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m asatoma
Nov 13. 2024
안개 짙은 길이었다.
출장지에 도착하기 전 의령 충익사에 들렀다
모과나무를 보기 위해 몇 주째 오고 있다
가을 아침,
인적 없이 안개 가득한 충익사 뜰에 서서
나무나무마다에 말을 걸다가 대숲에 바람 부는 것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구골목서 여러 그루 짙은 향내 흐르는 뜰이다
곁에 함께하는 사람 없지만
멋진 신사 같은 나무들 사이 가슴이 뛰었다
지내온 시간 짧지 않을 텐데 잘 관리된 이들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서서 각각이 하나의 훌륭한 작품 같았다
잘 버티어온 생이 수피에 나뭇잎에 그대로 드러났다
팔을 둘러 껴안듯이 선 모과나무 한 그루를 올려다보고 있을 때였다
내 몸통만 한,
사냥개 한 마리가 달려와 내 주변을 휘감아 돌면서 으르렁거렸다
갈색 털에 목덜미 부분은 검은색 털이었다
순식간이었다.
장면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어쩌면 내 살점이 물어 뜯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소리를 치거나 어디론가 뛰어간다면
저 녀석에게 자극이 되어 더욱 공격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만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충익사의 뜰 가운데쯤 서 있었기 때문에
출입구 쪽으로 뛰기에도, 어딘가를 향해 뛰기에도
두세 걸음만 움직였다가는 저 녀석의 공격을 받을 공간이었다
현기가 돌았다.
그 사냥개가 내 주변을 도는 동안 나는 훌륭한 먹잇감일까를 생각했다
멀리멀리에 개의 주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서있다
원망스럽기도 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더 머물고 싶었지만 내가 있던 자리로부터 등을 돌리고 걸어 나오는 동안
언제 다시 그 개가 나를 향해 뛰어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뛸 수는 없었다
일상적인 걸음으로 걸을 수밖에 없었다
實現..
티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시기였다
'무엇'으로 존재할 수는 없겠지만
가볍고 가벼워 바람이 불 때마다 이리저리 옮겨 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 시기였다
젖은 낙엽도 언젠가는 마를 것이고
마르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바람에 쓸어질 날이 있을 것이므로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落果,
서러움의 무게만큼 一瞬 땅을 울리겠지만 그것뿐
누가 귀 기울일 새도 없이 소리 없이 썩어갈
쉽게 마르지도 않고 바람에 쓸리지도 않으며
그 자리에서 우두커니 밤낮으로 썩어갈
산짐승의 먹이도 되지 못할
짓이겨 허물어지는 과육 아래로 설움이 새어 나갈 뿐인
낙과 같아
티끌이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던(/는) 때이다
짙은 안갯속 바람에 대숲이 흔들리던 그 뜰 한가운데 서서
언제 온 지 모를 사냥개가 으르렁대며 나를 중심에 두고 돌고 있을 때
내가 건져 올린 하나,
그 恐怖가 어쩌면, 다행히 살고 싶음의 반증일 수도 있겠다는 것
그러나 뒤따라오는 하나,
살점이 물어 뜯기는 것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아쉬움
차라리 그럴 거라면 두 발로 걸어 나가는 편이 더 나을 거라는 計算
꿈꾼 것 같이 아득하다
생생한 꿈쯤이라고 생각되는 하나의 에피소드
그 장면이 말하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있는 이 시점
며칠 전에 썼던 문장을 반성하라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란 이 정도쯤 되어야 하니
두렵다는 말을 함부로 쓰지 말라하는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