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동네 카페

카페는 계속 불이 켜지고

by 청량 김창성

그것이 루틴이었다

#. 사장은 열심히 일하는 알바


장사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또 다른 인생에 소회를 남기고 가는 것이다.

카페를 하며 어찌 좋은 일만 있을 수 있겠나. 소위 말하는 갑질하는 손님을 상대도 해야 한다. 카페 입구에 주차하는 사람과 싸우기도 해야 한다. 참을 인자 3개로는 견딜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기도 한다. 상대를 이기려고 할수록 근수는 더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안다. 자신을 더 낮추고 더 양보하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고 믿고 싶은지 모르겠다. 근수와 희정은 자신들의 일에서는 잘 싸우는 법이 없었지만 다른 사람과의 다툼에 근수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땐 큰소리까지 내며 싸울 때도 있었다. 속앓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켜주고 바라보는 가족들을 위해 그렇지 않은 척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사장은 열심히 일한 대가를 나누어 주고 남는 것을 가지는 아르바이트라고 생각하면 한 없이 편해졌다. 인연은 닮은 사람들과 더 닮아 가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삶은 모든 것이 인연으로 연결된다는 걸 잊지 않으려 한다.

스승이 되어 주신 교수님과도 만났다. 정을 나누고 베푸는 법을 일깨운 동네 어르신들도 만났다. 아들뿐인 근수와 희정에게 딸 같은 아르바이트도 생겼다. 행복한 일들이 좋은 만남과 인연이 지난 아쉬운 일들을 잊게 해 준다. 인연을 이어 주는 각자의 노력이 운명처럼 남아 주는 시간이 되었다.

카페 문을 씩씩하게 여는 소리가 들린다. 라디오 방송에 이야기했던 손님 , 에스프레소 원 샷을 하던 그 단골이 군대에서 제대를 하고 다시 찾아온 것이다. 희정에게 "저 제대했어요"라고 말한다. "어머 제대했어요?" 라며 희정이 반긴다. "앞으로 친구들과 아지트로 할 거라 자주 오겠습니다" 라며 말한다. "제대하고 이렇게 다시 찾아줘서 반갑고 고맙다" 고 희정이 말한다. 이문을 남기는 것보다 이런 인연,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이 된 것이 새삼 기분이 좋았다. 작은 동네 카페 어세만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근수는 매일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카페 주위를 청소한다. 마주치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하고 단골과 악수도 나누며 그 일에 집중한다. 희정이 "자기아! 너무 상술 부리는 거 아니야" 라며 청소하는 이유를 야속하게 말한 적이 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아니다. 뭐!" 라고 근수가 대답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할 수 있냐고 희정이 다시 묻는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보여주기식의 청소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자꾸 청소를 하다 보니 습관이 되었고 청소를 하는 날 좋은 일이 많이 생기는 것 같은 징크스가 되어 버렸다. 아니 요즘 유행하는 말로 그것이 루틴이었던 것이다. 청소를 열심히 한 후 커피머신의 헤드와 포터필터를 청소한다. 커피의 맛을 좌우하는 물량을 체크한다. 이 모두가 근수의 아침 루틴이 되었다.

며칠 전부터 청소를 마칠 때쯤 중년의 신사가 모닝커피를 마시러 오고 있다. 공부를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노트북을 켜고 무엇인가를 계속 입력하고 있다. 잠시 쉴 때는 담배를 피우러 나간다. 슬쩍 노트북 화면을 보았지만 그래프 같은 것만 보이고 자세히 알 수가 없었다. 희정이 "저 사람 또 염탐하러 온 거야 뭐야?" 라며 근수에게 묻는다. "설마, 요즘 저런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지" 라며 근수가 의심스러운 눈빛을 한다. 아마 저번에 여자분의 염탐 이후 카페를 오픈해서 예민해 있었던 것이다. "근데 왜 자꾸 같은 시간에 오지" 라며 근수가 말한다. 희정이도 자꾸만 그 사람에게로 시선이 가고 있다. 그렇게 아침 시간이 흐르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한창 바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희정이 깜짝 놀라며 "아까 그 사람 아니야" 라며 놀란다. 근수도 놀라며 "응, 맞다" 라며 그 사람을 바라본다. 그때 뒤를 따르는 분이 교수님이 아닌가!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도 교수님인가?" 라며 희정이 말한다. "교수님과 그 사람이 함께 점심을 드시고 커피를 드시러 오시는 것 같다" 며 근수가 말한다. 희정이 놀란 표정으로 교수님께 인사한다. "교수님! 무료쿠폰 한 개 있으십니다."라고 희정이 말한다. 그 사람도 아케리카노를 주문하다. 두 분이 계속 대화를 나눈다. 커피를 다 드시고 나가시며 "이 사람이 내 제자" 라며 소개해 준다. 근수와 희정이 인사를 한다. 교수님이 "내일쯤 이 사람과 같이 사장님과 얘기할 게 있으니 카페에 있어달라"라고 근수에게 말한다. "예, 무슨 일이신지?" 라며 궁금해하며 말한다. "중요한 일이니 내일 자세히 얘기하자" 며 급히 나가신다.

다음 날 아침 교수님과 그 사람이 함께 카페로 왔다. 심각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를 부탁할 것 같은 표정이 보였다. 근수와 함께 편안한 자리에 앉는다. 희정은 잠시 카페 손님을 위해 음료를 만들며 귀와 모든 신경이 그쪽을 향하고 있다. 교수님이 그 사람을 이렇게 소개했다. "내 제자이고 사업가라고, 요즘 카페가 인기가 있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해 보고 싶어 한다" 며 근수에게 말한다. "예, 그러시군요" 라며 근수가 답한다. 오랫동안 커피 수급과 장비 구입에 대해 경로를 다 알아보았던 것이다. "내가 이 카페를 이야기하니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왔다"라고 교수님이 말한다. 그 사람은 "커피와 그 밖의 장비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사장님은 메뉴에 대한 교육과 고객 응대 등 서비스에 전반적인 교육을 부탁드린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말한다. 근수는 저번 라디오 방송에 나가는 것처럼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프랜차이즈 계약을 하면 근수에게 오픈할 때마다 일정 금액을 수당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자본이 없는 근수와 희정은 솔깃한 제안이기도 했다. 교수님이 근수와 희정에 대해 "부부가 참 열심히 하고 착실해서 단골이 되었다가 가족처럼 제자처럼 지내는 사이"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근수와 희정은 아직 순수함을 간직한 채 살아서 그런지 자꾸만 의심스러워졌다. 그래도 교수님이 그럴 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정중히 시간을 좀 달라는 말을 전하고 헤어졌다. 근수와 희정은 며칠을 잠도 설쳐가며 고민하고 있었다. 희정이 제안을 받아 들어야 하나? 라며 근수에게 말한다. 근수도 확답할 수 없어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글쎄"라고 말한다. 둘은 교수님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더욱 고민이 깊어져 가고 있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교수님의 아낌없는 관심과 조언이 너무 감사해서 그랬을지 모른다.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가자던 부부의 약속이 잠시 흘리고 있었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는 있지만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어색하다는 생각에 부담감이 밀려왔다. 선택은 항상 갈등과 고민을 안겨 준다. 처음 카페를 시작할 때 미래를 예측할 수 없어 고민했던 것처럼 말이다.

희정이 상기된 얼굴로 근수에게 말한다. "더 많은 투자와 더 좋은 상권에서 카페를 시작할 수 있었지만 능력도 능력이지만 카페를 이윤을 남기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는 것이었지" 라며 말을 계속 이어간다. "하이리스크-하이리턴"이라고들 이야기한다. "카페를 단순히 투자의 목적이었다면 위험을 감수하고 통 큰 투자를 해서 돈을 남기는 장사꾼이 되었겠지"라고 희정이 근수의 눈을 바라본다. 근수도 며칠 잠도 못 자고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희정의 말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노력해서 얻어지는 결과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그동안 맺어진 인연의 소중함을 잊지 않길 바라고 가족 같은 작은 동네 카페의 주인장으로 살아보는 것도 그 어떤 것보다 행복하다고 믿어보자. 근수도 우리들의 삶이 점점 계산적이고 개인적인 모습으로 변해 가는 걸 아쉬워했었다. "지금 끈끈하게 맺어진 사람들과의 인연이라는 디딤돌이 하나씩 놓일 때의 마음이 바로 초심이고 장사꾼으로 살아가는 정체성이라고 했지" 라며 희정을 바라본다. 선택했다. 욕심을 내려 두고 사람들과의 소통과 정이 넘치는 이 작은 동네 카페를 지키기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삶을 살기로...

다짐한다. 지금까지의 인연을 이어가고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미래의 모습을 그려가기로 했다. 자신이 만들어 가는 성공법칙을 확신했다. 거창한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카페를 운영하시는 모든 사장님들이 연결된 함께 공유하는 파트너 쉽을 맺어 갈 것을 설계했다. 지금 이 순간도 환하게 웃으며 사람들의 마음 얻으면서 그 인연과 소통을 위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이 세상의 모든 사장님들과 카페 사장님들께 이 글을 바친다.

근수와 희정도 지금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이 유쾌한 동네 카페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밤 새 꺼지지 않도록 마음속 카페 불은 계속 켜 두고 있을 것이다. 내가 불편할수록 다른 이가 편해진다는 글을 가슴에 남겼다. 한 걸음씩 미래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근수와 희정이 서로를 바라보며 우리는 영혼을 담아 파는 장사꾼이자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임을 영원히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끝.

우리는 유쾌한 동네 카페를 지키는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