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길을 묻다: Q11
지난 글에서 아버지의 세대가 제 세대에게 남겨준 유산을 물어봤습니다. 선진국에서 태어나 자란 첫 세대였고 그 덕분에 풍족하고 여유로운 사고를 지녔습니다. 그 반대로 바뀐 환경으로 인해 제 세대가 부족한 점이 뭐일지 물어봤습니다.
Sean: 아빠가 생각하는 우리 세대의 약점이나 단점을 말해주세요.
Tony: 먼저 평균회귀 경향이 강해. 튀는 걸 싫어하고 처지기도 싫어해서 평균에 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아. 모두가 튀지 않고 평균으로 수렴하길 바라는 거야. 그래서 누군가 잘 나가면 시기하거나 흠집을 내기도 하고, 반대로 누군가 어려우면 따뜻한 시각을 가져. 하지만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아서 극렬하게 공정성과 공평성에 집중하는 것 같아. 이렇게 평균에서 변동성을 싫어하는 성향은 트라우마를 겪지 않아서 생긴 장점의 그림자라고 할 수 있지.
두 번째는 평균회귀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보수주의가 있어. 일상의 변화는 좋아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이나 사회적인 변화를 싫어해. 룰이 자주 바뀌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자신에게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을 싫어하는 거지.
그리고 과도한 합리주의가 있어. 합리적인 것은 나쁘지 않지만 너무 단기적으로 적용해. 그렇게 합리성을 따지면 매번 손해를 보지는 않지만, 길게 보면 얻지 못하는 것들이 있어. 이게 너무 전형적인 꼰대의 말이지만 지금 손해를 조금 보고 돌아가는 것 같아도 그걸 통해서 얻는 게 많거든.
제 세대의 가장 안 좋은 점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컸다는 것입니다. 야망도 모험도 원치 않고 미래에 대한 투자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시대의 관점이 변한 까닭이라 할 수 있지만 별 생각 없이 쾌락을 좇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약합니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 들어와도 회피하다가 인터넷에 글 쓰는 것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얼굴을 보고 얘기할 용기도 없이 속에서만 화를 쌓아 놓습니다. 가장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세대이기에 스트레스와 압박을 버티는 힘이 부족한 것입니다.
사실 이런 점은 제 세대에 대한 비판보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아 비판입니다. 모험을 무서워하고 권리를 위해 싸우지도 않는 나약한 화초. 이번 여행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삶을 끝없는 모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가 여행을 마치면서 쓴 시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길을 걸어라
걷지 않으면 풍경은 바뀌지 않는다
길을 걸어라
걷지 않으면 산은 그곳에 그대로 있다
길을 걸어라
걷는 사람은 길 위에서만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