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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필 May 23. 2024

스트레스는 왜 생기는가?

스트레스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행복해야 행복한 삶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없으면 행복한 삶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개개인의 일상에서 시간이 남아돌던 시대에는 뭔가 새롭고 재미있는 일들이 있어야 삶이 풍성해지고 의미가 생기고 행복한 느낌이 생기곤 했지만, 잠자는 시간도 점점 줄어들며 24시간이 뭔가를 해야 할 시간으로 꽉꽉 채워지다 못해 오늘 해야 할 일이 내일로, 모레로, 다음주로, 다음달로, 내년으로, 다음 생으로 밀려서 온 우주가 내가 해야 할 일로 가득 채워지는 요즘에는 단지 아무 일 없이 가만히 존재만 하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스트레스는 해야 할 일, 하고 있는 일, 했던 일, 하고 싶은데 못하는 일, 하기 싫은데 하는 일에서 생긴다. 여기서의 일이란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에서 확장된 간극을 줄이기 위한 인간의 행동 전반에 관한 일을 뜻한다.


스트레스는 왜 생길까? 그 원인을 알면 원인부터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스트레스는 간극에 관한 문제다. 간극이란 차이다. 틈이다. 벌어짐이다. 붙이고 싶은데 붙이지 못함이다. 연결하고 싶은데 연결하지 못함이다. 눈여겨 봐둔 물건을 사고 싶다. 하지만 살 여력이 되지 않는다. 이것이 스트레스다. 마음이 끌리는 사람과 사귀고 싶은데 그렇게 할 수 없는 상황, 취업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상황, 예쁘고 멋진 외모를 가지고 싶은데 그렇지 않은 상황, 성형수술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는 상황, 돈은 충분히 있지만 수술의 두려움 때문에 결정을 하지 못하는 상황, 성적을 올리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 상황, 시험에 패스하고 자격증을 따고 싶은데 계속 실패하는 상황, 팔로워들로의 좋은 댓글을 받고 싶은데 그렇지 않은 상황, 조직에서 인정받고 싶은데 그렇지 않은 상황,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되는 상황,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도 인정받지 못하는 느낌, 처음보는 저 인간은 그냥 지나가면 될 것을 기분 나쁜 눈빛으로 나를 흘끔 보는 상황 등 스트레스는 A와 B의 차이에서 생긴다. A는 이상이고 B는 실제다. A는 나의 상황, 내가 생각하는 것, 나의 바람이며 B는 내가 속한 곳의 상황, 세상으로부터는 오는 각종 정보, 타인의 생각과 행동, 나의 바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다.


스트레스는 두 가지 지점에서 생긴다. 첫번째는 A와 B 사이의 간극에서 생긴다. 나와 나 아닌 것들과의 차이에서 스트레스가 생기는 경우다. 타인과의 의견 차이, 내가 속한 곳,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경우, 성적, 사회적 성취와 인정, 타인의 말과 행동, 나와 다른 가치와 의사결정 등과의 나와의 간극에서 생기는 스트레스다. 두번째는 A내부에서의 간극이다. 내적 간극이다. 내적 갈등과 비슷하다. 타인으로부터 “너 왜 그렇게 못생겼니?”라는 말을 듣고 기분이 나쁘면  나와 타자, 나와 세상 사이의 간극, 즉 A와 B의 차이로 인한 스트레스다. 하지만 자신 스스로 자신이 바라는 외모가 형편없다고 평가하고 되고 싶은 모습을 갈망하기 시작하면 간극의 원인은 내면에서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외모가 형편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는 스트레스가 아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함에서 비롯되는 팩트이든 혼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공상이든 자신이 형편없고 쓸모없는 존재라 생각하는 것 자체는 스트레스를 유발하지 않는다. 자신을 한심하게 여기는 생각이 스트레스가되려면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라는 촉매를 만나야 한다. 되고 싶은 나와 그렇지 않은 나라는 두 생각이 서로 만나 화학반응을 일으켜야 비로소 스트레스가 생긴다. 스트레스의 근원은 바라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다. 이상과 현실의 간극이 스트레스다.


이상이란 자신과 대상을 해석해서 현실과 차이 있는 결론을 내릴 때 발생한다. 현실이란 타인들 생각의 총합이다. 숫자로 보면 절대적 우위를 차지하는 타인들의 생각은 세상을 움직인다. 진짜 문제는 대중의 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들이 갈수록 많아진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교육과 레거시미디어가 이런 역할을 했지만, 지금은 기업과 크고 작은 조직, SNS를 움직이는 수많은 개인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개인들은 자신들의 영향력에 책임을 지기 싫어한다. 자신이 하는 일에 책임까지 지면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서 보는 한 줄의 글과 한 컷의 사진, 짦은 동영상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제공되는 정보 속에 담긴 맥락을 삭제하거나 왜곡해서 오직 관심을 끌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텐츠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교육, 출판, 미디어, 마케팅, 사적 의사소통 등 모든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 텍스트든 이미지든 동영상이든, 말이든 행동이든 왜 그속에 담긴 목적과 의도는 은폐되고 사라진다. 오직 관심이다. 관심을 끌고 팔로워를 늘리고 더 많은 주목을 받는 것이 목적이 된다. 이는 수단과 방법에 상관없이 오직 돈을 버는 행위, 돈을 벌어서 어디에 어떻게 써야 의미있고 가치있는지와 같은 생각과는 점점 멀어지고 오직 돈을 버는 행위만이 의미가 있다 여기는 것과 비슷하다. 타인과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고 어떤 가치를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줄어들고 오직 영향력을 키우는 것만이 목적이 된다. 진짜 스트레스는 점점 확대되고 강화되는 이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일 그 자체다. 이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다. 무시와 비난 아니면 나도 영향력을 가지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서도 양극화된다. 무시와 비난하는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도태되고, 영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진짜 문제는 정보 해석이다. 매일매일 뇌가 처리하는 수많은 정보들. 그 정보들 속에서 의미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 가치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별해내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야 삶의 에너지를 허망하게 사용하지 않고 가치있는 곳에 집중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기는 곳에 몰입하며 에너지를 쓰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를 처리하는 뇌를 혹독하게 단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24시간 끝없이 모니터에서 스콜처럼 끝없이 정보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필요한 것은 선별된 정보를 해석하는 힘이다. 공부는 대체로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기 위함이 목적이다. 똑똑하다. 현명하다고 말하는 그것이다. 정보를 잘 해석하면 좋은 삶을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기를 당하지 않고, 나쁜 인간을 멀리하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 정보 해석을 잘하면 간극을 다루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간극을 잘 다룬다는 것은 간극을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목적에 맞는 좋은 간극은 의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생각과 행동의 동기, 에너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의미없는 간극은 애초에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집중해야 하는 가치있는 대상에 힘을 쏟을 수 있다. 지나친 정보의 입력, 너와 나의 더 나은 삶, 우리와 너희의 더 나은 삶이라는 목적에 맞지 않는 오직 관심을 끌어 영향력을 높이려는 목적만 담긴 정보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삶은 언제나 피곤하고 무기력하다. 피곤은 물리적 에너지가 모자람이고, 무기력은 정작 해야 할 것을 하지 못해 점점 멀어지는 간극 때문이다.


한줄의 글, 한컷의 이미지, 짧은 동영상, 문자 메시지, 주고받는 말, 그리고 행동들을 생각해야 한다. 그 속에 담긴 목적과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번거롭고 에너지가 들더라고 꼭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삶을 지키는 길이다. 삶을 지킨다는 것은 정보 속에 담긴 의도와 목적 영향력, 그리고 정보가 영향을 미칠 결과를 생각하며 수많은 정보들을 제대로 해석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 짧은 순간순간들 속의 ‘정보해석능력’이 결국은 한 사람의 삶을 결정할 것이다.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건 덤이다.    


A와 다른 상황, 현실이다. B는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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