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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벼리 Nov 17. 2023

섬세한 사람은 무계획을 계획한다.

섬세한 사람이 사는 법 3.

나는 '파워 J'라는 소리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가끔씩은 무계획의 하루를 계획하기도 한다. 무계획을 굳이 계획까지 해야 하는 걸 보니, 인정하기 싫어도 뼛속까지 J인가 보다.


내가 생각하는 계획이란,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이다.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타인과의 약속도 소중하게 여길 테고, 그 성실함으로 성공한 인생을 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성공의 의미는 개인마다 다를 테니 각자의 해석에 맡긴다.)


그러니 하나만 봐도 열을 안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은 아니겠지. 그래서 운동을 하든, 독서를 하든, 꾸준히 하는 사람이 멋있고 매력 있어 보인다.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건,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걸 테니까.




이런 가치관을 갖고 사는 내가, 왜 무계획을 계획하게 된 걸까?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지나치게 계획에만 의존하다 보면 강박이라는 게 생긴다. 이 계획을 무슨 수가 있어도 지켜내야 한다는 강박. 만약 계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오는 자기반성의 시간이 반복될수록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래서 계획을 세울 땐, 지킬 수 있게끔 현실적으로 세우는 게 좋다. 그러려면 나를 객관적으로 볼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서 무리하게 계획을 세우다 보면, 현실의 나와 마주했을 때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을 통해 현실의 나를 마주하게 되었고, 지금은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요즘 분초사회라는 말이 떠오르던데, 난 그런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나갈 생각이 없다. 하루를 분으로 쪼개어 세밀하게 계획하는 삶. 생각만 해도 숨 막히고 답답하다.


스스로를 옥죄며 사는 삶이 얼마나 피곤하고 지치는지, 그것이 결국 사람의 몸과 마음을 얼마나 병들게 하는지,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다. 물론 하루를 분으로 쪼개어 사는 삶이 체질에 맞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금이 그런 시대라고 해서 반드시 흐름에 몸을 맡길 필요는 없다.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과 성향에 맞게 살면 그뿐이다.




지금까지 계획을 세우는 삶의 장단점을 얘기했다면, 지금부턴 무계획의 장단점도 얘기해보고자 한다. 살다 보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무수히 많다. 무계획의 삶은 그럴 때 빛을 낸다. 계획한 바 없으니 어떤 상황이 와도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변수가 생겨도 크게 낙담하지 않고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런 변수들을 즐기는 수준까지 갈 수도 있다. 인생이란 어떻게 될지 몰라 참 재밌는 거라며 말이다.


단점이라면 흘러가는 대로 살다가, 물살에 떠밀려 목표에서 한참 벗어나거나 지나칠 수도 있다는 것. 하루하루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시간만 흘러있고 정작 변화나 성장이 없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인생이란 덧없고 허무하다며 한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른이 된 이상 선택과 책임의 몫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 계획과 무계획의 대표적인 장단점을 봤을 때, 어떤 것이 득이고 실일지 생각해 본다면 나는 계획을 세우는 삶을 택하겠다. 하지만 '삶의 균형'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내가 내린 결론은, 계획을 세우는 삶에서도 숨 쉴 틈은 주자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심신이 고장 나겠다 싶은 순간이나, 일주일 중에 무조건 쉬도록 정해놓은 요일엔 무조건 무계획을 계획한다. 그게 내가 정한 '숨 쉴 틈'이다. 특히나 프리랜서의 경우, 국가 공휴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쉬는 날을 정하는 것이다. 일과 쉼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스스로의 원칙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길게 갈 수 있다. 짧고 굵은 삶이 좋은 사람은 이 반대로 하면 된다. 쉬지 않고 달리는 거다. 하지만 나처럼 가늘고 긴 삶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무계획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한 번 뿐인 인생,

균형을 잡고, 가늘고 길게, 숨 쉴 틈을 주면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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