 용기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다. 어떤 결과에 상관없이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다. 결과에 기대지 않는 마음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행동 자체와 행동의 과정과 행동의 결과로 더 나은 행동을 이어지도록 연결짓는 마음이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일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 업무든 삶이든 괄목할한 성취는 예상과 계획밖의 범위인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일어난다. 불확실성의 리듬에 맞춰 멋진 춤을 추는 사람이 성취하는 삶을 산다. 멋진 춤을 추는 방법은 춤추는 행위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춤을 출 수 있다. ‘이렇게 출까? 저렇게 출까? 아냐, 나는 춤을 못추잖아. 나도 어색한데 보는 사람들은 얼마나 어색할까? 저 사람 정말 춤 잘 춘다. 난 저렇게 못해. 저 정도는 해야 춤이지.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 맞아 이런 건 나와 맞지 않아. 그래도 해보고 싶긴 한데, 출까? 말까?’ 이런 생각으로는 춤출 수없다. 그림을 잘 그리게 되는 유일한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글을 잘 쓰려면 글을 써야 하고, 춤을 잘 추려면 춤을 춰야 한다. 삶을 잘 살려면 삶을 살아야 한다. 삶을 산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이다. 행동하는 삶이 용기다. 용기란 불확실한 삶에서 확실성을 찾아가는 행동이다.
삶은 아는대로 펼쳐지지 않는다.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 하면 내게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매일 조금씩 실행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사실은 다 안다. 그럼에도 행동은 여전히 어렵다. 뭐든 가볍게 시도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뭐든 오래오래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다. 습관, 유전, 상황, 기질 다양한 변수들이 춤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확신이 들지 않아, 실수가 두려워, 좀 더 완벽하게 일하고 싶어, 망설이고 준비하고 생각만 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난 뒤에도 계속 그 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군인을 만드는 방법이 이런 우리에게 방법을 알려 준다. 우리는 군인은 아니지만 적어도 행동의 원리만큼은 같은 비결이 통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행동으로 옮기기 가장 힘든 일인 살인을 가능케하는 비결은 훈련이라는 행동의 반복이다. 행동연습을 통해 실제행동을 하게 하는 원리다. 군인과 일상의 직업이 같은 점은 행동을 요한다는 것이고, 다른 점은 군인은 타인의 목숨을 빼앗지만, 일상의 직업은 타인의 삶을 위한다는 점이다. 일상에서도 일터에서도 행동의 용기가 필요하다면 군인처럼 연습하면 된다. 일상에서 해야 할 것, 하면 좋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망설임, 주저, 미룸 없이 바로바로 하는 연습을 하면 된다. 행동하는 습관은 기르는 유일한 방법은 행동이다. 진로 선택이란 직업적 행동을 선택하는 일이다. 직업적 행동을 선택하고 해내기 위해서는 직업적 용기가 필요하다. 직업적 용기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특정 직업을 선택하고 그 일을 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진로 선택의 용기는 일상의 행동에서 나온다. 일상에서 생각보다 행동을 많이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이 행동을 방해하면 안된다. 완벽한 행동, 확실한 결과를 위한 행동만을 생각한다면 생각은 행동은 방해한다. 생각은 행동을 돕고 나아지도록 역할해야 한다. 행동을 해석하고 더 나은 행동으로 이어가기 위함이 생각의 역할이다. 행동을 변명하는 생각을 말고, 행동을 개선하는 생각을 해야 한다. 더 많은 행동의 제약을 위한 생각이 아닌, 더 많은 행동을 위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일과 삶에 성취가 따라온다. 행동이 용기다. 용기는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