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수
비행기가 고장 나서 비상착륙하는 시뮬레이션(바다 위에서의 고장, 엔진 꺼짐, 기장/부기장 부재 시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써주심), 비행 중 응급환자 발생 시, 기장/부기장의 역할, 비행기에 대한 여러 가지 궁금증, 국제선 목적지 체류 등등 여러 가지 비행 관련 생활과 상식을 전문지식을 가지고 쉽게 잘 풀어놓은 책이다.
저자 신지수 님은 알고 보니 학교 먼 선배님이시다. 졸업 후 일하다 조종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비행을 배워서 대한항공에 오래 있다가 하이난항공을 거쳐 에어프레미아에서 비행하고 있다.
애 책을 대신 빌려주려고 도서관에 왔다가 신작에 꽂혀있어서 제목만 보고 빌렸는데, 정작 애는 읽지 않고 내가 반납하기 전에 읽게 되었다. 저자가 이 분인지는 몰랐다.
2년 전 어느 가을날에 애랑 둘이 부모님 댁에 놀러 가서 그곳에서 잤다. 애는 먼저 자고 나는 잠이 안 와서 이곳저곳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어느 파일럿의 글 모음을 보게 됐다. 어떻게 조종사가 됐고, 교육받을 땐 무엇을 배웠고, 국적기를 몰면서 어떤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고(위기의 순간도 있었다. 비상착륙과 같은), 과거 발생했던 항공사고를 이분 관점에서 재구성하는 등등 글을 엄청 잘 쓰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문과생이었고 선배님이셨다.
다른 때라면 그냥 재미있었다고 잊었을 글이겠지만 유난히 그때 읽었던 글이 기억에 남은 건 그날 밤 글을 다 읽고 잠들었다가 잠자리가 바뀌어 뒤척거리다 일어나서 다시 전화기를 들여다봤을 때, 이태원에서 사고가 나서 몇 명이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속보가 포털 홈에 떠 있었다. 그렇다. 그날은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밤이었다.
책을 읽고 그때 그 글들이 무척 재미있었던 기억에 다시 읽어볼까 하여 블로그를 찾아봤더니, 이 책 말고 다른 책이 이미 출판되어서 그런가 블로그가 없어졌다. 그때 난 다른 주소를 찾아서 글을 읽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검색을 해서 흘러들어 갔는지 통 찾을 수가 없다. 다시 그 글들을 전화기로 읽으면 그날 밤에 계속 숫자가 늘어나던 사망자와 공식/비공식매체 가리지 않고 여과 없이 온갖 사이버 공간에 떠돌던 끔찍했던 영상을 몇 개 보고는 꽤 긴 시간 약한 트라우마에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를 것 같아서 그만 찾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