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의 창업 기록 #8
기업을 만들어 가는 길을 배우는 중이다. 그리고 그 길을 나눈다.
전시를 준비하느냐고 혼자서 밤을 꼬박 새웠다. 마을의 동료와 함께 준비하고 있었지만, 전시 설치 작업량이 많아서 매번 같이 설치하는 일정을 잡기는 어려웠다. 다른 일정들 사이에서 잠깐의 틈이 생겨 하루 마음을 먹고 새벽까지 설치했다. 다이얼팩토리를 운영하는 기업은 주식회사 법인이지만 아직 1인 기업처럼 혼자해야 할 일들이 가득하다.
2년 전까지 팀이 아닐 때는 아무렇게나 혼자 밥 먹듯 밤을 새우고 일했다. 이제는 팀 동료들이 함께 하며 나 혼자 밤새고 무리하는 것은 동료들에게도 심적으로 부담과 미안한 마음을 준다. 덜 무리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각자의 일정들 사이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조율해서 모든 것을 함께 할 수 없기에 아직 혼자 해내야 할 것들이 많다. 특히 수익이 발생하는 일이 아닌 무언가 쌓고 체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더욱 그렇다.
팀 다이얼의 동료들을 포함해서 주변에 1인 기업이나 프리랜서 전문가로 일하는 분들이 많다. 나(닉샘)도 아직은 그런 일의 비중이 큰 편이다. 창업 이후 만나는 작은 기업들도 아직 수익이 안정되지 않고 대표가 개인기로(강의나 컨설팅, 디자인 등) 돈을 벌어 회사를 운영하는 곳들이 제법 많다. 신규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량을 늘려 수익으로 인건비를 주고 회사를 운영하는 단계까지 가는 일은 쉽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 기업들이 조직과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핵심 제품과 조금 다른 일이라도 용역이나 보조사업을 받아 진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지역의 작은 기업과 창업자들이 괜찮은 제품과 서비스로 일을 시작하더라도, 기업을 만들어가는 일, 체계적인 시스템과 조직 구조를 세팅하는 일, 현재의 단계를 넘어 규모가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일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경우가 많다. 직원이나 동료로 함께 하는 사람들은 주로 대표보다 더 창업분야의 경험과 전문성이 떨어진다. 그래서 지역의 기업들이 보통 카페나 공방, 책방 등 작은 공간을 운영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단계로 사업을 꾸려가는 사례가 많은 것 같다. (물론 작은 사업이나 적정 규모가 대표의 철학이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아서 그런 경우도 있겠다.)
현재 다이얼팩토리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커뮤니티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노하우를 콘텐츠화, 서비스화하여 제공하는 것이 가장 핵심이다. 개인사업자로 창업 후 2~3년은 교육서비스업이 주 업종이었던 이유다. 하지만 나의 전문성으로 교육과 컨설팅하는 일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잘 안다. 그래서 주변 동료들의 디자인과 창작, 예술분야의 역량을 결합하여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제는 용역 서비스를 넘어 유통 가능한 제품 개발과 브랜드 기업으로 확장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2020년 창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런 단계들이 펼쳐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서비스를 위한 역량과 전문성은 준비했지만 기업을 만들고 사업을 펼치는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다행히도 주변 동료나 파트너분들보다 큰 기업에서 체계적으로 일하는 경험을 10년 넘게 했던 것이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또한 적절한 단계에서 다이얼팩토리보다 앞선 단계의 기업 대표님들을 만나 배우고 있는 것은 행운에 가깝다. 진심으로 감사한 일이다.
스스로 펼쳐가야 할 사업의 단계들을 열심히 배우고 실천/실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주변의 동료와 파트너에게 배우고 있는 것을 나누는 역할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함께 성장하는 것을 추구하는 커뮤니티 디자인이라는 일의 특징도 있겠지만, 소도시와 지역 사회에서 혼자 잘해서 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또한 동료로서 이웃으로서 공감과 유대가 만들어진 주변이 내가 겪었던 어려움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을 그대로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늘 배우고 실험하는 사업 단계들을 주변에 나눌 수 있는 교육 커리큘럼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진행해 왔다. 다이얼팩토리에 연결된 외부 전문가와 파트너 기업을 지역의 작은 기업과 창업자분들께 연결해 왔다. 나에게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함께 성장하는 마을과 협업 네트워크를 조금씩 만들어가게 되는 것 같아 기쁘다.
다이얼팩토리는 글로벌한 브랜드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순히 도달 지점으로 목표는 아니다. 그 여정과 과정 자체에도 목적이 크다. 대화와 커뮤니티를 통해 자유롭고 행복해졌으면 하는 대상은 고객과 소비자만이 아니다. 다이얼이 성장하는 길에서 만나고 함께 하는 동료와 파트너, 이웃들, 마을과 지역이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서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주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작고 제대로된 실행 단계들을 하나씩 배우고 나누며 쌓아가는 다이얼의 방식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게 또 하루를 쌓고 있다.
2024년 8월 16일 오후 2시, 커뮤니티 디자이너 닉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