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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해여자 Jun 19. 2024

행암항에서

적도에서는 태양열에 의한 열에너지가 풍부하고 고위도에서는 열에너지의 결핍에 따른 열에너지의 불균형이 생긴다.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양한 규모의 대기 순환이 발생하는데, 태풍은 이러한 대기 순환의 일부분이다.

..


지난밤 큰 바람이 불었습니다.

스쳐 지나지 않고 한참을 머물렀으니

물결이 일렁이는 듯했음이 더 적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가슴뼈의 안쪽에 너울이 일었습니다.

깊고 오래 지속되었습니다.

누가 나를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어쩌지 못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구일까 아무리 떠올려보아도 떠오는 이가 없었습니다.

사실은 여럿이 흘러갔지만 기다 싶은 이가 없었습니다.


보통은 그러한 일렁임이 있은 후에

반가운 이로부터 소식이 전해져 왔습니다.

막연히 어느 이가 내 생각을 깊이하나보다 싶기도 했는데

지나고 보니

천둥 치기 전에 번개 먼저 오듯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하가 충돌해 천둥과 번개가 일듯이

나의 생활공간과 그의 생활공간 아닌 어느 곳에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거나

운명과 운명이 만나

또는 나의 과거의 마음과 그의 미래의 마음이 만나거나

의 현재와 나의 미래가 만나 그 속도를 맞추기 위해 충돌한 무엇이 특수한 에너지의 형태로 전해지는 것이 아닌지

텔레파시의 일종인 것도 같습니다.


또는

머리로는 생각하지 않는데 마음이 어느 곳에서 만났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이 되지 않는 서설이 길었는데


...........


행암항 그날

봄 치고는 뜨거운 낮이었고

내가 줄 것은 바다 밖에 없었다

언제 한 번 함께하자는 막연한 말도 건넬 수 없었다

그러나

피할 수 없이 차갑고 단단하고 날카로운 응원을 받고

갑옷 입고 세상 호령하는 무사로 승격한 것과 같이

무서울 것이 없어졌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당장은 곁에 있지 못하더라도

그 사람의 마지막은 지키고 싶다는 다짐을 절로 하게 되었다

말 한마디의 힘

깊고 은은한 응원의 힘

차마하는 그윽한 진심의 힘

그의 무엇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갖는다

내가 줄 것 바다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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