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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dA Jul 16. 2020

부표 같은 사람

바꿀 에너지 같은 건 없으니까 그냥 이렇게 살거야


    스스로 좀 부표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부표는 던져진 곳에 가만히 부유하면서 오는 배도 막지 않고 가는 배도 붙잡지 않잖아. 그냥 나 여기있소, 그러고 있잖아.

    멀어지면 멀어지는대로, 가까우면 가까워지는대로. 

    내가 너무 수동적으로 인간관계를 영위하나? 가까워지는 배는 나의 무엇을 원하고 기꺼이 여겨서 다가오는지 모르겠으나, 일단 받은 게 있으니 나 역시 즐거워 그만큼 애정하며 다가온 이의 좌표를 알려준다.

    떠나간다면 그 역시 사정이 있을 터이니 구태여 붙잡지 않는다. 나라는 부표는 언제고 여기 있을테니, 돌아오시려거든 여기로 찾아오세요. 뭐 아님 말고. 

    그대는 무엇이 서러워 나를 탓하시나. 내가 이 자리에 가만히 서있는게 싫으신가, 내가 그대를 따라 이동하길 바라나. 왜? 그냥 당신이 어딜가든 난 여기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거란 사실을 받아들여주면 안되나?

    싫으면 떠나세요, 역시 붙잡지 않을테니.

 

    내게 서운한 것이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티는 내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하지만 내게  말하지 않는데, 내가 알아서 추리하고 위로하고 그런 번거로운 과정들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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