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조직 내 순환과정과 포지션의 필수경험#2

슈퍼커넥터

Operation을 업무를 담당하게 된 것은 커리어에서 또 한번 점프의 기회였다.

특히 미국회사에서 Operation을 담당한다는 것은 몇가지 특징이 있는데 다음과 같다.

리더 직속으로 부서의 전체를 통찰, 지원하므로 넓은 시야를 가지게 된다는 점

실무에서 배제되므로(계약을 맺거나, PO를 발행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불가능 막음) 타임라인에 쫓기지 않고 충분히 사고할 시간을 가지므로 어떻게 개선할지를 끊임없이 연구할 수 있다는 점

업무 방식 변화를 먼저 확인하고, 어떻게 팀에 적용할지를 결정하여 Deployment한다는 점

부서내에 명확하게 정해진 R&R이 아닐때는 Operation에서 책임지거나 결정해야 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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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Operation업무는 전체를 바라보는 포지션이라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내 성향과도 맞고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자리였다. 부문과 전체를 조율해나가면서 조직이 같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지휘자 혹은 어드바이저의 역할이 내 성향과 잘 맞다는 것을 알게된 시간이었다.

또한 위에서 말한 4번째(명확하지 않은 업무에 대한 조율)는 누군가에게는 힘들 수 있겠지만, 위기는 기회라고 하듯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업무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다는 기회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매년 요청받는 하도급실태조사를 담당한 것을 들 수 있는데, 매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국내 모든 하도급을 주는 기업들과 받는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6월과 8월에 실시하고. 목적은 하도급을 준수하지 않는 도급업체들을 시정조치하고, 개도하여 올바른 하도급 거래를 정착시키는데 있다. 하도급법 준수를 요구받는(=도급을 주는 입장. 의무를 지켜야하는 회사) 회사들의 제출된 답변에 문제가 있거나, 하도급법의 보호를 받는(=하도급을 받는 입장. 권리가 있는 회사) 회사로부터의 답변에 도급업체와 거래가 문제가 있다고 신고되면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처분을 내리게 된다.

I사는 외국계기업이지만 엄연히 한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회사로 조사대상이었으므로 상대방이 중소기업인 모든 경우에 대해 자료를 제출해야하는데, 대금을 적법하게 지급했는지, 부당한 경영간섭이 없는지, 원재료비가 납품가에 연동이 되는지 등을 정리해서 1차 제출하는 것이 조사의 시작이었다.

특히 내역 전체를 계약서, 주문서, 대금지급 단위로 정리해야하므로 평소 레코드를 잘 관리하는것도 중요하고 거래내역이 하도급에 해당하는지 여부도 판단해야 하므로 구매 담당자로서의 지식 뿐 아니라 법률적 판단도 요구되는 업무였다. 초기에는 당연히 법무팀 도움을 받아가면서 업무를 진행했지만, 매년 반복해 나가면서 혼자서 판단할 수 있게 되고, 업무 매뉴얼까지 작성하며 해당분야에 전문성을 갖출 수 있게된 사례라 생각된다.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한차레 신고를 당한 경우를 대응하느라, 현장조사도 경험 했는데 다행히 '주의' 수준의 개선만 요구받고 전체는 무혐의로 마무리한 것도 쉽게 할 수 없었던 경험이었다.

Operation업무를 하면서 무엇보다 집중했던 것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작업들이었는데, 외국계 기업상 한국에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아도 내부처리를 위해 필요한 문서 작업들이 많았고, 이로 인해 본질에 좀 더 집중하여 가치를 만들어 내는 시간이 부족한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뷰로크레틱한 업무들도 합당한 이유가 있고, 한국 회사들 역시 지금은 많은 부분에 있어 도입하였기에 당시에는 이해가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는 일들이긴 하다. 아무튼 당시에는 이러한 본질 이외 업무들에 대한 부담을 팀들이 느끼지 않았으면 했고, 이를 타파하는 것은 담당자인 내가 업무를 이해하고, 팀은 이를 손쉽게 처리할 수 있도록 가이드와 절차를 만드는 것이 Operation 담당으로서 가지고 있던 부담감이었다.


효율화의 결론은 결국 리스크를 매니징하면서 시간을 단축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내가 수행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Global 승인이 필요한 것들은 사례를 모아, 동일한 리뷰 포인트일 경우 Local에서 Delegation 받아 승인하도록 bulk approval을 받기

RPA를 활용하여 해당 업무를 자동화

핵심내용 위주로 가이드를 작성하고 팀 교육을 통해 전반적인 인식 높이기

팀이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고, 관련한 절차 마련, 효율화 및 자동화, 대외 업무를 담당하다보니 요즘 취업시장 용어로 소위 "슈퍼커넥터"가 되었던 것 같은데, 여러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며 회사생활을 한다는 것이 굉장한 성취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되었던 시절이었다.

모든 회사원들은 하루 중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낼텐데, 기쁘게 그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일인가? 당시 나에게 업무시간은 회사원으로서의 고충이나 괴로움 같은것 없는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다음 커리어는 관리자로서 피플매니저로서 경력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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