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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기홍 Jul 19. 2018

그렇게 커피는 습관이 되었다.

맥스웰 커피 2스푼, 동서 프리마 3스푼, 설탕 2스푼은 황금 레시피!

 커피가 습관이 된 지 참 오래됐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찾는 것, 식사 후 찾게 되는 것, 졸릴 때면 찾는 것, 집중이 안 될 때 찾는 것도 커피 한 잔, 커피 한 모금이다. 이 습관이 언제부터 시작된 건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어릴 적 중학생이던 시절에 친구 녀석 집에 놀러 갔다가 친구 과외해 주던 대학생 형이 타다 준 맥스웰 한 잔이 내 최초의 커피였던 건 확실히 기억난다. 동서 프리마 3스푼에 설탕 2스푼 넣고 달달하게 타 준 커피 한 잔이 어찌나 맛있던지… 그전까지는 커피는 어른들의 음료라 생각해서 감히 커피를 마신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었는데 그 날 이후 금단의 열매처럼 커피 한 잔 마시는 게 그렇게 소원이었다.  


매일 아침 마시는 아메리카노. 이젠 하루 3잔 이상 마시지 못하면 뭔가 나사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내가 살던 어촌 시골에서는 다방이란 곳이 많았다. 작은 동네 양복점을 하던 아버지께서는 손님들이 오면 꼭 다방에 전화를 걸어 커피를 주문하고는 했다. 그게 내가 살던 시골에서 손님들 대접하는 방식이었으니까. 그래서 시골의 꼬맹이었던 나는 손님들 오시면 주는 음료니까 어른들만 마실 수 있는 게 커피라고 생각했었던 거다. 그러다 대학생 형이 타 주던 커피를 마신 이후엔 마치 내가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이 달달한 음료에 푹 빠져서 쿨피스 따윈 애들이나 먹는 거라고 외치는, 요즘 애들 말로 중2병 환자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집에 커피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요즘처럼 간편하게 커피믹스로 된 봉지커피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나에겐 커피란 게 쉽게 마실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알 거다. 그 당시에는 커피가 유리병에 담겨서 팔렸고 프리마란 것도 병에 담겨 팔렸다는 거. 요즘처럼 커피, 설탕, 프림이 한 봉지 안에 들어가서 컵 안에 넣고 물만 부으면 끝인 간편한 커피 스틱이 없었다는 거다. 그래서 예전엔 커피를 탈 때 ‘둘, 둘, 둘’ ‘둘, 둘, 셋’ 등의 주문 요청이 있었다. 커피 2스푼, 프림 2스푼, 설탕 2 스푼’으로 커피를 타 달라는 주문을 그렇게 ‘둘, 둘, 둘’이라고 외쳤던 거다. 아마 30~40대들은 다들 이 말을 기억할 거다.  그리고 이 '둘둘둘'의 황금 레시피가 그 시절의 커피를 대변했던 거 말이다. 

그 당시 이 병에 들었던 걸 기억한다. 인스탄트 커피라는 문구가 참 촌스럽지만 정겹다^^

 

그렇게 나의 커피는 시작된 것 같다. 결국 습관처럼 마시게 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직장 생활하고 얼마 안 가서였을 거다. 왜냐면 그 전에는 습관처럼 커피를 마실 돈이 없었던 가난한 학생이었으니까^^; 그저 커피란 것도 도서관에 비치된 커피자판기에서 100원 넣고 뽑아 먹던 자판기 커피가 다였으니까. 또, 직장 초년생이었을 때까지는 나는 블랙커피(요즘 아메리카노 정도로 불릴 수 있는 커피)는 마시지 못했다. 그 쓴 걸 어떻게 마실 수 있냐며 항상 카라멜 마끼아또 같은 달달한 커피만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내 커피는 달달한 기억이었다.  


그 후 직장 생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투잡으로 시작하게 된 카페 겸 바에서 지금의 커피 인생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카페에서 파는 제품이니까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쓴 맛 꾹 참아가며 마셨던 것이 그대로 습관이 되고 말았다. 그땐 내가 평생 커피라는 걸 업으로 할 것 같은 생각은 들지 않았었는데… 참 재밌는 인생이다. 이제는 커피라는 게 습관이라는 걸 넘어서 하루에 최소 3잔 정도는 마셔야 하는 마약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뭐, 나처럼 커피가 습관이 된 사람들 덕에 내가 요즘 먹고 사니깐 커피가 습관이 됐다는 말이 유행가로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 있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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