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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Oct 19. 2022

변호사일기 : 스타트업 자문

여기가 기운이 좋은 곳이라네요

'스타트업'은 사실 법적으로 정의되는 단어는 아니다. 

벤처기업은 법적 정의가 있기도 하지만 꼭 스타트업과 중첩되는 용어도 아니다. 

사실 이런 저런 요건들을 제시하고 여기에 부합하면 벤처기업이다 모다 하고, 나름 딱 보면 이게 스타트업이다 아니다 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스타트업은 그냥 빠른 성장이 기대되는 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중 중도 아니다. 소다.) 젠척하는 용어로 포장하자면 J커브를 그릴 것이 기대되는 유망한 신생 기업 정도가 되겠다. 



만약 어떤 새가 오리처럼 걷고, 헤엄치고, 꽥꽥거리는 소리를 낸다면 나는 그 새를 오리라고 부를 것이다.



물론 우리가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회사들은 기존에 '중소기업'하면 떠올리던 회사들과는 사뭇 다른 점이 있는 것들이 사실이다. 기존의 기업들이 도전하지 않는 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고, 빠른 성장을 위한 결속력 높은 구성원 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고, 그러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핵심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움직이는 방식은 차근히 매출로서 조금씩 사업을 키워나가는 기존의 중소기업적 접근 방법과는 분명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기업 대 기업으로서 어떤 본질적인 차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다만 회사를 성장시키고 시장에 안착시키는 방법의 차이라고 할 것이다. 오히려 정말 본질적인 차이라면 "꿈의 크기"라고 할까. 적당히 벌어서 꽤 잘 먹고 살고 싶은 정도라면 스타트업과 같은 위험감수는 잘 하지 않는다. 아마 어떤 정량적 요소보다는 이러한 부분에서의 정성적 요인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을 가르는 기준이 되지 않나 싶다. 





이 '꿈의 크기' 에 '스타트업'을 자문해주는 변호사도 감화되는 경우가 많다. 스타트업 대표님들 또는 직원분들을 만나보면 (특히 시드~시리즈A 단계) 기운이 정말 좋다. 법률 현안 이야기도 하지만, 이분들이 꿈꾸고 계획하고 실행해나가는 면모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에게도 엄청 자극이 된다. 특히 이분들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필요한 것들을 찾아서 학습하고, 그것들을 엮어내에서 뭔가 되도록 만들어 내는 모습은 때로는 경이롭기도 하다. 그리고 어쩔때에는 문득 안주하려는 마음이 들었던 내 속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물론 모든 창업가가 선의의 인간인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와 같은 형태의 삶만이 도전적이고 생산적이라고도 할 수 없다. 때로는 우리는 행간에서 사람들의 선언한 바와 실제를 구분해 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위 집단으로서 '스타트업'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집단만큼 매력적인 집단은 드물거라는 생각도 든다. 너무 진부하지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이랄까..! ㅋㅋㅋ




아무튼 결국 여기가 기운 맛집이라서, 이 바닥을 떠나기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아마도 지원하는 역할에서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간질간질한 욕망도 계속 자극 받을 것 같다. 왜냐면 사실 우리는 혁명을 하고 싶었고,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혁명을 할 기회들을 주고 있는 거니까. 물론 자본주의의 틀 안에서. 하지만 일단 내밀어진 손을 뿌리칠 필요 있는가. 


 


오늘의 헛소리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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