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얼마 전, 남산 밑에서 점심 약속이 있었는데 근처에 버려진 풀장이 있다고 해서 몰래 들어가 보았다. 오래전 외국인 대상으로 운영되던 호텔이었던 이곳의 이렇게 운치 있는 풀장이 있었다니. 그 시절로 돌아가 보고 싶었다. 호텔 로비와 같은 형태의 건물 입구도 오래된 멋이 느껴졌다. 머릿속으로 이 곳에 물이 차있는 풍경을 상상해본다. 수영을 즐기는 사람보다 비치 체어에 누워 햇살을 만끽하며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이 분명 많았을 것이다.
‘수영장’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여름’은 분명 반가운 계절이다. 워낙 ‘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수영장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물론, 실내수영장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여유 없이 자유형만 해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작년, 일본 영화 <POOL>에 나온 치앙마이의 호시아나 빌리지라는 곳을 여행했다. 더 좋은 호텔의 인피티니 풀도 가보았지만 왜 그 작고 아담하고 조용했던 풀장이 그렇게 좋았는지 모르겠다.
다가오는 여름휴가에 어디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다면, 어떤 풀장이 있는 곳을 가볼지 고민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마냥 조용하고 여유 있는 혹은 파티가 끊이지 않는 그런 곳. 풀장에 몸을 담그지 않더라도 여름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꼭 한번 떠나보길. ‘욜로’, ‘워라밸’, ‘소확행’과 같은 조잡한 트렌드 키워드는 이제 그만, 머릿속으로 생각해보고 떠날 수 있다면 그리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면 출발! 아님 말고.
2018. 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