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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알옹 Nov 09. 2024

소설, 한국을 말하다

장강명 외 20인의 작가

화려한 라인업을 꾸려서 4000자 안팎의 짧은 소설들로 현재 한국의 사회상을 그려냈다. 문화일보에 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연재되었다고 한다.


총평: 반찬은 수십 가지 나온다는 백반집에 기대하고 들어가 젓가락을 들어 이것도 먹어보고 저것도 먹어봐도 영 신통치 않아서 어제 먹은 맛있는 김치찌개집 생각이 간절해진다.


1. 기획 의도(‘한국’이라는 시공간을 함께 지나는, ‘지금, 여기’의 ‘우리’를 드러내야 한다)가 명확해서 작가가 도구로 사용된 느낌이다. ‘애초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게 소설이 하는 일 중 하나고, 소설가들은 늘 인간의 마음을 유영하고 있기에 그 과정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라는 기획의 말에 괜히 배알이 꼴려서 내가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모든 작품엔 의도가 있지만 그 의도가 작가의 의도가 아니라 기획자의 의도라는 게 너무 훤히 보여서 그렇다.


2. 작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썼을까? 주제를 받은 작가들이 어떻게든 이야기를 꿰어 맞춘 느낌이 든다. 물론 이야기 자체의 구성은 놀랍도록 주제를 잘 표현하고 있지만 왠지 억지로 쓴 느낌이 드는 건 뭘까. 멀리서 보면 디올 백인데 가까이서 보면 중국인들이 바느질한. 너무 짧은 분량 탓인지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힘이 약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3. 좋아하지 않는 작가의 글이 있었다. 어떤 작가의 글은 뛰어나고 어떤 작가의 글은 읽히지 않는다.


4. 그냥 자유롭게 발표된 작가들의 작품 중 기획자의 주제에 맞는 조각들만 가져와서 붙여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새롭지 않아서 안 팔렸겠고 신문지상에 실을 수도 없었겠지.


5. 빈곤, 양극화, 산업재해(위험의 외주화), 분단, 수십 수백 명이 죽어나가는 각종 참사, 노령화, 직장갑질, 양육지옥, 인구(지방)소멸, 학교폭력, 마약, 자살을 다룬 이야기가 없다. 한국을 말한다고 하는데 상대적으로 쉬운 이야기만 말하고 있다. 죽음을 잘 다루는 작가들도 분명 많은데 왜 핵심은 피해 가면서 겉핥는 이야기들을 늘어놓고 마치 한국 사회를 모두 훑어본 듯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고 있는가.


라인업 보소… 올스타전 아닌가! (하긴 올스타전이 포스트시즌, 하물며 정규시즌 경기보다도 재미없는 경우가 많지)


장강명: 프롤로그

곽재식: AI

구병모: 콘텐츠 과잉

이서수: 거지방

이기호: 사교육

김화진: 번아웃

조경란: 가족

김영민: 현대적 삶과 예술

김멜라: 고물가

정보라: 타투

구효서: 자연인

손원평: 오픈런

이경란: 팬심

천선란: 새벽 배송

백가흠: 다문화 가족

정이현: 반려동물

정진영: 섹스리스

김혜진: 노동

강화길: 중독

김동식: 돈

최진영: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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