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커뮤니티 세미나는 페이스북 내 각종 커뮤니티의 그룹장을 한데 모아 이야기를 나누는 장입니다. 페이스북이 커뮤니티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 앞으로 커뮤니티를 어떻게 더 발전시킬지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저희 커넥티드랩도 국내 페이스북 커뮤니티 중 하나로 초청을 받아 다녀왔습니다. 오늘 전 기사에는 나오지 않는 세미나 관련 다양한 이야기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커뮤니티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딥티 도시 페이스북 글로벌 커뮤니티 파트너십 총괄이 정의한 페이스북 커뮤니티는 ‘그룹 내 멤버들이 상호간 소속감을 느끼는 집단’입니다. 쉽게 말해 소속감, 연대감, 안정감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죠. 이런 커뮤니티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고 자신의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게 되면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발휘한다고 설명합니다.
이어서 딥티 도시는 국내 커뮤니티 사례 세가지를 소개했습니다. 여행에 미치다,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 클래식에 미치다라는 페이스북 그룹입니다. 이중 여행에 미치다와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은 비즈니스적인 그룹이기도 합니다.
첫번째로 ‘여행에 미치다’는 27만 3천명의 회원을 보유한 커뮤니티입니다. 그룹을 처음 시작한 조중기 리더는 사람들이 여행을 굉장히 좋아하는데 반해 여행을 떠나는 건 쉽지 않아 이때 생기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그룹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여행에 대한 정보만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오프라인 모임을 갖거나 여행을 지원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여행’이라는 키워드로 사람들을 연결짓는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여성들의 일과 삶’이라는 커뮤니티를 시작한 김지영 리더는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여성입니다. 결혼 후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시간과 결혼 생활을 모두 잘하고 싶은데 균형 있게 병행하기 힘들어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만든 그룹입니다. 같은 고민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죠. 그저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고민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나아가 본 커뮤니티는 인사 관련 정책이 미흡한 스타트업만의 문제를 깨닫고는 스타트업 여성 관련 정책을 바꾸는데도 힘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에 미치다’는 페이지로 시작해 그룹까지 확장한 클래식 관련 커뮤니티입니다. 페이지만 운영할 때는 관리자가 직접 작성한 글만 내보낼 수 있는 일방적인 구조기 때문에 과장을 좀 보태서 하루 14시간씩 큰 공을 들여 관리해야 운영할 수 있었다네요. 이런 일방적인 구조에 한계를 느끼고 멤버들이 직접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그룹을 시작한 겁니다. 스피커가 다양해진다는 것은 관점과 내용이 다양해진다는 걸 의미하기도 합니다. ‘클래식에 미치다’에서는 페이지 관리자는 쉽게 가지 못할 해외 클래식 공연에 대한 정보와 후기를 올려주는 해외 거주 회원의 덕으로 더욱 풍부한 콘텐츠를 나눌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딥티 도시는 이러한 커뮤니티의 공통점을 ‘비주류’로 꼽았습니다. 니치한 취미를 가져서, 남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특별한 상황에 처해서 느끼는 갈증이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룹을 만들거나 가입해 활동하려 한다는 것이죠. 이런 비주류 속성의 사람들은 한데 모여 관계를 맺는 것만으로 무한한 기회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딥티 도시는 설명합니다.
왜 '페이지'가 아니라 '커뮤니티'일까
여기서 궁금해지는 건 '왜 페이스북은 페이지가 아닌 커뮤니티에 집중하는가' 입니다. 막말로 페이스북에 광고비를 벌어다주는 건 기업 페이지인걸요. 저희는 커뮤니티야말로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이 접속해 시간을 보낼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비즈니스 페이지가 일방향적으로 내쏟는 콘텐츠 홍수에 사용자들은 피로감을 느낍니다. 특히 한국의 페이스북 이용 빈도 관련 각종 지표는 정체돼 있고, 이용자들은 페이스북 자체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했죠. 이에 페이스북은 스크롤을 내리면서 수많은 콘텐츠를 관성적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줄이고, 관심사를 기반으로 직접 참여하고 소통하며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은 겁니다.
그런 면에서 커뮤니티는 페이스북에게 좋은 수단이 됩니다. 페이스북이 20억명의 사용자를 직접 관리하지 않고 관심사를 기반으로 모인 그룹의 리더에게 그 역할과 책임을 나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크고 작은 커뮤니티에 이용자들이 나뉘어있다면 그룹 리더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본 세미나 역시 커뮤니티 리더만을 위해 마련된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이런 변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즉, 페이스북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증대시키고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으로서 커뮤니티가 기능하도록 할 것입니다. 앞으로 더욱 더 적극적으로요. 그럼 페이지 게시물은 앞으로도 더욱 적게 노출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페이스북 페이지 중심의 비즈니스는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여기서 대형 플랫폼에 의존한 비즈니스는 지속 가능성이 짧고 외부적인 위험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단점을 또 한 번 상기하게 됩니다.
더불어 질의응답 시간이 기억납니다. 각 커뮤니티 리더들은 게시판 분류, 스팸 게시물 차단, 가입 신청 절차 등 커뮤니티 운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고민을 토로했는데요. 딱 10년 전 네이버 카페 전성기 시절의 카페 운영자들이 가질만한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이미 다른 플랫폼에서 쌓인 커뮤니티 관련 노하우가 많다는 뜻입니다. 그럼 앞으로 페이스북이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후원하면서 소셜미디어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면 네이버 카페를 통해 쌓인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바일 친화적인 커뮤니티의 특성에 맞춰 화법 등 다양한 변형이 필요하긴 할 테지만요. | 이창민 2018.06.02.
*[커넥티드 랩] 페이스북 그룹은 다양한 산업을 연결지어 특정 현상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의 커뮤니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