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결과 해석
Episode 11 (분석결과 해석)
포기할까?
시간은 흘러 어느덧 대학원 3학기.
석사학위를 따기 위해서는 논문을 의무적으로 저널에 등록해야한다는 의무규정 때문에, 지금까지 논문작성을 위해 기울여온 노하우를 총 동원해서 논문을 작성해서 저널에 게재하기 위해 벌써 여러 번의 투고과정을 거쳤지만 ‘수정 후 재심’, ‘게재불가’를 벗어나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점점 자신감은 떨어져 이제는 포기하고 직장이나 알아봐야 할듯하다.
세젤부 -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놈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고민하다 연구실 책상에 고개를 박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게슴츠레 눈을 떠보니 해가 서측 창문을 통해 뉘엿뉘엿 저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간은 참 잘도 가는구나...”
집에나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옆 연구실을 지나가는데 상섭이가 자기 지도교수님과 웃으면서 얘기를 하는 것이 보였다. “상섭이는 벌써 지도교수님과 두 편이나 써서 게재했다는데...”
밖으로 나와 자판기 커피 한잔을 뽑아 마시고 있는데 상섭이가 내려와서 내 등을 툭하고 친다. “뭘 그렇게 멍하게 있어?”
나는 뒤를 돌아보며, “넌 좋겠다. 벌써 두 편이나 게재하고...” “네가 세상에서 젤로 부럽다”
뭔가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너는 대학원 과정동안 열심히 하고 교수님한테 좋은 자료 받아서 모델링도 많이 한 것 같은데, 아직까지 게재 못했냐?”
“그러게 말이다. 주제 잘 잡고, 선행연구도 충실히 검토하고, 자료수집 잘해서 모델링도 다각도로 해서 결과들도 나름대로 잘 정리했다고 생각하는데 번번이 퇴짜를 맞는다.” “저널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논문결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말만 자꾸 되풀이하는데 난 뭐가 잘못 되었는지 아무리 봐도 알 수가 없다.” “네가 한번 살펴봐라.”
상섭이는 내가 쓴 논문을 쭉 훑어보더니, “잘은 모르겠는데... 너는 모델링에서 나온 결과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석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은데?” “하나하나의 결과에 대해 빠짐없이 꼼꼼히 설명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결과가 아니라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변수가 있는데도 대충 얼버무리고 있잖아.”
“우리 지도교수님이 그러시는데, 어떠한 분석결과에 대해서도 남들이 이해할 수 있게 해석을 명확히 할 수 있어야 내가 잘 이해하고 있는 거고, 그 과정에 익숙해져야 학위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하시더라.”
아무리 좋은 자료로 분석을 잘해서 논문을 써도 그걸 잘 설명하지 못한다면 논문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 특정한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있어, 모델에 들어가 있는 모든 변수들을 명확히 설명해줘야 하고, 상식적인 관점에서 범상치 않은 결과를 대충 얼버무리는 것은 절대 통하지 않는다. 바꿔 얘기해보면, 당신은 당신의 논문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반대로, 평이하지 않은 결과를 심사위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설명을 한다면, 매우 가치 있는 논문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독자의 입장에서 아주 쉽고, 자세하게 설명하려는 습관을 익혀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