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늘벼리 Apr 10. 2024

섬세한 사람은 책을 읽는다.

섬세한 사람이 사는 법 7.

자극의 시대. 우리는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죽하면 숏폼이나 도파민의 위험성을 알리는 유튜브 동영상들이 즐비할까. 


하지만 나는, 이 현상이 남의 이야기 같다. 최신 유행을 알지만 취향에 안 맞다면 굳이 따라 하지 않는 성향이고, 애초부터 기승전결이 없는 이야기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주로 종이책을 읽었다.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 시절엔 전자책 같은 게 존재하지도 않았던 시절이니까. 요즘엔 전자책을 주로 읽는 편인데, 무엇보다 좁은 책장을 걱정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 그리고 외출할 땐 보부상 스타일이라, 짐을 줄일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종이책 특유의 냄새와 책을 넘길 때 소리. 감성 가득한 그 느낌이 좋아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은 꼭 종이책으로 구입하는 편이다. 종이책에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기도 하고, 책갈피를 사용하며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다. 내 것이어야만 가능한 행위가 어쩌면 만족감을 주는 걸 지도 모르겠다. 




갈수록 책을 읽는 사람들보다 책을 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고 한다. 읽어주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쓰는 사람들은 많아진다? 뭔가 수요 없는 공급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표도 출판을 하기 위해서인데, 씁쓸한 현실임이지만 나름 괜찮다.


왜냐하면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보다 성장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건 아마도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성향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돈벌이도 안 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은 과정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말이다.




어쨌든 쓰는 것보다 읽는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야지. (아무래도 쓰는 사람이 있어야 읽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 솔직히 털어놓자면, 한동안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소홀히 했었다. 이유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었기 때문이다. 


욕심나는 일에 몰입하느라, 정작 가장 중요한 일에 눈길을 돌려버렸다. 내 마음속 찌꺼기를 청소해 주고, 새로운 영감을 채워주는 가장 중요한 일에 말이다. 아무도 관심 없겠지만 여기서 욕심나는 일이라 함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일이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는 건, 영상 편집에 일상을 갈아 넣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튜브 운영에 많은 시간과 체력, 그리고 마음을 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글 쓰는 시간과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영상 편집을 해본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자막을 다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운 편이다. 스토리텔링도 해야 하고, 장면에 걸맞은 자막 센스도 필요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자막에서 막히는 일이 최근 들어 자주 일어났다. 


나는 진실의 방으로 들어가 곰곰이 생각을 했다. 요즘 내게 결핍된 게 무엇일까. 어디서부터 꼬인 것일까. 원인 파악은 간단했다. 독서와 글쓰기의 결여였다. 스토리텔링이나 글 센스의 근본은 독서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더 갈고닦아도 모자랄 판에 가장 중요한 것을 건너뛰고 결과물에만 집중하니 잘 될 턱이 있나.


그래서 다시 돌아오기로 마음먹었다. 참고로 지금 이 글을 쓰는 시간은 새벽 4시인데, 자다가 벌떡 일어나 무작정 노트북을 열었고, 첫 줄을 채우다 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써 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번 깨닫는다. 가장 중요한 일에 시간을 아끼지 말자고. 




보통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의 변명을 들어보자면, 가장 큰 이유를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이 없다.'라고 한다. 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사람 치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휴가에도 책을 한가득 챙겨서 책만 읽다가 돌아오는 외국 CEO도 있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은 시간이 남아 돌아서 책을 읽는 걸까?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열하게 살 것이고, 누구보다 시간을 밀도 있게 써야 한 기업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일 텐데.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이 늘 책을 가까이하는 것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건 나 자신에게 하는 소리이다. 흔히들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하는데,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이다. 남에게 향하는 시간을 거두고, 나에게 집중시키는 시간이 바로 책 읽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경험을 얻으면서도, 나를 대입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나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어서 조금씩 성장하는 기분이 드는데, 이게 독서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같은 일을 겪어도 섬세한 사람은 받아들이는 감정의 깊이가 깊고, 생각의 양이 많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 깊은 감정을 다스리고, 흩어진 생각 조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매거진의 이전글 섬세한 사람은 요리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