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았지만, 멈추지 못했어

Episode 31

by 현서린

너는 아직 세상이 그렇게 위험한 곳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학교가 끝나면 독서실로 향하는 것이 그 시절 고등학생인 네 하루의 자연스러운 연장이었다. 집 근처, 아파트 입구 쪽에 있던 오래된 독서실. 낡았지만 익숙했고, 특별할 것 없는 그 공간은 하루를 무사히 접어두기에는 충분히 안전해 보였다.

너는 늘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걸어갔다.
가방 끈이 어깨에 닿는 감각, 운동화 바닥이 보도블록을 밟는 소리, 그리고 귀에는 이어폰. 그날도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어떤 노래였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그저 흐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마음이 정리되던 음악이었다. 음악이 있는 동안에는 생각도, 걱정도, 말도 줄어들었다. 세상과 너 사이에 아주 얇은 막 하나가 생기는 느낌, 그게 너에게는 평온이었다.

독서실에 도착해 창가 자리에 앉았다. 책을 펼치고, 연필을 쥐고, 음악을 계속 들었다.

그러다 무심코—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이어폰을 뺐다.

음악 사이로 갑자기 다른 소리가 커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노래보다 더 크고, 더 거칠고, 리듬이 없는 소리.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창문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확인하듯.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컸고,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 건 사람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곧, 그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개를 몽둥이로 두드리고 있었다.

누군가는 붙잡고 있었고, 누군가는 때리고 있었고, 누군가는 그 광경을 둘러싸고 서 있었다.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했다. 너는 그 장면을 피하지 못했다.

눈을 돌릴 틈도 없이, 그대로 보아버렸다.

그때 너는 알았다. 어떤 장면들은 움직이지 않고도 그대로 뇌리에 박힌다는 것을.

마치 사진처럼, 캡처된 화면처럼. 다시는 재생하지 않아도, 삭제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남는다는 것을.

어릴 적 오리농장에서 보았던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도 그랬다. 본 순간 끝났고, 끝났지만 끝나지 않았다.

너의 시선은 다시 독서실 안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때, 너는 더 큰 충격을 느꼈다. 너만 그 장면을 본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창가 쪽에 앉아 있던 몇몇 아이들도 같은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의 반응은 너와 전혀 달랐다. 누군가는 웃었고, 누군가는 농담을 던졌고, 누군가는 “와, 진짜 세다” 같은 말을 했다.

마치 구경거리라도 본 것처럼. 마치 재미있는 사건이라도 된 것처럼.

그 순간, 너는 더 이상 아래를 보지 못했다.

잔혹한 장면보다 그 장면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얼굴들이 너를 더 깊이 흔들었다. 너는 그때 알았다.

세상에는 보아도 괜찮은 사람들과 보는 순간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너는.. 후자 쪽이라는 것도.

그날 이후로 너는 원래도 좋아하지 않던 육류를 더 먹지 않게 되었다.

보신탕, 염소탕, 소머리, 뼈다귀 해장국 같은 음식들은 아예 입에 대지 않았다.

오리고기는 물론 삼겹살도 먹지 않았고, 치킨도 좋아하지 않았다. 닭발과 족발은 더더욱 그럴 수 없었다.

산낙지는 먹을 수 있었지만, 생선과 해산물은 괜찮았지만, 육류는 늘 힘들었다.

사람들은 편식이라고 말했고, 입맛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너는 알고 있었다. 그건 취향이 아니라 기억의 문제라는 것을.

너는 잔혹한 장면을 보면 그 장면을 잊지 못했다.

잊지 못한다는 건 계속 떠올린다는 뜻이 아니라,
이미 네 안에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는 뜻에 더 가까웠다.

그래서 너는 그 독서실에 다시 가지 않았다. 아니, 갈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이유를 설명하지도 않았다. 설명할 수 없는 감각들이었고, 설명한다고 해서 사라질 것도 아니었으니까. 그 시절의 너는 몰랐다. 이런 장면들이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앞으로 네가 무엇을 피하고, 무엇을 선택하게 될지를 조용히 결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너는 보았다. 그리고 멈출 수는 없었다. 그저 그 장면을 안은 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머릿속만 복잡해진 채, 손이 미세하게 떨렸고, 너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어폰을 다시 귀에 꽂았지만, 그날 이후로 음악은 더 이상 완벽한 방패막이 되어주지 못했다.

그게 그때의 네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