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을 타다
출근길 아침, 똑같은 길이지만 근수와 희정은 즐겁게 서슴지 않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걸어간다.
정말 색다르고 처음 느껴보는 아침이다. 라디오 방송분 녹음을 위해 리포터와 출근길을 동행한다. 비가 조금씩 내리는 아침, 집 앞에서 리포터를 만나다. 카페에서 취재를 하는 줄 알았지만 리포터는 이번 방송 녹음분은 특별히 출근하는 것부터 녹음을 한다고 말했다. “매일 이렇게 함께 출근하시나 봐요”라고 리포터가 묻는다. “오픈하고 얼마 안 돼서는 혼자 있으면 힘들기도 하고 할 일이 많아서 같이 출근했어요” 라며 희정이 대답한다. 옆에 있던 근수가 “카페 있는 시간이 너무 길다 보니 가끔 둘 중에 한 명은 한 시간 정도 늦게 나올 때도 있다” 고 말한다. 혹시 한 명이 늦어 갑자기 바쁘면 집에서 쉬고 있던 사람이 빨리 카페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준비해 두었다. 희정이 말한다. “근수가 혼자 있을 땐 왠지 불안해 집에서 쉬는 게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고 한다. 카페는 아무래도 여자의 손이 많이 가는 메뉴가 있다. 그래서 CCTV를 쉴 때도 보고 있어야 한다. 손님이 많아도 걱정, 너무 없어도 걱정이다. 그래서 손님이 조금이라도 몰리면 집에 있는 사람이 빨리 카페로 향해야 했다. 자전거 체인 돌아가는 소리, 바퀴 구르는 소리까지 꼼꼼히 녹음을 했다." 녹음을 한다고 다 나오지 않을 거예요" 라며 근수와 희정에게 말한다. 근수가 카페의 경비를 해제한다. 경비가 해제되었습니다 란 음성이 나오고 문을 연다. 차근차근 리포터가 근수와 희정이 행동을 말없이 살피고 있다. 조명을 켠다. PC를 켠다. 온수기 온도를 올린다. 그때 리포터가 소형 녹음기를 카운터 중앙에 조용히 올리더니 “지금부터 녹음됩니다.”라고 말해주고는 가까운 자리에 앉는다. 근수와 희정은 25년 차 부부라 평소에 그 어떤 사람보다도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일반적인 부부들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눈다. 녹음기를 놓고 태연히 앉아 있는 리포터는 미소를 지으며 쳐다보고 있다. 평소와 다르게 둘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어색해한다. 녹음이 될 까봐 조심조심 대화를 하고 있는 순간, 리포터가 끼어들며 한마디 한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세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방송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다 방송되지 않고 제가 다 편집해요" 라며 더 활짝 웃는다. 이때 부부의 스승이자 교수님이 들어오셔서 이 분위기를 전환시켜 주신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평소와 다름없이 꾸부정한 자세와 고개를 숙이신 모습으로 한쪽 손을 들어 보이시며 희정의 "좋은 아침입니다" 란 인사를 받아 주신다. 눈치 빠르신 교수님이 상황을 파악하시곤 얼른 가시려고 한다. 근수가 "저희 라디오 방송에 나오게 됐습니다. 지금 녹음 중"이라고 말씀드리니 "와! 대단하네 좋은 일이 생겨서 나도 기분이 좋다"라고 하시며 뒷모습에 한쪽 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근수와 희정이 "좋은 하루 보내세요"를 합창하듯 인사한다. 잠시 후 평소에 아침 등교시간에 오는 여학생이 들어온다. 리포터가 얼른 일어나더니 녹음 중인 녹음기의 마이크를 살짝 펴더니 그 손님과 인터뷰를 한다. "아침에 커피 자주 드시나 봐요?"라고 묻는다. "예, 커피를 먹어야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요"라고 답한다. "이렇게 일찍 여는 카페가 잘 없는데 그래서 자주 오시나 봐요?"라며 두 번째 질문을 한다. 예, 여기는 아침 8시 오픈이라 학교 갈 때 미리 커피를 사서 가요", 여자 사장님이 친절하시고 커피도 맛있어서 자주 온다"라고 하는 대답을 녹음기에 카페에서 나는 원두 가는 소리와 목소리를 함께 담는다.
첫 강의 시간이 지나면 조금 여유로운 시간이 근수와 희정에게 주어진다. 이때 리포터가 부부와의 인터뷰를 위해 자리에 안기를 권한다. 근수는 이런 아침이 찾아오다니 라며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TV에 나오는 맛집도 아니고 달인을 소개하는 것도 아니지만 동네 카페를 운영하면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평소에 TV방송이나 라디오에 나오는 분들을 보면서 한 번쯤 방송에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 정말 방송에 나갈 수 있을 줄은 몰랐다. 지역방송이지만 아침을 열어가는 사람들에게 카페의 활기찬 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리포터가 희정에게 묻는다. "카페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라고 묻는다. "대학생 세 명이 오더니 에스프레소 원 샷 하기 내기를 했어요, 그러더니 가위바위보를 한 후 지는 사람이 원샷 마시기를 하는 거 있죠." 희정이 그 모습을 보며 안쓰러워했다며 말을 잇는다. 안 걸린 학생들은 좋아서 웃음소리가 카페 안으로 퍼지고 있을 때 희정이 아들벌 같은 학생에게 과자하나를 건네며 "얼른 먹어요"라고 했다. 그렇게 단골이 된 학생이 짧은 인연을 뒤로하고 군에 입대를 한다며 찾아왔다. 희정이 "건강히 잘 다녀와요"라고 인사를 나누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그리고 잠시 후 녹음을 잠시 멈춘 뒤 근수가 카페밖으로 나간다. 리포터가 그 뒤를 따르며 녹음기를 다시 켠다. 근수는 리포터가 녹음하는 걸 신경 쓰지 않고 가게 뒤편으로 가서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카페 주위를 쓴다. 리포터가 질문한다. "오늘 만 청소하는 거 아니죠?" 라며 묻는다. 그리고 바로 녹음을 시작하려고 한다. "카페의 얼굴과 같다는 생각으로 귀찮고 힘들어도 매일 이 시간이면 주위 쓰레기부터 담배꽁초 등을 청소한다"라고 근수가 말한다. 녹음을 하는 동안 주위의 사장님이 방송국에서 나와 녹음하는 걸 보고 놀라워한다. 빗자루를 쓰는 소리와 지나가는 단골과 인사하는 소리가 녹음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니 불편했던 방송 녹음도 적응이 되는 것 같았다. 카페 안으로 들어와 부부의 지난 이야기와 늘 가까이 있으면 불편하시겠어요 라며 리포터가 장난 섞인 말투로 묻는다. 근수가 대답한다. 부부는 닮아 가는 게 맞지만 가끔 싸울 때도 있어요.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 있는 게 부부라고 생각해요 라며 부부가 함께하는 동네카페에 대해 짧게 소개하며 녹음을 마친다. 방송 출연 덕분에 식사교환권도 선물로 받았다.
며칠 뒤 아침 7시 30분 아침을 담는 소리라는 라디오 방송에 나왔다. 아주 옛날 라디오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 사연의 소개를 기다리던 마음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진행자와 리포터가 활기찬 목소리로 함께 편집 잘 된 내용으로 방송이 되었다. 커피 가는 소리, 커피 머신소리와 음악소리, 에피소드 등 고스란히 리얼하게 방송을 탔다. 진행자의 마지막 멘트가 가슴에 남았다. " 두 부부가 거의매일 붙어서 카페를 하시는 걸 보니 너무 잘 맞는 것 같다며 "천생연분이신 것 같다"라고 한말, 시행착오를 겪으시며 카페로 정착하신 것 같다"라고 해 준 말이 아직도 오래 남아 있다.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좋았다. 그동안의 고생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근수와 희정은 기쁘고 행복한 날이었다. 방송을 들은 손님이 "라디오에 두 분이 나오시던데 축하합니다. 제가 가는 카페가 방송에 나와서 신기했다"라고 인사한다. 희정이 "저희도 방송에 나올 줄 몰랐다며 손님들 덕분"이라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근수와 희정이 신청한 어반자카파의 커피를 마시며가 마지막으로 흘러나왔다.
근수와 희정이 서로 마주 보며 같은 말을 한다. "우리 너무 방송 체질인 거 같아" 라며 웃는다.
근수는 요즘 새벽 4시에 일어나는 것이 익숙해져 있다. 혼자만의 시간이 외롭다고 할 수도 있지만 하루를 깨우는 이 조용한 시간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는 자신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현재는 미래를 꿈꾸게 해 주며 다시 도전할 용기를 준다. 깊은 고민 중에 근수는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필사하고 생각을 정리한다. 시간 날 때마다 책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사람의 자세와 중년의 동기부여라는 책을 두 권을 열심히 쓰고 있다. 그동안 적어 두었던 내용을 정리해서 주제와 줄거리를 출판사에 보냈더니 출간을 해 보자는 연락이 왔다.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진솔한 이야기와 포기하고 싶을 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내용의 책이다. 현대인들에게 공감되고 참고가 될만한 내용이다. 선구자가 있어야 그 뒤를 따르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듯이 근수의 경험이 시작하기 힘들고 어려울 때 읽으면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근수 역시 힘들 때 찾는 것이 첫 번째는 사람이었고 두 번째는 경험자의 책이나 조언이었다. 좋은 사람과 인연을 맺는다는 것은 가족이 되는 것이다. 그 인연이 오래가면 식구가 되는 것인 것처럼 말이다. 인연이 닿을 수 없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것이 색이다.
오래전 적어 두었던 꿈들이 이루어질 때마다 성공이라는 색을 칠한다. 엉키고 꼬이지 않는 꿈에게 약속의 시간이 주어졌다. 지금도 적어 두지 못한 꿈을 다시 적으며 달려 볼 것이다.
희정은 건강과 다이어트 관련 개인 방송으로 제법 많은 회원을 모았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것이 제법 방송인처럼 보인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면 자신이 꾸는 꿈은 헛되지 않은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다.
그토록 바라던 전원생활의 꿈이 이루어졌다. 산이 보이고 강물이 흐르는 한적한 시골마을에 미니하우스를 직접 설계해서 인테리어까지 마쳤다. 가성비 좋은 미니하우스 앞에는 텃밭이 있다. 희정은 요즘 농사를 배우느라 바쁘다. 직접 가꾼 채소와 과일을 재배해 유기농 식재료를 얻기 위해서다. 갈수록 건강에 좋지 않은 가공식품이 많아지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이다. 희정의 마지막 꿈의 색칠은 직접 재배한 식재료로 건강식을 할 수 있는 음식 레시피를 만들어 방송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 수록 건강이 우선이라는 걸 느꼈다. 근수의 친구들이 벌써 큰 병에 걸리거나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건강해야 더 많은 꿈을 꿀 수 있지 않는가!!! 근수와 희정이 직접 재배한 재료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그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