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의 창업 기록 #7
누구나 스스로 커뮤니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돕고 싶었다.
창업을 하기 전 회사원 시절 독서모임에 매료되어 열정적인 참여자로 활동했을 때가 있었다. 직업과 직급, 나이에 관계없이 서로를 수평적으로 대하며 책을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독서모임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자 문화적 충격이었다. 2014년 연말부터 2015년 초의 일이다. 한 달에 한번 모임이었지만 참여하는 순간들이 너무 유익하고 즐거웠다. 모임을 이끄는 리더님들이 존경스러웠다.
연차 휴가를 내고 독서모임의 리더님들을 만나러 갔다. 점심 식사 시간에 찾아가 잠시 이야기 나누며 독서모임 리더님들의 생각과 태도를 배우려고 노력했다.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사람과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과는 또 다른 밀도와 영향의 만남이었다. 그리고 당시 나에게 매우 중요했던 주제 '교육'에 대해 공부하는 독서모임(미래를 만드는 교육 읽기, 미교독)을 새로 열었다. 참여하던 독서모임에서 주제에 공감했던 몇 분을 운영진으로 초대하고 몇 개월의 기획 끝에 2015년 10월 첫 모임을 열었다.
이후 4년이 지나, 2019년 12월 우여곡절 끝에 12년 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아직 정확한 비즈니스 모델과 수익은 없었지만 창업이든 창직이든 '커뮤니티 디자이너' 세상에서 역할을 찾아 성공하겠다는 마음이었다.
독서모임을 만난 후 창업을 할 때까지, 거의 한 순간도 가슴 뛰지 않은 적이 없었다. 고작 한 달에 한두 번의 모임 참여나 운영이었지만 그 시간을 위해서 많이 읽고 공부하고 사람들과 소통했다. 모임에 참여하고, 리더님들을 찾아가고, 새로운 모임을 열고, 마음이 맞는 동료들을 만나고, 모임이 성장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그리고 어느 순간 나와 같은 모임을 열고 싶은 다른 동료를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쁜 회사 생활 속에서도 (심지어는 잦은 해외 출장 사이에도) 자투리 시간을 통해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가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개념을 알게 되고, 새로운 직업과 창업을 고민하며 커뮤니티 운영을 통해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던 2019년 즈음, 독서모임 플랫폼 기업이었던 '트레바리'는 투자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모습도 보았다. 온오프라인으로 수십 개의 모임과 커뮤니티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주변에 있었다. 하지만 고민 끝에 내가 독서모임을 통해 성장한 경험을 통해 커뮤니티를 디자인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이유는 수많은 커뮤니티를 운영하거나 관리하며 돈을 버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보다 내가 행복하고 나에게 소중한 커뮤니티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리고 그런 집중은 커뮤니티로 돈을 버는 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특히 매번 6~8명의 참여자가 만나 밀접하게 소통하며 성장해 가는 커뮤니티는 더욱 그랬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시도하고 펼쳐갈 지역인 충남 공주 원도심 마을(제민천 마을)에서 일을 시작하며, 나의 일과 서비스, 제품을 통해 내가 경험한 행복한 성장 과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해주는 것을 목표로 생각했다. 누구나 각자에게 중요한 주제와 분야로 자신만의 커뮤니티를(꼭 독서모임이 아니라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나의 커뮤니티 디자인의 목적으로 생각했다.
이를 위해서는 아직 수평적이고 느슨한 관계로 운영되는 주제 중심의 '테마형 커뮤니티'를 지역에 만들어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커뮤니티를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나에게는 수년간 공부해 온 교육 방식에 대한 지식과 수년간 운영해 온 주제 대화의 노하우가 있었다. 이것들을 녹여내고, 나의 스토리와 마음을 담아 '커뮤니티 리더 양성 과정(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을 만들었다. 창업을 시작하며 준비한 첫 상품이자 유일한 상품이었다. 2019년 11월 퇴사하기 전 휴가를 내고, 공주에 내려와 첫 유료 과정 Pilot으로 진행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커뮤니티 디자인을 전하고 있다.
커뮤니티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하는 시간은 일하는 시간 중 내가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다. 매 워크숍 때마다 독서모임부터 성장해 온 과정을 소개하며, 커뮤니티 디자인을 시작했던 마음을 스스로도 되뇐다. 마침 좋아하는 책에서 그 마음과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경험을 설명한 문장을 만나 자주 사용하고 있다.
'명칭이야 어떻든 대화를 위해 소규모로 모임을 갖는 활동은 당신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 세실 앤드류스 <유쾌한 혁명을 작당하는 공동체 가이드북>, 246p
사람들에게 삶의 변화를 만드는 최고의 경험을 선물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
2024년 8월 14일 새벽 1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