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질 볼 수 없는 세상의 가치
근수가 오늘은 카페 오픈 대신 뭔가 바쁜 모습을 하며 들떠 있다.
고등학교 졸업 후 30여 년 만에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설레는 모양이다. 이날은 졸업 후 동기들과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근수는 한동안 동기회 모임에 나가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는 동기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봉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희정이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고 좋겠네" 라며 근수에게 말한다. "모임이 있는 줄은 알았는데 이렇게 잘 되고 있었는지 몰랐어" 라며 여전히 들떠 있다. 친구들과 모임을 위해 이번 체육대회 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희정이 통 큰 마음으로 "요즘은 다들 커피를 좋아하니까 아메리카노를 제공해 주면 되겠다"라고 말해 준다. 희정의 마음이 고마워하며 "정말? 그럼 너무 좋아할 것 같다"라고 말한다. 희정의 마음 씀씀이가 너무 고마웠다. 따뜻한 마음을 담은 아메리카노, 한낮의 땀을 식혀 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30잔 정도 준비하려고 했다. 체육대회 시간을 맞춰 가려면 평소보다 일찍 나가서 준비해야 했다. 늦은 봄날 여름을 향하는 좋은 날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니 학창 시절의 추억이 스친다.
도시락 반찬을 나눠 먹던 시절이 현실에 묻혀가는 모습보다 더 행복했는지 모른다.
희정이 빠른 손놀림으로 에스프레소 샷을 뽑고 있다. 근수를 위해 이번만큼은 봉사 아닌 봉사를 하고 있다. 오늘 축구하려면 체력을 아껴야지, 오후에 장사하려면 쉬고 있어 내가 할게 라며 근수에게 말한다. 근수도 고맙다는 말과 함께 30잔 정도를 한꺼번에 갖고 가려고 아이스박스를 준비하고 있다. 샷을 뽑아 준비한 테이크 아웃 잔에 담고 있다. 한참을 준비해 아이스박스를 차에 싣는다. "다치지 말고 무리하지 말고 나이가 나이인 만큼 조심해 라며 근수에게 말한다. "알았어, 덕분에 좋은 시간 보낼 수 있다" 며 희정에게 말하고 차에 오른다. 차 속에서 지난 친구들의 얼굴이 스친다. 너무 긴 시간이 지나 알아볼 수 있는 친구가 있을지, 서먹서먹하지는 않을지 걱정도 되었다. 차에 내려 트렁크에 실린 커피를 내리려고 하니 멀리서 알아보고 한 친구가 근수를 부르며 달려온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근수구나! 친구들이 난리다. 근수도 반가운 친구들과 포옹을 나누고 커피를 내민다. "카페 한다는 소식 얼마 전에 들었다, 고맙게 먹겠다"고 인사를 한다. 커피를 맛본 친구들이 "야! 이 집 커피 맛있네!" 라며 근수에게 말해 준다. 빈말이 진심인지는 몰라도 친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맛있게 먹어 줘 뿌듯했다. 친구들을 위해 작은 것이지만 자신의 것을 나눌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동기들과 선후배들과의 축구 한판이 시작되었다. 축구는 몸으로 나누는 대화라고 했다. 동기들의 파이팅 소리가 들린다. 멋지게 땀을 흘리고 무거운 몸을 쉬러 운동장 밖으로 나온다. 갑자기 근수가 땀을 식힐 시간도 없이 축구화를 벗고 연신 옷을 갈아입는 중이다. 희정이 바쁜 시간 고생하는 걸 알고 빨리 카페로 가기 위해서다. 집에서 대충 샤워를 마치고 얼른 카페로 향한다. 친구들 동기들과의 짧은 만남은 너무나 반가웠지만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희정이 카페로 들어서는 근수를 향해 "어디 다친 데는 없는지?, 즐거웠는지?" 묻는다. "덕분에 친구들과 만나 대화도 나누고 축구도 하고 즐거웠다"라고 말해 준다. 특별히 인사도 없었고 다음을 약속하는 대화도 없이 카페를 돌아온 것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피곤한 몸을 뒤로 한채 근수는 카페의 일에 집중하고 있다. 희정은 요즘 모임도 카페에서 한다. 희정의 친구들이 사정을 잘 이해해 줘 먼 곳까지 불편함을 무릅쓰고 와 준다. 물론 덕분에 매출도 올려주고 말이다. 여자친구들의 의리란 이런 거야 라며 자랑한다. 근수는 희정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편하게 모임도 가지지 못하는 것이 말이다. 한창 바쁜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잠시 쉬고 있었다.
갑자기 밖이 어수선하게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바로 근수의 동기생들이다. 얼마 전 개업을 했는데 와 보지 못했다며 친구들이 단체로 왔다. 카페의 좌석은 이 들을 다 수용할 수 없었다. 일렬로 주문을 하느라 매장 안은 북새통이다. 앉아 있던 손님들도 고맙게도 근수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피신 아닌 피신을 해 주셨다. 너무 많은 친구들이 와서 다 앉을 수가 없었다. 카페를 이곳에 하게 된 이유가 넓은 창 밖으로 작은 공원이 잘 보였기 때문이었다. 친구들은 하나둘씩 주문한 음료를 들고 공원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주위의 장사하는 사장님들도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밖을 내다본다. 거의 100명에 가까운 친구들이 공원을 꽉 채우다 시피하며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한다. 근수의 기를 세워 주러 왔던 것이다. 친구들의 깜짝 방문으로 하루의 피곤함을 씻을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물질적인 것 만으로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한다. 정이라는 거대한 감동이 쓰나미처럼 다가왔다. 이런 쓰나미는 피하지 않아도 좋다. 고맙다. 이 기억을 간직해야 앞으로의 일들을 이겨낼 수 있다. 희정도 남자들의 우정은 이런 거였어 라며 근수를 바라본다. 흐뭇한 근수의 표정에 또 하루가 저문다. 카페를 방문한 친구들과 공원에서 단체 사진을 찍었다.
찰나의 꿈처럼 스치는 생각의 필름을 만든다.
근수는 매일매일 노트에 꿈을 기록한다. 언젠 가는 희정에게 공개할 비밀스러운 꿈의 노트는 비상금처럼 숨겨 놓았다. 글로 적어야 이루어지고 말로 해야 만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지금 근수는 꿈의 상상에 빠져 있다. 10년 후의 모습을 그린다. 정장을 잘 차려입은 근수가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새벽 4시가 되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 난다. 경제 기사를 검색하고 경제 관련 서적을 본다. 새벽의 공기는 늘 외롭지만 경제적인 자유를 얻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고 사람을 남기는 장사꾼으로 살기로 한 약속을 지켜 내었다. 인연이란 게 아무 이유 없이 찾아오지는 않는다. 자신의 것을 내려두는 만큼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함께 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근수와 희정은 동네 카페를 운영하며 경제적인 자유는 얻지는 못했지만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노력했기에 흔들리지 않았다. 인간관계에 있어 주고받는 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더 주고 덜 받을 때도 있다. 이익을 따지지 않는 관계일수록 인연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마음 씀이 고스란히 잘 전달되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식적인 것을 제일 싫어한다. 진심과 가식은 한 끝 차이라고 한다. 가식을 버리면 진심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가장 어려운 게 사람과의 관계다.
근수는 프랜차이즈는 아니지만 카페 10개를 운영한다. 5년 후쯤 프랜차이즈 사업을 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희정이 마당이 넓은 조용한 집에서 근수의 출근을 챙긴다. 희정은 요즘 작지만 아담한 집에서 자신만의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근수가 여러 매장을 둘러보아야 하기 때문에 입고 나갈 옷을 직접 챙겨준다. 옷 색깔까지 직접 코디해 준다. 희정이 근수에게 그토록 해 보고 싶다던 아침 배웅을 하고 있다. "자기야 오늘도 수고해! 안전운전!".. 이렇게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 며 인사한다. 근수도 "너무 무리하지 말고, 즐기면서 방송하라" 며 집을 나선다. 그동안의 카페이야기를 방송하고 있다. 원고도 직접 쓴다. 살아오면서 느낀 이야기와 함께 카페 운영에 대한 실질적인 이야기를 녹음한다. 서로의 응원이 큰 힘이 되어 준다. 리얼 카페 스토리 삶을 사랑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