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는 평생을 가지만 쉽게 낫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내게도 상처들이 있는데 그중 제일 아픈 상처는
내가 가난했던 초등학교 시절
짝이었던 여자아이가
생일날 집으로 나와 같은 반 아이 몇 명을 초대했다.
생전 처음 받은 초대.
어떤 것을 어떻게 선물을 해야 할지 몰라
용돈을 모은 얼마 안 되는 동전들을 가지고
문방구에 가서 연필과 공책을 사서 깨끗한 봉투에 넣었다.
수업이 끝나고 반 아이들과 짝인 여자아이의 집으로
가던 중 나는 다른 아이들에 비교해 초라하게 입은 나의 모습, 그 아이들에 손에 들린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선물들을 보고 더는 생일잔치에 참석할 용기가 없었다.
교문을 나왔을 즈음 난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봉투를 꺼내 짝의 손에 쥐여주고 뒤도 안 돌아보고 무조건 뛰었다.
창피했다.
우리 집도 엄마가 살림만 하면서 내가 학교 갈 때 입을 옷을 챙겨주고 친구 생일날이면 가져갈 선물을 사서
예쁘게 포장을 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보면 그 당시에 나와 비슷한 형편의 아이들이 많았을 텐데 내가 제일 가난하다고 느꼈을까.
중요한 것은 그때 받은 상처가 몇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가슴에 남아 나를 아프게 한다.
나도 이런데 다른 이들은 어떤 상처들이 가슴에 남아 평생을 아프게 했을지 생각하기조차 싫다.
부디부디, 기분 좋고 행복한 일들이 가득해서 그 상처들을 덮어 기억 너머로 사라지길 소망할 뿐이다.
쉽지는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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