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낮에 오픈 초창기에 오셨던 손님이 오랜만에 방문하셨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빵을 주러 들르셨어요. 달콤짭쪼름한 소시지 패스츄리였습니다. 저녁 때는 이전에 선물하신다며 책을 포장해가셨던 손님이 오셨습니다. 포장을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적힌 쪽지와 함께 쿠키를 주셨습니다.
오늘은 단골 커플 중에 여자 분이 오셨습니다. 나가실 때 손편지를 주고 가셨어요. 책을 사면 커피를 주는 서비스가 남는 게 없을 거라고 걱정한 이야기와 함께 (다른 마음이 가득 들어간 이야기도 있고) 마지막에 'From. 무늬책방보존위원장'이라고 적힌 편지였습니다.
저는 서점 주인을 직업으로 택했고, 책방을 직장으로 택했습니다. 마땅히 이 일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자꾸만 더 주고 싶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서 뭐라도 하나 더 드릴 것이 없나 찾게 됩니다. 줄 것 없는 제 자신이 미워지고요.
이 공간에는 제 마음이 담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위에 자꾸 다른 이들의 애정 어린 시선도 덧대어집니다. 이 공간을 지속해야하는데, 갈수록 그게 어려워집니다. 돈 벌 궁리는 안 하고 사랑 받는 것에 기분 좋아 꿀을 퍼 먹는 곰 같은 주인이 되었어요.
너무 달콤합니다. 이 단 꿈에서 깨고 싶지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