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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지 Jun 30. 2018

산방산, 용머리해안 그리고 모슬포 항

제주일기

[제주일기]

2017. 08. 16. 

15. 산방산, 용머리해안 그리고 모슬포 항


  

  "오늘 용머리 해안 들어갈 수 있어요?"

  "하루 종일 관람 불가능합니다."

  

  못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줄 알면서도 끈질기게 물어봤다. 제주도민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는 쉽게 들어갈 수 있었는데 해수면이 높아져 어려워졌단다. 일 년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이 손에 꼽을 거라고. 하지만 포기가 안됐다. 바다에 빠질 것 같아서 덜덜 떨면서도 아름다움에 감탄했던 용머리해안. 10여년이 지났어도 생생한 기억. 다시 방문하리라 벼르고 있었다.



  비가 쏟아지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했다. 새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하얀 구름, 잔잔한 바람. 지금이라면 들어갈 수 있겠다는 강한 예감이 들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화.


  “오전에 입장 가능합니다. 오후 12시 이후로 오시면 다시 확인전화 주세요.”

  

  바빠졌다. 약간의 조바심으로 후다닥 길을 나섰다. 신서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일주 버스를 타고 산방산-용머리해안으로 출발. 창밖 풍경이 너무도 달콤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안덕면을 지나 산방산이 가까워지면 좁은 언덕길이 나오는데 왼편으로 보이는 바다와 대정 시내가 절경이다. 감탄할 새 없이 오른쪽에서 시야를 메우며 덮쳐오는 산방산. 이 길을 지날 때면 제주가 관광지구나 다시금 느낀다.




  산방산 정류장에 내렸다. 친구들과 함께 봤던 풍경이 그대로였다. 친구들도, 그 때도 그리워졌다. 용머리해안 입구는 도로에서 가까운 쪽과 하멜상선전시관이 있는 쪽, 두 곳이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면서 매점에서 한라봉 주스를 샀다. 매점 아주머니께 넌지시 여쭤보니 하멜 쪽으로 들어가는 게 더 멋있다고 알려주셨다. 주민들 최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입장했다.




지질 뒤로 보이는 산방산

  기억과는 확연히 달랐다. 어렸을 때는 바다를 위주로 봤던 것 같은데 지금은 화산분출로 만들어진 지질과 산방산이 어우러지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겼다. 화창한 날씨가 한몫을 했다. 부피가 큰 구름들이 바다와 땅에 그늘을 만들며 흘러갔다. 산방산의 기세가 더욱 위풍당당해졌다. 만장굴에서 봤던 지질층이 겉으로 드러나면 이러려나. 부드러운 살구색의 바다 냄새가 나는 지질층.





박수기정과 한라산


  용머리해안의 끄트머리를 지나 반대편으로 넘어오자 박수기정과 한라산이 보였다. 한라산의 윤곽과 정상이 깔끔하게 보였다. 중턱에서 구름이 피어나 산을 둘러싸는 중이었다. 정상이 구름에 가렸다 드러나기를 반복했다. 서귀포의 절벽과 바다, 한라산이 어우러진 모습이 절경이었다.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구경하는데 네다섯 정도의 관광객을 이끌고 지질 해설가분이 다가왔다.

 

  “한라산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운이 참 좋으시네요.”





  샅샅이 핥으며 구경을 하니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어느덧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고 해삼, 멍게 등을 팔던 할머니들이 짐을 꾸려 입구 쪽으로 빠져나가셨다. 뒤따라 큰 푸대에 쓰레기를 주우며 관리자들도 다가왔다.

 

  “개방시간 끝났어요, 위험하니 얼른 나가세요.”

 

  아쉬움에 서성였지만 소용없는 반항이었다. 출입구를 나오니 직원이 파도가 높아 출입이 불가하다는 표지판을 걸었다. 오후 3시였다. 다른 차원의 세계에 다녀온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언제 또 올 수 있으려나. 자꾸 뒤를 돌아봤다. 수월봉 지질트래킹도 꼭 해보고 비교해봐야지.

 


  산방산 카페에서 조금 쉬다가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해서 모슬포 항으로 이동했다. 항구 근처에 대정읍이 있어서 인천 같은 느낌이었다. 잘게 쪼개진 구름들 사이로 노을이 졌다. 항구 위로 지는 해를 보니 바다로 지는 해도 보고 싶어졌다. 서쪽에서도 지내볼까. 저녁을 먹고 친구는 서쪽으로 나는 남쪽으로 갈라졌다.


모슬포 항


2017. 08. 16.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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