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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새벽 Sep 14. 2022

변호사일기 : 커피 끊기

우리는 이 중독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현역 때 아저씨들의 회식 자리에서, 살짝 취기가 오른, 한참 격무에 시달리고 있을 실무자가 건배사에서 직장인의 3대 영양소가 알코올, 니코틴, 카페인이라고 하던 말을 듣고 마음이 몹시 안쓰러웠는데, 나는 알쓰라서 술은 자주 마시지는 않고, 담배는 아주 이따끔 술자리에서나 한모금씩 뻐끔거려 보는 것이 전부라 저 가운데 2개 영양소에는 의존하지 않으나, 카페인만큼은 달랐다.   


모든 기호식품이 그렇듯이 커피에 나는 단지 맛과 향취가 아닌 낭만을 기대고 있기도 한데, 왠지 아무 향도 남지 않은 커피가 항상 가득 내려져 있는 포트가 들어찬 커피메이커가 사무실에 반드시 있어 언제든지 커피를 물처럼 마실 수 있어야 사무실이지라고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그런 식의 커피메이커는 사라지는 추세이고 세련되어진 사람들의 입맛에 따라, 그리고 이용의 편리함에 따라 캡슐커피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 같고, 더러는 직접 드립커피를 내려마시기도 하더라. 


아무튼, 나 역시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커피와 기타 카페인 음료를 입에 달고 사는데, 어쩔 수 없이 잠이 부족하므로 특히 가급적 피하려던 저녁 시간대에도 홀짝이곤 했다. 저녁 시간대에는 사실 커피보다 치명적인 것은 칼로리가 없다하여 걱정없이 마시던 '제로'가 붙은 콜라나 펩시와 같은 탄산음료 등인데, 이들에게도 적잖이 카페인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아침커피 한잔, 오후 커피 한잔만 해도 이미 적당량 초과인데, 열시 넘겨서는 커피는 안 마신다면서 탄산음료를 마시고 있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가. 덕분에 오후 열두시를 넘긴 시간에도 도로 각성된 상태가 유지되었지만 자는 시간이 밀릴 뿐 아니라 수면의 질도 몹시 나빴었으리라. 


이렇게 계속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서, 커피를 끊기로 마음먹었는데, 커피를 안 마시니 온몸에 기운이 없고, 잠에서 깨어도 개운하지 않고, 머리고 아프고 한 것이 벌써 몇일째이다. 추석 기간을 이용해서 딱 끊어야 했는데, 덕분에 추석 내내 잠만 엄청 자버렸다. 그리고 아직도 내 커피금단증상은 진행중이다. 


대타로 다소 카페인 함량이 낮다는 차를 마시고 있는데, (홍)차는 차대로 빈속에 마시면 또 타닌 성분 때문에 어지럼증과 헛구역질을 유발한다는 것을 알았다. 결론은 아침을 조금 더 든든히 챙기고 (홍)차와 물로 커피 소요를 대체하고 이후 홍차도 줄여서 완전히 카페인 의존증을 대체하는 것인데, 이러다가 또 새벽까지 일할 일이 있으면 금단 증상을 이겨내고 커피를 멀리한 보람도 없이 결국 몸에다가 카페인을 투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 것이다. 사실 커피를 딱 끊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항상 위와 같은 방식으로 결국 돌아왔기 때문에 어떤 영구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번에도 마냥 카페인의존을 두고 있을 수는 없어서, 또 다시 커피 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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