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창직에 필요한 '워밍업'의 노하우
'직장 생활에서 답을 못 찾겠어요'같은 고민을 토로하며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젊은 직장인을 워크숍에서 마주할 때마다, 정확히 10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실리콘밸리의 자유분방한 기업 문화를 흉내 낸 IT기업에서, 공짜 과자와 밥을 먹으며 알록달록한 푹신소파에 누워 회의하던 시절이다. 월요병을 모를 정도로 재밌게 회사 생활을 했지만, 돌이켜 보면 이유는 명확했다. 능력에 비해 부여된 역할과 책임이 조금 더 컸던 때라, 내가 회사에 굉장히 중요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회사의 성장이 눈에 보일수록, 나와 회사를 분리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여기에 자발적 야근까지 얹어지니, 개인적 차원의 자기계발은 더 멀어져 갔다. 내 꿈과 미래를 가늠할 여유도 없이, 다른 이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주마처럼 달리던 때의 나를 기억한다.
나는 창업에 좀 더 가볍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회초년생 딱지를 뗄 무렵, 회사가 내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별다른 준비도 없이 퇴사하고 내 비즈니스를 하겠다며 뛰어든 1인 기업이나 청년지원 사업 등은, 모두 흐지부지 실패했다. 그즈음 대책 없이 떠난 해외여행 역시, 통장 잔고 때문에 원치 않는 회사로 이직하고 다시 퇴사하는 악순환과 시행착오를 부를 뿐이었다.(나의 커리어 워크숍이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당시 몸소 겪었던 다채로운 진로 갈등과 삽질은 따로 포스팅하기로..) 당시의 경험이 값어치 없다는 것이 아니라, 나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실행은 투자 대비 효과가 매우 낮다는 말이다.
나는 창업에 좀 더 가볍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지금도 매년 1권씩 전자출판을 하는 출판사 '히치하이커'는 그렇게 툭 탄생했다. 직장인도 개인사업자를 등록하는 데는 아무런 제약이 없다. 또한 출판은 면세 사업이라 불필요한 세금 지출도 없고, 전자책이라 실물 재고가 없으니 자본도 필요 없다. 그러나 시장이 성장하기 전에 너무 일찍 시작한 프로젝트였기에 의미 있는 매출은 전혀 발생하지 않았고, 원하는 직업 형태로 끌고 가기에는 큰 무리가 있었다. 나는 콘텐츠 사업의 속성을 이해하기 위해, 해당 분야로 가서 부족한 경력을 쌓기로 했다. 현재 하는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로 창업이나 창직을 꿈꾸고 있다면, 단계적으로 업의 모양새를 만들어가는 워밍업 기간을 '조직에 있을 때' 만들기를 권한다.
나의 목표를 위한 회사를 선택했을 때 벌어지는 일
그렇게 이직한 회사는 예전 같으면 하루도 다니기 싫었을, 관료적인 조직이었다. 심지어 광역 버스를 편도 1시간씩 타는 극한의 출퇴근 환경인데도, 신기하게 출근이 싫었던 적은 딱히 없다. 무엇이 동기 부여가 된 것일까? 그 원동력은 회사가 아니라, 회사를 선택한 내 목표에 있었다. 업계 안으로 들어오자, 비로소 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필요해서 업계 컨퍼런스와 모임을 찾아다니고 공부했다. 마음속에 품어둔 '작은 출판사' 프로젝트가, 담당 업무나 생산성에도 적잖은 기여를 했다. 동시에 회사에는 줄곧 숨기고 다녔던 비밀이기도 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다. 얼마 전, 실명도 숨기고 출간 행사도 못하신다는 직장인 작가의 브런치를 읽으면서, 개인의 성과를 조직에 숨겨야 하는 여전한 현실이 안타까웠다. 일본의 패션회사 빔스(beams)의 책 '당신의 집을 편집해 드립니다'에는, 모든 직원을 독립적인 크리에이터로 키우는 것이 기업의 목표라는 대목이 나온다. 말로만 창의성을 쥐어 짜내려는 기업과 개인의 창의성을 독려하는 기업, 미래의 인재는 어느 쪽으로 향할까?
다행히 퇴사 후 4년이 흐른 지금, 한국과 외국을 오가며 직장인 시절 간절히 원했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업계에서의 최종 직급은 (고작) 대리였는데, 불과 2년 후 동종업계의 훨씬 큰 기업 임직원을 교육하는 대표이자 강사로 서던 날은 감회가 새로웠다. 이러한 성장의 첫 디딤돌은, 재직 시절에 시도한 '작은 창업'이다. 물론 이 출판사는 지금도 매출에 큰 도움은 안된다. 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브랜드'를 얻었고, 강사 대신 대표님이라는 호칭과 책임감을 얻었으며, 강의와 취재 내용을 언제든 책으로 출간할 자유를 얻었다. 지식산업에 기반을 둔 강의와 출판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재직하던 회사에서 스타 강사들의 저서 마케팅을 담당하며, 지금 직업의 롤모델을 처음 만나기도 했다. 창업과 업계 경력 모두, 직업을 만드는 데 기여한 셈이다.
창직의 시작은, 작은 창업으로부터
즉, 나는 갑자기 새로운 일로 창업한 것이 아니라, 여러 분야의 경험과 경력을 조합하여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창조하는 '창직'을 한 케이스다. 일반적인 창업은 내 돈/남의 돈을 투자하여 그 자본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지식업에 바탕을 둔 내 업의 경우, 자기 계발이 곧 투자다. 돈을 버는 일만 중요한 일이 아니라, 돈을 나에게 어떻게 되쓰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내게는 돈이 되는 일도, 돈이 안 되는 일도 다 일이다. 직업 만족도? 과거에 비할 수 없을 만큼 높다. 일의 목적이 오너나 투자자의 목표를 이뤄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온전히 내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을 통해 '세상(업계)을 바꾼다'는 식의 거대한 미션이나 꿈에, 나와 타인의 삶이 매몰되기를 원치 않았다. 재밌는 건, 내 꿈의 사이즈를 키우니 남의 꿈을 이뤄줄 필요도, 시간도 없더라.
흔히 우리는 고용된 상태에서 안정성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남이 나를 써주어야만 소득을 유지할 수 있는 업의 형태를, 과연 안정적이라 할 수 있을까? 일감이 없어 스스로 방송국을 만든 송은이와 김숙이, 주류 무대에 성공적으로 재기했음에도 자체 팟캐스트 방송을 유지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장에서 나를 써주면 좋지만, 안 써줘도 괜찮은 업의 구조를 만든다'는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나 역시 언제든 원할 때 원하는 일을 하면서도, 적정한 소득을 확보하는 업을 갖는 것이 '안정적인' 삶의 첫걸음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퇴출되는 일이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시장가치가 높아지는 일을 갖는 것, 이것이 내가 직업을 만든 가장 큰 이유다. 당신이 삶과 일에서 추구하는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Who is nonie?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 컬럼니스트.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함께 일합니다. 2018년 6월, 호텔여행기를 담은 새로운 책이 출간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