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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ickneim Jan 04. 2021

직급이 없는 회사 괜찮아요?

수평적인 조직문화와 시스템의 방식

제가 이직을 하기 위한 면접을 보면서 면접관이 저에게 했던 질문입니다.  

"저희는 직급이 없는 회사인데 괜찮으실까요?"

당연히 저는 고민할 여지없이 "네.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고 

그 후 저는 말로만 듣던 수평적인 직급이 없고 '000님' 호칭을 쓰는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첫 출근을 하면서 "직급이 무엇이 중요하겠어? 일만 잘하면 괜찮지. 사장이나 CEO 아니면 다 같은 직원인데." 라는 생각을 가지고 부서로 이동하기 전 간단한 입사 서류 작성과 회사 설명을 듣기 위해 대기실에 앉았습니다. 

대략적인 설명을 듣고 부서장과 간단한 면담과 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이동하기로 했는데 생각보다 '님'이라는 호칭이 정말 어색했습니다. 

사실 부서장이면 저보다 나이가 10살은 더 많을 테고 이전 직장에서는 '부장님'쯤 하는 자리일 텐데 
제가 그분 이름을 감히 '000님'이라고 부르는게 얼마나 어색하고 이상한지 

지금껏 00 대리님, 00 과장님과 같은 호칭으로 불리고 부르는게 얼마나 편하고 쉬웠는지 새삼 느끼게 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군대에서는 훈련병 - 이병 - 일병 - 상병 - 병장,  

사회에서는 인턴 시절부터 사원 - 대리 - 과장, 

또 다른 회사에서는 Junior - Senior까지  이름만 다를 뿐이지만 

직급이 있고 수직적이며 결재권자가 존재하고 의사결정권자가 있으며 소위 수직적이며 위계가 있는 회사에서 
계속 일해왔기 때문에 더 어색했던 것 같습니다. 직급 호칭을 없애거나 애초에 직급을 만들지 않는 회사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타트업이나 IT 기업의 경우 수평적인 조직문화 차원에서 많은 기업들이 직급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며 '님'이나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사례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직급이 없다는 것은 무엇일까? 

제가 이번에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직급에 대한 것이 아니라 '조직문화와 시스템'입니다. 갑자기 직급 얘기하다가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어떤 관계가 있냐 라는 의문이 드실 수 도 있을 듯합니다. 

사실 직급이 없다고 무조건 좋고 수평적이고 선진적인 조직문화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반대로 직급이 있다고 반드시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회사, 큰 회사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회사가 가진 고유한 조직문화, 의사결정 방식, 시스템,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것이냐에 대한 관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google free image - organization culture


1. 직급이 없는 것은 의사결정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급이 없다는 건은 단순히 호칭을 어떻냐가 아니라 모든 사람은 동등하며 고유한 의사결정 권한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수직적인 회사에서는 의사결정권자가 따로 있어서 권한이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사원이 할 수 있는 의사결정권과 부장이 하는 의사결정권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직급이 없다는 것은 의사결정 권한의 차이를 없애거나 있더라도 줄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즉 직급이 낮다거나 나이가 어리다거나 근무기간이 짧다고 의사결정 권한이 없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조건이라는 개념입니다. 


아래는 제가 부서장과의 업무 관련한 메신저 내용의 일부인데 자유롭게 피드백이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듯해서 가져왔습니다. 

부서장과의 업무 관련 메신저 내용 



2. 직급이 없는 것은 고유한/지향하는 조직문화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회사나 조직은 다른 회사나 조직과 구분되는 고유한 조직문화가 있습니다. 조직문화라고 하면 다른 조직과 구분되는 행동, 말하는 방식, 관행, 규범과 같은 것들이 모인 것들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성격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조직 구성원이 조직생활을 통하여 학습하고 공유하며, 전수하는 신념, 규범, 관행으로써 조직 구성원들의 생각과 의사결정 및 행동에 방향과 힘을 주는 것*

* 출처: 한국기업교육학회, 「HRD 용어사전」, 중앙경제 (2010)


회사가 지향하는 조직문화가 직급이 필요 없다고 판단하거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자연스럽게 직급이 없는 방식으로 정착될 여지가 큽니다. 물론 경영/조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직급을 없애거나 만드는 등의 시도가 있습니다만 자연적으로는 고유의 조직문화가 발현된 결과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3. 직급이 없는 것은 구성원이 더 많은 책임과 자율성을 동반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모든 직원은 본인 업무에 대해 자율적으로 판단해서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죠. 앞에서 의사결정 권한이 차이를 얘기했는데 의사결정 권한이 동등하게 주어진다면 본인이 책임져야 할 업무범위가 커짐과 동시에 자율성을 동반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다른 사람들과 동등한 의사결정 권한은 그만큼의 책임을 요구한다는 것이죠. 

스파이더맨 영화 중 스파이더맨인 피터 파커가 초능력을 얻은 뒤 아버지와 같은 존재 벤 파커가 피터에게 조언하는 장면



직급이 없는 회사가 좋은 회사, 수평적 회사가 아니라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조직문화인지 우리가 기대하는 구성원의 모습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에게 맞는 의사결정방식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고 직급을 바라보면 새로운 관점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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