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10월도 끝이다. 시간이 빠르다.
10월 중에는 연하장 인쇄 주문을 해야겠다 싶어 어제 하루 연하장 그리기에 시간을 넉넉히 투자했다.
2024년은 파란 용의 해라고 한다. 2023년은 검은 토끼. 2022년은 검은 호랑이...
매년 이 맘때 즈음 되면 그 해의 동물을 각각의 색상에 맞춰 그려 친지친구들에게 보냈다.
미신과 일상의 스팩트럼은 오묘해서 12간지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아보이지만 일본의 육성점술(한국의 사주는 그에 반하면 훨씬 더 일상적인 듯 하다) 정도가 되면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나오기 시작한다. 20년도 전에 티비 자주 나오던 무서운 노년여성이 육성점술의 이름아래 "올해는 대살계(大殺界, 사람의 인생에 안 좋은 시기) 야! 조심해", " 너 그 따위로 살면 지옥에 떨어진다." 라는 말을 연예인들에게 쏟아부었다. 그냥 한 때의 유행이려니하고 까맣게 잊고있던 그 미신을 동료에게 들었다. 동료는 평소의 프로젝트 진행에서부터 크게는 아아의 교육방침, 이사, 전직 등에 그 점술을 참고 한다고 했다.
"정말 잘 맞는 거 있지. 거기에 맞춰 선택을하고 생활을 하면 나중에 정말 그러길 잘 했지라는 맘이 든다니까."
회식자리에서 그 이야기를 듣고 동료들 모두 다 같이 육성점술로 2023년 올해의 운세를 찾아보았다. 나의 올해 운세는 재성(財政). 엄청나게 돈이 들어올 한 해라고 했다. 실제는 어떠했냐하면 그럭저럭 오래 다니던 사무실을 나왔고 당연히 수입은 없어졌다. 지금 그 이야기를 돌이켜보며 하나도 안 맞잖아, 뭐 그런 걸 믿나하는 생각에 조용히 웃음이 나왔다. 나는 그 때 사실 기대하긴 했을까. 별의 수호아래에서 통장잔고가 늘어나는 그런 꿈을.
2024년의 육성점술을 볼까하다 말았다. 내년이 되면 또 주변에 휩쓸려 사주를 찾고 토정비결을 찾고 그럴 수도 있겠지. 그래도 여전히 알 수 없을 것이다. 확실한 건 12마리 동물들은 매년 돌고 돌아 돌아올 것이고 그 때마다 무슨 빛을 띄고 있는지 인터넷 창을 검색해 알아볼 거라는 사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