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통에 엄청난 사람들이 부산에 몰렸다. 평지에는 지치고 힘든 삶을 의탁할 공간이 없었다. 사람들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부산의 모습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일제는 아름다운 부산 해안을 매립하며 부산의 모습을 바꾸었고, 전쟁으로 몰려든 사람들은 산으로 산으로 퍼져나가며 부산의 모습을 바꾸었다.
나 어릴적만 해도 눈에 들어오는 부산의 모습은 대부분 이랬다. 평지에서 산을 봐도 이런 풍경이었고, 산에서 낮은 평지를 봐도 이런 풍경이었다. 국내외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감천문화마을에 찾고 있는 듯하다. 가끔 가보면 그 엄청난 인기를 실감한다. 최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무슨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가듯 남포동 등지에서 그 가파른 오르막을 걸어걸어 감천문화마을로 향하는 외국인들을 많이 보았다. 혼자 혹은 삼삼오오의 외국인들이 비장하고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땀을 흠뻑 흘리며 산복도로 좁고 험한 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것도 평일이라 많이 놀랐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목적지에 닿는 방법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어렵고 힘들게 닿는 방법을 선택한다. 어떤 방법이 그곳에 다달았을때 더 큰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볼 일이다. 장내 미생물이 사람의 기분을 좌우한다는 최근 연구결과처럼, 결과의 의미를 좌우하는 것은 과정 아닐까?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과정을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삶을 구성하고 이끄는 요체 아닐까?
지난 4월 7일에 찍은 사진이다. 사람들은 감천문화마을이라고 하지만, 내게는 그냥 부산이다. 어디를 가도 공기처럼 눈에 들어오던 어릴적 부산의 모습이다. 90년대까지도 대부분 이런 풍경이던 것 같다. 왠지 옛날의 부산이 지금의 부산보다 훨씬 아름다운 것 같다. 저곳의 삶은 무척 고달팠겠지만. 세상이 더 좋아졌는지, 똑같은 건지, 더 나빠졌는지. 잘 모르겠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당사자성을 망각하고 타자의 삶을 외부자가 규정하는 태도. 그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