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점심을 먹으며 마무리하는 인연
퇴사를 앞두고 스케줄러를 보니 지난 한달동안 거의 매일 점심약속이 있었다. 어떤 점심식사는 앞으로 더 이상 볼 일이 없어서 마무리 짓는 의미로 같이 하는 자리도 있었고, 어떤 식사는 병원 밖에서도 인연이 이어질 수 잇길 기대해보게 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은 아니라서 여러 선생님들과 두루두루 막역하게 지내지 못했던 것이 아쉬우면서도, 정이 들 시간이 적었어서 비교적 미련없이 그만 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제까지만해도 그랬다.
어제는 갑자기 한 달 전쯤 먼저 퇴사한 선생님이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핸드크림을 보내주셨다. 곧 있으면 퇴사하지 않냐고 퇴사 축하하고 고생했다면서. 안그래도 가지고 있던 핸드크림이 발라도발라도 손이 자꾸 트고 건조해져서 새로 알아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딱 그 타이밍이었다. 워낙 정이 많고 성격도 좋은 선생님이라서 퇴사하고나서도 이렇게 한 명 한 명 챙겨주시는건가 싶으면서 감동이었다.
또 어떤 선생님은 밥을 같이 먹고, 후식을 사주시면서 "이렇게라도해서 날 기억해줘"라고 하셨다. "신규답지 않게 차분하고 꼼꼼하게 일하는 모습 보면서 좀 더 가까운 포지션으로 같이 일해보고 싶었는데, 아쉽긴하지만 병원 밖에서 보자"고도 했다. 이런 얘기를 평소에는 나누지 않으니까 내 이미지가 어떤지 몰랐는데, 참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었던 게 새삼 느껴졌다.
오며가며 만난 다른 파트 선생님들도 퇴사 소식 들었다고, 그동안 고생했다고 한마디씩 먼저 해주셨다.
신규라서 어쩔 수 없이 느리고 답답한 부분들이 있었을텐데 동료 선생님들이 참 다들 좋게만 봐주셨던 거 같다.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랑 같이 일할 수 있었던 시간이 분명히 그리울 거 같다. 연말분위기에 더해서 올 한 해동안 매일같이 본 사람들을 이제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니 기분이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