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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썸머 Jul 06. 2017

라 라 랜드(La La Land)

열정, 그 끌림의 법칙에 대하여



라라랜드(La La Land) / 2016 / 미국


감독 : 다미엔 차젤레
출연 :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등


화려하기로 작정했다. 
전작 <위플래시>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긴장했다면, <라라랜드>의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관 의자가 무척이나 좁게 느껴질 만큼 엉덩이를 들썩이게 한다. 꿈을 향해가는 이들의 찬란하지만 마음 한켠이 아려오는 이야기는 환상의 장소, 라라랜드(La La Land)에서 펼쳐진다.


* 이하 내용은 영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열정 : 끌림의 법칙


영화 <라라랜드>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꼽자면 ‘꿈’과 ‘열정’이다. 정통 재즈바 오픈을 꿈꾸는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배우를 꿈꾸는 미아(엠마 스톤). 세바스찬은 기껏 다시 연주 기회를 얻은 레스토랑에서 지정곡 대신 자신이 연주하고 싶은 프리 재즈를 선보이고 잘린다. 미아는 할리우드 스튜디오 내 카페에서 일하며 화려한 배우의 삶을 꿈꾸지만 매번 오디션에서 낙방할 뿐이다. 자꾸만 희미해져 가는 이들의 꿈을 다시 불태우는 것은 꿈을 가진 서로의 열정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끌리게 되어 있어. 자신이 잊은 걸 상기시켜주거든.”


세바스찬과 미아가 서로에 끌리게 된 순간들엔 꿈과 열정이 있다. 세바스찬이 쫓겨났던 레스토랑에서 연주한 프리 재즈곡이 미아를 그에게 이끌었으며, 다시 만난 그리니치 언덕에서 이끌림은 절정에 달한다. 

라라랜드에서도 그렇듯이 간혹 그 열정이 관계의 끝을 주기도 하지만, 사랑은 서로의 열정을 발견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영화는 이를 증명하듯이 이 둘이 함께 ‘A Lovely Night'에 맞춰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정성스럽게 보여준다. 서로에게 전혀 끌리지 않고, 이건 시간낭비라며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지만 이미 몸은 함께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다. 화려하게 지는 석양 아래 미아와 세바스찬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조그만 이끌림을 넘어 사랑을 시작한다. 


[이유없는 반항]을 보고 있는 세바스찬과 미아


꿈이 있는 자들의 이유 있는 반항


미아와 세바스찬의 사랑은 그들을 막아서는 현실에 대한 반항이다. 

둘이 함께 본 영화가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것도 그 사실을 증명한다. 미아는 세바스찬과의 만남을 이어가며 주어진 역할만 요구하는 오디션에 지원하는 것을 관둔다. 대신 세바스찬의 도움을 받아 어릴 적 연극을 썼던 경험을 바탕으로 1인극에 도전하고, 결국 이 연극은 그녀가 배우로서 성공하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발판이 된다. 


반항적 요소는 영화 후반부 그녀가 다시 기회를 얻게 된 다큐멘터리 오디션에서도 이어진다. 아무 말이나 해보라는 심사위원들 앞에서 미아는 영화 초반부 어설펐던 상황극 대신 센 강에 이유 없이 뛰어들었던 이모를 말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세바스찬의 경우, 미아의 응원 덕에 다시 정통 재즈 바를 찾아다니며 프리 재즈 피아니스트로 활동한다. 중간에 잠시 밴드로 활동하긴 하지만 미아의 배우 데뷔와 함께 결국 그도 그토록 꿈꿔왔던 재즈바 SEB'S를 성공적으로 운영한다. 안 맞는 옷에 억지로 몸을 우겨넣는 것만 같았던 오디션과 느끼한 표정을 짓고 화보를 찍어야 하는 밴드 대신 그들만의 주체성과 열정을 표현할 수 있었던 1인극과 재즈바를 통해 비로소 꿈을 이루어 낸다.




슬픔을 극대화하는 화려한 장면들


미아와 세바스찬은 각자의 꿈을 얻지만 미아의 다큐멘터리 캐스팅을 기점으로 이들의 사랑은 끝난다. 어쩌면 둘의 슬픈 엔딩은 영화의 배경이 LA의 할리우드 스튜디오라는 점에서 이미 예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스튜디오는 영화를 만들어내는 곳이며, 영화는 현실이 아닌 판타지이다.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화려한 시퀀스로 인해 슬픔은 더욱 극대화된다. 가장 화려하지만 슬픈 장면은 단연 세바스찬의 상상이 휘몰아치는 마지막 신이다.



자신이 원했던 재즈 바에서 다른 사람과 결혼을 한 미아를 마주친 순간, 세바스찬은 연주를 시작한다. 그의 재즈는 둘이 처음 만났던 순간으로 시작해 그동안 놓쳤던 순간의 선택들을 다시 되돌린다. 그들의 사랑과 반항의 기억들은 너무나도 낭만적이어서 그 모든 장면이 그의 상상이라는 것을 깨달은 순간 심장이 쿵 떨어진다. 첫 만남에서 어깨를 치며 지나치지 않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면 어땠을까, 화보 촬영 대신 그녀의 공연에 갔으면 어땠을까.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바스찬, 미아와 함께 우리도 마음이 한없이 무너져 내려져 버린다. 화려한 장면과 함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다시 Replay 버튼을 누르고 싶어 진다. 이번 판타지에서는 그들이 꿈과 사랑을 모두 놓치지 않기를 한없이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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