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담을 수 없는 감정들
내가 담당하고 있는 온라인 홍보단 학생들과 콘텐츠 회의를 하기 위해 카페로 나섰다. 에이드와 케이크가 맛있기로 소문난 카페에 도착했다. 평소에는 회사에 있을 오후 시간에 햇빛이 잘 드는 카페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주문한 메뉴를 받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학생은 다른 학생을 보며 귀엽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 “흠~ 온홍온홍해~”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온라인 홍보단끼리 쓰는 특별한 언어라고 했다. “귀여워”라는 말은 너무 식상하고, 그렇다고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을 수는 없어서 만든 말. 어떤 영화에서 사용하는 것을 보았다고 했다. 그래서 그들은 온라인 홍보단을 줄여 “온홍하다”라는 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말은 말투와 표정에 따라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고 했다. 마치 “그냥”이라는 단어가 담을 수 있는 엄청난 포용력처럼 말이다.
이들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에도 그런 감정이 생겨났다. 귀엽다는 말보다 더 사랑스러운 감정, 사랑스럽다는 말보다 더 사랑스러운 감정. 그리고는 예전에 보았던 이 시가 생각났다.
나는 너를 고양이해
우리의 주문
네가 칼국수 면발을 후루룩 빨아들일 때
나는 너를 고양이해
내가 전단지를 접어 개구리를 만들었을 때
너는 나를 고양이했지
네가 식당에서 거스름돈을 받지 않고 나왔을 때
나는 너를 고양이해
내가 열쇠를 잃어버려 너를 기다리며 집 앞에 낙서를 할 때
너는 나를 고양이했지
고양이들 소리도 내지 않고
곳곳에서 우리를 보며
가짜라 했겠지만
겨울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나는 너를 고양이했고
네가 외투 한 벌로 버티며 바들바들 떨 때
너를 더욱 고양이했고
막차를 타고 목적지를 지나쳤을 때
너는 나를 고양이했지
내가 조급한 마음에 뛰다 길바닥에 꽈당 넘어졌을 때
나를 많이 고양이 했지
세상이 우리에 대한 호의와 적대를
갈아입을 때 나는 너를 더 고양이할 거야
견고한 벽 사이에서
기울어지는 그림자를 세우지 못해도
너만은 나를 더 고양이해줘
높고 낮고 유연하게 이유들을 지워나가며
우리는 우리를 더 고양이할 거야
<우리 동네 고양이> 황부농 지음
나는 너를 고양이해. 그리고 또 강아지해. 뭔가 마음에 모양이 있다면 몽글몽글해지는 느낌이다.
우리에겐 단어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