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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준호 Jun 04. 2024

배려인 줄 알았는데 충청도 남자라 그랬슈

여보한테만 충청도 남자여~ 남들한테 짤 없슈~

출처 쿠팡플레이

아내랑 한참을 재밌게 본 드라마가 있다. 임시완 주연에 '소년시대'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가 일품이다. 1980년대 낭만을 그대로 그려냈다. 드라마를 다 보고 30분을 충청도 사투리로 대화해야 잠을 잤다. 우린 서로의 충청도 사투리를 평가했다. 본적이 충남 서천이 내가 정통성을 물려받았다면 우겨됐다.


그렇게 한참을 충청도 사투리로 얘기했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일상의 어려움을 느끼고 다시 서울리안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서울대병원에서 태어났다며 내가 진짜 서울사람이라 정통성을 주장했다. 그렇게 신혼 때만이 할 수 있는 유치한 대화들이 오고 갔다. 


그래서 내 아내는 내가 충청도 사람인란 걸 안다. 그리고 최근 나에게 해준 말이 있다. "오빠,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해! 충청도 사람이라 그래? ㅋㅋㅋ"라고 말이다. 사실 앞선 상황에서 난 저녁에 배가 고팠다. 아내가 요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배려라 생각하고 배고프지 않다고 했다. 


근데 계속 주방과 냉장고를 뒤적이는 모습을 본 것이다. 배고프냔 아내의 물음에 난 배고프다 이실직고했다. 그렇게 저녁을 차려주고 맛있게 밥을 먹었다. 아내는 이런 상황이 제법 있었나 보다. 그동안 내가 원하는 대답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고 한다.


난 배려라 생각해 얘기 안 했는데, 사실 아내 눈에는 내 속내가 뻔히 보였던 것이다. 상대를 안다는 것이 이렇게 속내까지 있다는 게 실로 놀랐다. 숨김 보다 아내의 통찰력이 높다는 알게 됐다. 그리고 기분 나쁘지 않게 "충청도 사람이라 그래?ㅋㅋㅋ"라고 놀리는 게 참 고마웠다.


누군가에게 확실히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게 진짜 배려란 생각이 든다. 상대가 헷갈리지 않게, 신경 쓰지 않는게 오히려 더 편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엔 확실히 내 표현을 하려 한다. 


누구나 개인의 기질과 함께 지역의 특징을 갖고 있을 것이다. 어디가 좋고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 아내는 갈팡질팡 하는 충청도 남자와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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