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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Oct 26. 2023

섬세한 사람은 글을 쓴다.

섬세한 사람이 사는 법 2.

한때는 생각이 너무 많거나 깊게 뿌리를 내려, 하루 종일 정답을 찾으려 애썼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었다. 의식적으로 생각의 양과 깊이를 조절하게 되었다는 의미이다. 나는 왜 굳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된 걸까? 그리고 어떻게 변할 수 있었을까?


내가 생각하는 섬세한 사람들은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많은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되면 남들보다 몇 배나 되는 양의 정보가 축적된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축적된 정보를 재빨리 정리해서 필요한 것만 취하고, 그 외의 것은 버려야만 머릿속이 정돈된다.

그런데 이 정리라는 것이, 머리만 굴린다고 저절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 대표적인 해결법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말하면서 저절로 정리가 된다. 두 번째는 글을 쓰면서 정리를 한다. 이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이 두 가지는 미묘한 차이점이 있다. 말로 정리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되는 것이고, 글로 정리하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물론 말하는 것에도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말을 하다 보면 저절로 정리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글쓰기에 비하면 큰 노력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생각을 글로 정리하고 표현한다는 것은, 꽤나 머리를 쓰는 일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기장에 두서없이 끄적이는 글이 아닌,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이라면 맞춤법, 띄어쓰기, 단어 선택, 문맥의 흐름, 읽히기 쉽게 담백하게 쓰는 것. 이 모든 것들을 고려해야 하기에, 말하기보다 글쓰기가 왜 더욱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말보다 글로써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작정 써 내려간 글을 다듬을 때마다, 생각도 함께 다듬어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서 존재감 없던 생각이 내손 끝을 통해 글이 되고, 그 글이 눈에 들어오고, 다시 읽히면서 명확하고 뚜렷해진다. 말은 입에서 한 번 나오면 끝이지만, 글은 이토록 다르다.


정돈되지 못했던 생각들이 글로 정리되면서 필요한 생각만 남게 되고, 찌꺼기는 자연스레 잊힌다. 그리고 글 쓰는 과정에서 외면당한 찌꺼기들은 내 마음속에서도 자연스레 사라지게 된다. 그야말로 마음이 정화되는 과정에 가깝다.

이토록 마음 건강에 좋은 글쓰기가 체질에 맞아 다행이다. 요즘은 책을 읽는 사람보다 책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굳이 다수에게 읽히지 않더라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계속하도록 만드는 이유가 생겨서 또 다행이다. 스스로를 위해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이들에게 닿고, 글에 담긴 진심이 잔잔한 위로와 공감이 되어 포근함을 줄 수 있다면 그걸로 됐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 사람이구나. 행복도 연습을 많이 한 사람이 더 자주 느낄 수 있다.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라는 것을 명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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