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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닉샘 Nick Sam Jan 11. 2020

공간을 얻었다. 이제 뭘 하지?

배움의 공간 메이킹노트  #1 공간 준비를 시작하며

공간을 하나 얻었다.


크고 작은 북클럽을 운영한 지 6년 만이다. 그동안 북클럽 진행을 위해 스터디룸, 북카페, 회사 회의실, 공유 오피스 등 다양한 공간을 떠돌아다녔다. 정기적인 모임이나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하기 마련이고 한 번쯤은 공간을 꿈꿀 것이다. 책방이든 북카페든 자신의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다. 운영하는 북클럽 커뮤니티가 안정화되고, 뜻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생겨나고, 함께 실험하고 실천하고 행동할 것들이 많아지면서 공간에 대한 필요와 갈망은 커져갔다.


북클럽을 시작한 순간부터 퇴사를 하고 공간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현재는 그동안 바라왔던 것들을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공간을 준비했다.


공간을 알아보고 계약하기까지는 운이 좋았다. 위치는 충남 공주시 원도심. 오래전에는 공주시 최대의 번화가 먹거리 골목이었을 재래시장 바로 옆 골목이다. 주변의 오래된 건물들, 오래된 공간들과 비교해 매우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건물이다. 임대료는 그리 비싸지 않다. 특히 내부 인테리어가 조명과 벽지까지 모두 깨끗하게 공사되어 있다. 주변의 건물과 비교하면 거의 손댈 것 없는 훌륭한 건물이다.


그런데 깨끗하고 넓은 공간을 바라보는 기쁨도 잠시. 막상 나의 '빈 공간'이 생기고 나니 느껴지는 것은 막막함이다.


이 넓은 공간에 무엇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집주인은 바닥공사부터 하기를 바랐다. 하지만 어떤 재료로 어떤 색으로 얼마큼의 비용으로 '바닥공사'를 한단 말인가? 참 모르는 것 투성이다. 오히려 작은 공간이면 고민이 덜할까도 싶다. 건축과 디자인, 인테리어 등의 분야를 전혀 모르는 나로서는 참 난감하다.


 그동안 만나봤던 몇몇 책방이나 공간의 사장님들께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기기 전에 내 컨셉이 좀 더 분명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너무 모르고 맡겨서 너무 비싸게 (인테리어 공사를) 한 것 같다. 더 싸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나라고 뭐 다를까 싶다. 과연 어떤 컨셉을 가지고 어떻게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은 컨셉을 잡아볼까 한다. 여기저기 카페나 책방을 다녀보지만 다 멋진 인테리어와 비싼 테이블만 눈에 들어온다. 공간의 '컨셉을 잡는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안 되겠다 싶어 스터디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공간을 채우기 위해서 그동안 생각한 것은 간단히 이 정도이다.


1. '배움'이라는 테마를 위한 공간이다. 특히 오랫동안 생각해온 '코러닝(Co-learning)'에 적합한 공간.

2. 공간을 넓게 쓰고 싶다. 너무 개인화/개별화된 활동보다는 그룹으로 혹은 다 같이 대화하고 활동할 수 있는 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3. 너무 후지지 않고 깔끔하면서도 멋스러운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지역의 청년과 청소년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이고 고급스러운 공간이고 싶다.

4. 공간의 인테리어나 구성보다는 공간을 채울 사람이 중요하다. 공간을 운영할 매니저, 공간에 콘텐츠를 공급해줄 전문가들, 공간의 활동에 참여할 청년과 청소년. 각각의 그룹 혹은 모두가 '배움'을 위한 건강한 커뮤니티가 되면 좋겠다. 수평적으로 대화하는 커뮤니티 그리고 함께 실험하고 성장하는 커뮤니티.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어떻게 더 구체적인 공간에 대한 컨셉과 아이디어로 나아갈 수 있을까. 바로 여기가 스터디의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공간이 완성될 때까지 공간을 물리적으로 채우는 준비와 병행하여 아래와 같은 과정으로 '배움의 공간'을 스터디해보려고 한다.


첫째, '배움의 공간', '공간 디자인', '공간 컨셉', '인테리어'에 대한 책들을 계속 읽어나간다.

둘째, '배움의 공간'을 스터디할 동료들을 구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해간다.

셋째, '배움의 공간' 그리고 다양한 컨셉의 공간들을 직접 가보고 관찰한다.

넷째, 공간을 실제로 채울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먼저 형성하고, 그들의 의견과 경험에 따라 필요한 공간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채워간다.

다섯째, 내가 공간을 스터디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생각, 배움과 경험들을 모두 기록한다.


위 과정들 중 마지막에 쓴 것처럼 여건이 허락하는 한 나의 새로운 공간과 관계된 모든 것들은 모두 기록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최대한 여과 없이 솔직하게 빠짐없이. 기록으로 남기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이다. 먼저 내가 준비하는 공간에 대한 취지와 콘셉트를 사람들이 잘 이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두 번째는 적어도 '배움의 공간'이라는 테마로 이후에 다른 누군가가 공간을 준비한다면 나의 경험과 기록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배움의 공간'이라는 주제로 이미 진행된 프로젝트들, 발간된 책과 기록들이 있다. 씨프로그램에서 발행한 <공간 공감 포럼>, <배움의 공간 매뉴얼>과 같은 고마운 자료들. 그런데 이런 몇몇 자료들을 비추어보아 아직 '배움의 공간'은 공공에서 운영하는 공간들, 학교나 놀이터, 도서관이나 미술관의 디자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것 같다. (내가 아직 모르는 사례가 더 많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하지만 내가 배움을 위한 '민간의' 공간을 준비하게 된 얼마 전부터 주변에도 각각의 지역에서 각자의 스타일로 '배움의 공간'을 이미 운영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많은 개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점점 더 존중되어야 할 개인의 고유성, 많아져야 할 배움의 선택지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더 다양한 '배움의 공간'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예상해본다. 나에게 있어 '배움의 공간'에 대해 앞으로 두서없이 습득될 정보들, 닥쳐올 시행착오들, 기록될 생각과 경험들이 더욱 다양한 배움의 공간들이 생겨나는 데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배움의 공간 메이킹노트', 첫 번째 글을 이렇게 올려본다.

공간을 얻은 후 생겨난 작은 막막함과 커다란 희망과 함께.


2020년 01년 10일 by 닉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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