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동네 카페

뜻밖의 행운도 과정이다

by 청량 김창성

원망할 시간도 아깝다

#. 하루의 에피소드가 쌓이는 것이 인생


지난 과거가 아날로그였다면 현실은 디지털이고 미래는 가상현실 함께 살아가야 한다. 이미 로봇과 AI가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다. 근수는 생각한다. 커피도 로봇이 만들면 오차가 없는 양으로 일정한 맛을 낼 수 있지만 커피도, 우리가 먹는 집밥도 사람의 손 맛이 또 다른 풍미를 더한다는 믿음은 변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사람과 더불어 살아야 하고 사람은 사람과 이어져야 사람의 깊은 맛을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세상은 복잡해져 가고 삭막해져가고 있는 게 느껴진다. 어릴 적 시내버스에 나이 드신 어른이 타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양보했었다. 희정이 어느 날 버스를 탄 얘기를 한 적이 있다. 한 할머니가 버스에 올랐다고 한다. 희정이 주위를 살폈지만 다들 다른 사람의 일에는 관심도 없고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할머니는 미안한 듯 "고마워요"란는 말과 함께 자리에 앉으시곤 희정의 가방을 받아 들으시며 "서서 가면 힘들 텐데 미안해서 어쩐다"라고 하셨다고 한다. 희정은 그날을 이야기하면서 "자신의 작은 배려로 이렇게 기분이 좋은데 봉사와 기부를 하는 분들은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한다고 하지만 가끔 뉴스에 흐뭇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갑자기 쓰러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재빨리 119에 전화 걸어 주고 심폐소생술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래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게 얼마나 우리들에게 위안이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이제는 변해 가는 세상도 걱정이지만, 거기에 로봇이 사람을 대신한다면 얼마나 사람의 마음이 메말라 갈까 하는 걱정도 된다. 편리한 지금을 누리면서 과거를 그리워하며 미래는 불안해야 할게 자명하다.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사람의 마음까지도 기계적으로 변할까 하는 것이다. 정이 고픈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남겨진 숙제인 것 같다. 어떻게 변해가는 세상에 잘 어울리며 살 것인가 하는 지금의 고민은 이어질 것이다. 주어진 삶을 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따라야 한다. 행운은 그저 운이 아니라 최선을 다해 얻어지는 과정이다.

근수와 희정은 동네 카페를 지키는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복권도 당첨된 적이 없었고 행운권 추첨도 잘 걸리지 않았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가진 것들을 나누는 행복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나누고 베푸는 것의 행복은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의 몫은 아니다. 학생 봉사 단체 회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적은 금액이지만 매달 소년소녀가장들에게 기부를 하고 있다. 힘든 그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라본다. 그들 역시 나눔의 소중함을 배우고 나중에 뜻깊은 일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대학가 그리고 동네 카페의 시간은 예상을 하지 못하는 손님들이 확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점심시간을 지나 오후 3시경이 되면 잠깐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희정이 근수에게 "집에 가서 쉬고 와" 라며 근수를 부른다. "집에 가면 또 할 일이 많을 텐데 집안일은 적당히 하고 쉬고 오라"고 희정에게 말한다. 희정은 "고마워"라며 집으로 향한다. 잠깐의 휴식은 저녁시간의 고됨을 이겨 낼 수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날이 저문다. 장사꾼의 하루는 하루의 후반전의 시작일 뿐이다. 하루를 마감하는 맛있는 저녁식사와 안식처가 되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이 카페 주인장의 중요한 일이다. 밤 10시 30분이 되어야 비로소 마감을 하고 집으로 향한다. 열심히 일한 후 몸에 남은 커피 향만큼 짙게 힘겹게 지나가고 있다. 슈퍼에 먹을거리를 사러 가면 계산하는 직원이 "사장님한테 커피향기가 난다"라고 말한다. 갑자? 기 커피 생각이 난다며 부러운 듯 근수를 본다. 놀라 듯 "예? 그래요? 저는 잘 못 느끼는데 커피를 좋아하시나 봐요" 라면서 좋은 뜻의 말인지 나쁜 뜻의 말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영혼 없이 본능적으로 나오는 말을 사람들은 잘한다. 카페를 하면서 근수도 손님에게 그렇게 생각 없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본다. 근수는 결제할 때 도장 10개 모인 무료쿠폰을 보았을 때 처음에는 제발 쿠폰은 다음에 썼으면 하는 바보 같은 생각도 했었다. 이제는 그런 손님이 많아지는 것이 더 좋다고 알아가는 것처럼 몸으로 부딪쳐 보고 알아가는 것이 마음을 여유롭게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용했던 카페 안이 손님으로 가득하다. 이럴 때는 단골이 찾아주셔도 제대로 말 한마디 나누지 못한다. 창가에 여자 손님이 무엇인가를 한참 동안 메모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잠시 후 그 손님이 희정을 부른다. 바쁜 시간이지만 영문도 모른 채 희정이 다가간다. 근수도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궁금해한다. 카페에 창업에 대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는 줄만 알았다. 그 손님은 근수에게 바빠 보였는지 "수고하세요! 사장님" 이란 짧은 인사와 목례를 하고 갔다. 희정이 심각한 듯, 기분이 좋은 듯 애매한 표정으로 근수에게 다가선다. "무슨 얘기를 그렇게 오래 했냐" 며 궁금한 근수가 희정에게 묻는다. "무슨 얘긴 궁금하지?" 라며 더 궁금하게 하며 근수에게 말한다. "손님이 많아서 장사가 잘 되니 카페를 하고 싶어서 그런가?" 라며 근수가 묻는다.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 라며 한참을 뜸을 들인다. "아까 그 여자 손님이 라디오방송국 리포터인데, 우리 카페를 취재해서 방송하면 어떨까" 하고 취재 승낙받으러 오셨어" 라며 희정이 말한다. "되도록 빨리 알려달라고 하시며 갔어, 어떻게 하면 좋겠어?"라고 근수에게 묻는다. 근수도 생각에 잠긴다. "아침 8시에 오픈하는 게 소문이 나고 손님이 많아서 꼭 방송에 내 보내고 싶다고 했다" 며 희정이 자꾸 근수에게 말한다. "무슨 내용이길래 카페를 취재하려고 하지?" 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희정에게 말한다. "아침의 소리를 담다"라는 라디오 코너라면서 출근시간 같은 시간 열심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녹음해서 보내준다고 하던데" 라며 설명해 준다. 고민 끝에 근수가 승낙을 하자 희정은 리포터에게 전화를 건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7시 40분에 만나기로 약속을 한다. 약속 당일 비가 내렸다. 7시 30분 휴대폰 벨이 울린다. 리포터가 카페로 오지 않고 근수와 희정이 있는 집으로 온다고 한다. 진심을 다하는 삶에 찾아드는 행운도 긴 인생의 길 위에 있는 과정이다.


꿈의 시간/상상하기

#. 사람의 정이 섞이면

비빔밥처럼 어우러진다

상상하는 자유는 미래를 향하는 발걸음과 같다.

점점 작은 동네는 사라지고 3D프린터로 집을 지어 조립한다. 동네의 작은 골목길도 사라지고 반듯반듯한 길이 만들어진다. 미래에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의 복고열풍이 불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하나하나 손수 지어내는 음식과 일도 사라지겠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잘 적응하면서 가슴속에 품었던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한다는 철학은 잊지 않기로 결심해 두었으면 한다.

근수와 희정은 오래된 낡은 커피 머신을 아직도 고쳐 쓰고 있다. 손 짜장, 손 칼국수를 찾는 사람이 많았던 지난날처럼 말이다. 번개 같은 시간이 흐르고 빨리빨리를 외치던 시간도 중요했겠지만 느린 것에 대한 로망을 지키는 노포로 남아 있었다.

유행을 따르는 인테리어로 밝고 환한 카페도 물론 운영 중이다. 이 카페는 날이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취업하기 힘든 때 유쾌한 동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학생 중에서 가장 인간적이며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학생을 뽑아 운영을 맡기고 있다.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고 학생들 역시 꿈을 이루어 가는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열심히 일한 만큼 수익을 나눠주는 방식이었다. 희정이 늘 강조했던 말 "자기야! 우리는 이 정도면 잘 살았고, 잘 살 수 있잖아. 처음 마음먹었던 것처럼 그렇게 사람과 함께 정을 나누며 살자" 바로 그것이었다. 그 말과 약속을 실천하고 지키며 살고 있었다. 일주일 한 두 번 정도는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이나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컨설팅을 한다. 모두가 힘들어할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 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복의 자유...

한 번은 중년의 한 여성이 카페에 대해 상담을 하러 온 적이 있었다. 근수와 희정은 카페를 하면서 얻은 것 중에 하나는 사람을 대하는 법은 물론이고 사람을 판단하는 힘이 생겼다. 중년의 여성분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근수와 희정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커피에 대한 상식과 메뉴 등등. 그러나 처음부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하셨나 봐요?"라고 물어보았다. "그렇다"며 "꼭 하고 싶은 일이었다"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근수는 의심스러웠다. 조금은 가식적이고 너무 친절한 것이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소문을 듣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자신도 운연중인 카페가 있었던 것이다. 그곳의 운영이 힘들어 이 근처에 가격이 싼 카페를 하기 위해서 염탐 아닌 염탐을 하러 온 것이었다. 역시 그랬다. 그 중년의 여성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근처에 카페를 열었다. 근수와 희정의 의심스러움이 맞았던 것이다. 예민한 근수가 "와! 사람은 정말 모르겠다. 어떻게 여길 찾아와 그렇게 까지.." 라며 한숨을 쉰다. 희정은 담담하다. "주위에 생기는 카페는 당연하다면서 우리 손님 우리 일만 열심히 하면 신경 쓸 일 없다"라고 근수를 안심시킨다.

힘든 사람들을 위해 운영하는 방법과 메뉴에 대해 컨설팅을 열심히 해 주었고 그 상담이 도움이 되어 감사하다고 연락이 오곤 했다. 자신의 일처럼 직접 상담을 한 분의 카페를 직접 찾아가 주문도 받아주고 손님을 응대하는 방법도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다. 근수와 희정이 겪었던 어려움이 미래의 꿈을 하나하나씩 이루어 가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누는 꿈의 시작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