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문학동네의 ‘디에센셜’로 나온 김연수 작가님의 글 모음을 읽었는데 리더스에 처음으로 책 검색이 안 되는 당황스러운 상황. 브런치에 기록을 남겨놓게 된 계기가 됐다.
단편을 읽을 땐 ‘아 난 이 작가와 역시 잘 안 맞아...’ 하다가, <일곱 해의 마지막>으로 접어들면서 ‘어라 맞잖아...?’ 하는 신기한 경험 후 산문 모음으로 넘어가니 ‘완전 잘 맞는다!’고 감탄을 불러일으킨 모음이었다.
그중 <일곱 해의 마지막>은 백석 시인의 생애를 알려진 부분과 알려지지 않은 부분까지 모두 작가의 상상력과 정보력으로 그려낸 역작이다.
주인공 기행(백석의 본명)은 북한 체제 하에서도 자신의 글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외줄 타기를 하듯 아슬아슬한 활동을 펼치다 결국 ‘삼수갑산’의 삼수로 쫓겨난다.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 그녀를 만난 곳을 마치 고향처럼 그리워하는, 그리고 일본에서의 학업과 서울에서의 화려했던 때를 되짚어가며 시인과 함께 호흡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삼수로 넘어가서 누군가 자신의 예전 시를 언급하니 그것을 부끄러워하며 도망쳤다가 그날 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비롯한 자신의 과거 작품들을 연필로 써서 찢어 태우는 일을 반복하는 장면에선 먹먹함이 느껴진다. 얼마나 쓰고 싶었을까.
누군가에게 읽히면서 생명력을 얻는 글과 나 혼자만을 위해 쓰는 글. 쓰는 사람의 의지에 달렸겠지만 아마 시인의 글은 전자인 듯하다. 뒤늦게나마 시인의 글이 조명받게 되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