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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May 01. 2024

찻잔

장유계곡 건너편 언덕

감나무 밭길 끄트머리에 있던

천복다향 찻집 이층

가장 끝 방 가벽 뒤로

옆방 손님들의 수다는 들려와

말소리 하나 없는 이쪽 방


바깥은 한여름

초록이 시퍼렇게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서늘한 땀방울 흐르고


끓인 물이 식을 때까지의 기다림

숨소리도 멎은 정적 속


찻잔으로 떨어지는

아슬하지만 분명한 물소리


넘치지 않게 조심하는 그 마음

두 손으로 받쳐 들고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은은한 차향

오래 또 깊이 들이마시며

 

허락되는 푸름이 입으로 몸으로 스미는

그 모든 과정에 의식을 두어


안에 흐르는 것과

 안에 흐르는 것이

다르지 않다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찻잔을 내려놓을 때의 아쉬움과

은근한 마음 다시 채워주는 다정함이

차방 가득 퍼지던 그때


한참 바라보던

찻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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