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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트라슈 May 25. 2022

나의 해방일지






사는게 너무 지겹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도 지겹고, 매일같이 하고 또 해도 줄어들지 않는 걱정도 지겹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다가 문득 내가 뭐를 하고 있지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는건가 떠올리면, 아무것도 없다.      


그냥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열정적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내거나 찾아가거나 그런 것은 애초부터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원래부터 없기 때문에 열렬하게 있다고 소리높이는 게 아닐까. 그래야 사람들이 있다고 믿고 살아가니까. 죽고 싶다, 살 이유가 없다는 게 아니라 그냥 사는 게 지겹다. 말 그대로 지겨워서 넌더리가 날 정도로 싫다.      


좋은 날씨가 맛있는 음식이나 술도 무언가를 바꾸지 못한다. 운동이나 대화도 나를 다른 곳으로 데려가거나 바꾸지 못한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 그런 시간들을 성실하게 묵묵하게 견뎌내고 있는 거겠지 모두가.      


아주 오래 전에 나는 작은 일에도 화가 났다. 회사에서 나오면서 웃는 사람을 봐도, 길을 가다가 말을 거는 사람만 봐도,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이 흘러나오게 듣는 사람을 보면 화가 났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금방 기분 좋아졌던 것 같은데. 이것도 어쩌면 지나간 시간에 대한 미화에 불과할지 모른다.      


나의 해방일지를 몇 화 봤는데 미정이나 구 씨의 권태를 보면서 실존과 생존의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지금 이 시간을 견디는 게 실존인지 생존인지 모르겠다. 삶을 영위하고, 식재료를 배달시키고, 냉장고를 채우고, 그것을 또 비우고, 공과금을 내고, 보험료를 내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살아있는 시간의 나를 굴리는 게 너무 당연한 일어었는데. 요즘은 일상적인 것들이 낯설고, 낯선 일에도 좀처럼 놀라지 않는다.   무엇을 할 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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