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이나 정세랑을 장르문학이라 규정하는 것 자체가 선긋기 같아서, 좋은 시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기준에서 본다면 김초엽이 시도하는 서사들이 사실은 10여 년 전 김중혁이 세련된 방식으로 한 게 아닐까 싶은 지점들이 있다. (이것에 대한 논의는 추후에)
-영화의 에필로그를 연상하는 장면이나 상징들이 매혹적으로 읽히지만, 그 이상의 어떤 메타포를 형성하는지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어쩌면 이 자체가 한국문학 독자의 강박일 수도)
- 김초엽이 그리는 단편의 세계가, 각인물들이 내포하는 바가. 지나치게 가까운 현실을 가져다가 특정 인물에 대표성을 부여하는 식으로 밀접하게 드러날 때가 많아서 장점이자 단점으로 읽히지 않나.
-사실 한국문학을 읽으면서 (나 같은) 독자가 기대하는 것은 콘택트의 에필로그가 아니라, 그 너머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은 작가가, 이렇게 성실하게 많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더 많이 잘됐으면 좋겠고, 한편으로는 기존의 한국문학의 서사를 압도하는 장르를 개척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소망.
-등단작 「해가 지기 전에」에서도 느낀 건데, 이 작가는 해석의 여지가 다분한 극적 전사를 선택하고, 그것을 구성하는 분위기를 세련되게 형성하는 데 비해 결말의 아쉬움이 남음.
-특히 이번 소설은 타임라인 두 개가 동시에 진행되는 데다가, 둘의 점접이 헐거워서 다소 산만하게 읽힐 수밖에. (엄마 서사도 현재 층위, 노영도 현재 서사, 서브는 일기장 이야기)
노영과 내가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패트릭 이야기를 하는 구성을 취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그렇다면 등단작과 유사한 소재, 유사한 타임라인이기 때문에 작가는 고민하다가 방향을 틀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의도라고 치더라도 엄마라는 인물이 두 주인공의 전사를 위한 소도구로 전락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음.
-노영과 나의 과거사가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정작 타임라인은 노영-엄마 이야기이면서, 일기장 이야기/ 결국 현재 진행되는 서사와 그 서사를 채우는 디테일이 상충하면서 소설이 다소 산만하게 느껴짐.
(그런 점에서 「해가 지기 전에」에는 메인 플롯이 뚜렷하고, 행동이나 동기나 인물 전사도 명확하게 떨어지는 데다 분위기까지 좋았는데, 아쉬움만 남음)
-편혜영 단편답지 않게 심플한 구도가 새로움, 후반부의 몰입도는 역시
-그렇지만 박민오를 다루는 방식이 다소 거칠거나 불친절하지 않았나. 무엇보다 박민오와 나의 서사가 가장 임팩트 있게 그리는데 말미에 등장하면서 가장 적은 분향을 차지함(사실 이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나)
-이렇게 되면 독자는 주된 서사가 군인이었던 이진수의 삶이 아닌, 현재 이진수의 삶의 일부로 박민오 서사가 들어오는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에 쌓아온 이진수의 무수한 이야기가 단순한 인물정보 제공으로 사라진다는 점이 아쉬울 뿐.
-박민오가 이진수 현재 삶을 구성하는 과거의 어떤 날, 서사로 들어간 결과, 관찰자 역할을 수행했던 장소령도 부수적인 인물로 전락하는 결과를 초래함.
-편혜영이 구사하는 현재 문제적 인물의 과거사 추적 방식이 이번에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게 아닌가. (편혜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